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다. 엄마에게 버림을 받고 아빠의 손에서 키워진 자폐 여자아이가 변호사가 돼 새로운 시각과 접근방식으로 법을 재해석하면서 기본 법해석에 익숙해져 있던 시민들에게 시원한
청량감을 주는 드라마이다. 여름철 시원한 바다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고래들이 드라마에 합류하면서 더욱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요즘 폭염과 정치 경제적 피곤함 속에서 그래도 잠시나마 피로를 잊게 하는 드라마여서 더욱 환영을 받는 듯 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로 엄청난 피곤함을 겪는 장소가 있다. 그리고 그 곳에 위치하고 있는 한 고목나무가 또 다른 소문을 일으키고 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소덕동 팽나무'가 화제인 가운데 팽나무가 있는 마을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마을주민들이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특히 방학을 맞아 전국에서 몰려오는 관광객들로 주차문제와 쓰레기 무단 투기 등으로 보호받아야 할 고목이 오히려 훼손당할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 팽나무는 지난 7월 21일 방영된 제 8회에 방영된 나무로 드라마에서는 가상의 동네 '소덕동'에 있는 것으로, 오래된 팽나무를 보존하고 유서깊은 소덕동의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소망을 나타내는 주요한 대상물로 설정되었다. 이 팽나무는 느티나무와 아주 비슷한 모습이다. 실제로도 현재 경상남도 창원시 동부마을에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 이 팽나무의 나이는 500살로 추정되고 있다. 500년된 고목은 실로 아주 귀한 자원이며 특히 동네 주민들에게는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과도 같은 존재일 것이다. 문화재청은 최근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자 해당 팽나무의 문화재적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천연기념물 지정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해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인기가 워낙 높으데다가 이 팽나무를 배경으로 엄마와 딸이 재회하는 극적인 장면까지 첨가되면서 세인들의 깊은 궁금증과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 혹시나 했던 우려스런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관심있는 곳을 찾는 것을 뭐라 하겠는가. 너무도 아름답고 멋진 팽나무의 현존 모습을 보려 사람들이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질서의식이 높다고 요즘 전세계에 알려진 한국민의 시민정신을 아주 우려스럽게 하는 일이 생기는 것은 너무도 가슴 아픈 일이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찾으니 그 작은 마을이 어찌 견디겠는가. 좁은 도로에 차가 한가득이다. 관광객들은 그냥 하루 찾다 가면 그만이지만 그 동네 사는 주민들의 고통은 얼마나 크겠는가. 그 팽나무는 지금 알려진 것이 아니다. 수백년동안 그 마을 주민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마을의 든든한 고목이며 조상대대로 내려온 신성시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관광객들이 함부러 할 그런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마구 버린 쓰레기로 저녁때만 되면 주민들이 청소하는데 지치고 또 지칠 지경이다. 안그래도 폭염으로 피곤의 나날인데 밀려오는 인파에 그들이 버린 각종 쓰레기가 마을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동네 주민들은 철부지 어린이들이 팽나무 언덕 올라가는 길에 위치한 무덤들을 마구 밟고 다니는데 같이 온 부모들은 제재도 하지 않은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해당 창원시는 팽나무 인근 3곳에 쓰레기통을 설치했고, 향후 공중화장실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해당 지자체의 조치가 있기전에 관광객들이 스스로 그런 일들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전세계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가 급증하면서 이 팽나무 마을도 널리 알려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그 질서의식이 높다는 한국인들은 과연 팽나무 마을을 어떻게 대할까 무척 궁금할 것이 아닌가. 그들에게 이런 불미스런 소식이 알려지면 뭐가 그리 좋을까. 각종 유튜브에 한국 그리고 한국인들은 이미 세계에서 최상위 선진국 의식을 지닌 국민이라고 너무 과장해 이야기해버린 것 아닌가 말이다. 지금의 팽나무 마을의 이런 모습이 전세계에 어떻게 비춰질까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이미 6년전 백만인파가 운집했던 서울 광화문광장 촛불집회때 행사후 쓰레기 하나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세계 언론에 극찬을 받은 국민이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자신이 가져온 물건들을 그냥 가지고 갔기 때문이다. 그런 명성이 불과 몇년후 팽나무 마을에서 망가지는 그런 상황이 정말 생기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세계의 사랑을 받는 것은 얼마나 멋지고 좋은 일인가. 하지만 제발 그 부작용으로 한국인들의 무질서 그리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그런 모습은 제발 정말 제발 세계에 알려지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이미 그런 단계는 넘어선 국민 아닌가.
2022년 7월 2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