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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델만의 1차 의식과 고차 의식:기억된 현재와 언어에 물든 세컨드 네이처
노민화
제럴드 에델만(Gerald Edelman, 1929~2014)과 프란시스 크릭(Francis Crick, 1916~ 2004)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각각 1972년과 1962년(DNA 이중나선 구조의 발견), 노벨 생리 의학상을 수상했다는 공통점도 있겠지만, 보다 흥미로운 점은 자신의 평생의 업적과 성취분야를 떠나 ‘의식’이란 새로운 탐구 주제를 찾아 신경과학 연구로 전향한 신경 과학계의 두 거장이란 점을 들 수 있겠다. 존재의 물음에서 빼뜨릴 수 없는 ‘의식’에 관한 문제는 위대한 과학자들의 인생 터닝 포인트가 될 만큼 흡입력 강한 탐구 영역이었던 듯하다. 그들이 이룬 의식과 관련된 신경과학적 성과 덕분에 ‘의식’을 포함하여 인간의 마음에 관한 핵심적인 문제를 다른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고, 새로운 통찰력을 얻고 있음에 경외감을 표한다.
에델만의 의식이론을 본격적으로 다룬 ‘제 11장과 12장’ 두 개의 장을 읽는 것으로, ‘1차 의식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고차 의식이 어떻게 생겨나고 1차 의식과 차이점은 무엇인지를 포함하는 그의 ’의식 신경 모델‘을 정확히 파악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에델만의 의식 이론에 관심 있으신 분은, 본 도서 외에 국내에 번역된 ‘뇌는 하늘보다 넓다Wider than the sky’와 ‘세컨드 네이처Second nature’를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그의 이론 체계의 난해함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
에델만은 집단뉴런선택설 TNGS에 기반하여 새롭게 신경 다윈주의Neural Darwinism라는 개념 체계를 제시하였는데, 그의 이론은 TNGS를 아래 제시한 2개의 의식 다이어그램과 연결하여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에델만의 신경다윈주의 이론에서는 의식의 진화과정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두 종류의 신경계 조직을 제시한다. 뇌간-변연계The Limbic-Brain stem의 본능 시스템과 후에 진화한 시상-피질계Thalamocortical Systems가 여기에 해당된다.
첫 번째 시스템은 뇌간과 더불어 대뇌 변연계(쾌락계)가 해당되는데, 이것은 식욕, 성욕, 완료 행동과 진화된 방어적 행동 유형과 관계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일종의 가치계로서 여러 가지 다양한 신체 기관, 호르몬계 그리고 자율신경계 등에 광범위하게 연결된다. 이 모든 시스템들이 어우러져서 수면이나 성과 관계된 신체 주기는 말할 것도 없고, 심박률과 호흡률, 발한發汗, 소화기능 및 그와 유사한 작용들을 통제한다. 이 회로들은 고리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느리게 반응하며(초 단위에서 월 단위까지 걸쳐 있는 기간에), 상세한 지도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이 회로들은 진화의 과정 동안 외부 세계로부터의 수많은 예기치 않은 신호들에 맞추는 게 아니라 신체에 맞춰 선택된다. 이 시스템들은 신체 기능들을 돌보기 위해 일찍이 진화했다. 그것들이 내부의 시스템이다.
두 번째 중요한 신경계 조직인 시상피질계는 이와는 완전히 다르다. 이것은 동시에 작용하는 시상thalamus과 피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시스템은 감각 수용판으로부터 신호를 받아들이고, 수의근에 신호를 보내는 식으로 진화했다. 그 시스템의 시냅스 연결은 평생 동안 계속되는 변화를 겪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스템은 반응이 매우 빠르다(100 분의 1초 단위에서부터 초 단위까지). 이것의 주요 구조인 대뇌피질은 대규모의 재입력 연결reentrant local maps로 이어져 층을 이루고 있는 국소 구조들처럼 고리를 포함하지 않는다. 여러 장소에서 이것들은 위상적으로 배열된다. 대뇌피질은 점점 복잡해지는 운동 행위와, 세계의 사건들에 대한 범주화를 허용하기 위해 이 대뇌피질이 변연-뇌간 체계보다 훨씬 늦게 진화 됐다. 공간은 물론 시간을 다루기 위해, 해마Hippocampus나 기저핵Basal ganglia, 소뇌Cerebellum 등의 피질 부속 기관들은 실제 운동과 기억 양쪽의 연속을 다루는 피질과 더불어 진화했다.(P177)
변연-뇌간 시스템과 시상피질계, 이 두 시스템은 진화과정 중 서로 연결됐다. 이 두 시스템이 만나서 1차 의식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후에 진화한 피질계는 점점 복잡해지는 주변 환경에 적합한 학습 행위에 도움이 됐다. 이 행위는 초기 변연-뇌간 시스템에 의해 조정되는 생리적 욕구와 가치에 도움이 되도록 선택되었음이 분명하기에 그 두 시스템의 조화는 학습에 있어 결정적인 부분이다. 피질이 세계의 범주화와 관계가 있고, 변연-뇌간 시스템이 가치와 관련이 있다면(즉 진화론적으로 선택된 생리학적 유형들에 대해 조정을 가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면) 학습은 가치라는 배경 위에서 범주화가 가치를 만족시키는 행위에 적응적 변화를 낳게 하는 수단으로서 간주될 수도 있다. (P 178)
1차 의식의 출현을 이끄는 것은 장면을 창조(creat a scene)해 내는 능력의 진화론적 발생이다. 여기서 ‘장면(scene)’이라는 용어는 친숙하거나 낯선 사건들이 시공간적으로 배열된 일련의 범주화라는 의미이다. 의식 없는 동물에게도 학습은 이루어지겠지만, 피질계를 가지고 있는 종에서는 동일한 장면에서 어떤 사건들은 다른 것들과 필연적인 물리적 혹은 인과적 연관을 가지고 있고 또 어떤 것들은 전혀 그런 연관을 가지고 있지않다. 이것의 장점은, 동물의 과거 학습에는 중요했을지도 모르는 사건들이 외부 세계에서는 인과적으로 연관되어 있지 않을지라도 새로운 사건에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개별 동물의 가치계에 대한 요구라는 관점에서 이런 연관성이 확립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사건의 특징은 물리적 세계에서의 그 위치와 에너지에 의해 결정될 뿐만 아니라, 개별 동물의 과거사에서 학습의 결과 수여되었던 상대적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p179) 1차 의식은 장면들이 시간과 더불어 연속해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스냅사진처럼 하나의 장면만 있는 것이다. 그래서 1차 의식은, 장면의 생성이며, 현재적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에델만은 1차 의식을 위한 메커니즘들의 출현을 설명하기 전에 교량적 역할을 할 개념들을 제시한다. ‘지각의 범주화’와 ‘개념의 범주화’는 그의 의식 이론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으로서 개념, 범주화, 기억 등의 개념 등을 특수한 의미로 사용했는데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기억Memory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하기로 하자. 기억은 그 형태를 막론하고 '실행을 반복하는 능력'으로 본다. 실행의 유형은 기억이 분명한 시스템의 구조에 근거하는데, 그 이유는 기억이 시스템 속성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경계 내의 기억은 뉴런 집단의 개체군들이 갖는 역동적 속성이기도 하다. TNGS는 기억을, 앞서 확립된 범주화 능력의 특수한 강화 즉, 특정한 심리적 물리적 행동을 되살리거나 억압하는 능력이라고 제안한다. 이런 유형의 기억은 전면적 지도화 내부의 시냅스 개체군에서 일어나는 지속적인 역동적 변화, 즉 맨 첫 번째 장소에서 범주화가 일어나도록 해 주는 변화로부터 하나의 개체군 속성으로 나타난다. TNGS의 두 번째 교리인 경험선택에서 볼 수 있었듯이 전면적 지도화 내에서 집단의 시냅스 강도에서의 수정은 기억에 생화학적 기준을 제고해 준다. 기억이 없는 동물은 지각 범주화와 개념 형성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기억에 대한 이해는 의식 이론을 정립하는데 필수적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억들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기억이라는 것은 응집력 있는 연관관계로 맺어진 하나의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개념Concepts이란 의미는 언어적 원초성을 획득하기 앞서 진화과정에 나타난 능력을 가리키는 용어로서 '개별적으로 범주화된 지각 장면들 사이의 관계'이다. 또한, 범주화categorization라는 것은 공통 패턴을 의미한다. 이것은 한 프로그램으로 하여금 특정 운동 출력을 내도록 만드는 감각 영역 내의 컴퓨터 같은 프로그램에 따라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전체 지도화에 걸친 감각-운동 활동이 적절한 출력이나 행동을 낳는 뉴런 집단을 선택함으로써 범주화라는 결과를 초래한다.(P138) 좀 더 정확한 이해를 위해 덧붙이자면, 범주화는 항상 가치value, 즉 욕망 또는 본능이라는 내부적 기준과 관련해 일어나며, 이 같은 관련이 적절함을 정의해 준다는 사실을 TNGS는 제안하고 있다. 그러한 가치 기준은 특수한 범주화를 결정하지는 않지만 특수 범주화가 일어나는 영역을 규제해 준다. TNGS에 의하면 특정 종의 동물들의 가치계에 대한 기반들은 진화론적 선택에 의해 미리 설정된다. 그 기반들은 심장 박동, 호흡, 군 반응, 먹이에 대한 반응, 호르몬의 작용, 자율 반응 등의 신체 기능에 대한 규제와 관계있는 뇌의 영역에서 나타난다. 진화론적으로 선택된 그러한 삶을 유지시키는 생리 체계의 필수 요건들을 적절히 만족시키는 행동을 통해 범주화는 자연스럽게 드러난다.(p139)
의식을 생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들을 이해했으니, ‘1차 의식의 생성 모델’의 폐회로 closed loop를 자세히 들여다 보자. 신경시스템이 반응하는 신호에는 자기 내부에서 나오는 ‘자기신호Self’와 자기 외부 환경에서 들어가는 ‘비자기 신호Nonself’로 구별된다. 먼저, 자기 신호는 내부 신호로서, 신체의 내부 장기에서 시작하여 척수를 통해 자율신경계의 조절중추인 간뇌의 시상하부Hyperthalamus를 거쳐 대뇌피질로 끊임없이 올라간다. 자기 신호 속 내부 항상 시스템의 정보들은 구체적으로 우리 신체 내부 상태의 욕구들에 해당되며, 그 욕구들에 대한 가치(에델만은 욕구, 욕망이나 본능이란 의미로 가치value라는 용어를 사용한다)의 현재 값들의 이동경로를 보여주는 것이 자기신호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가치value란, 생물학적으로 생존에 필요한 배고픔이나 갈증, 심장 박동 등과 같은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정보들이다. 이와 동시에 비자기 신호는 환경에서 오는 세계 신호로서, 시각과 청각, 체감각의 1차 감각피질로 입력되어 2차 감각 피질을 지도화하고, 다중감각 피질로 통합된다. 일차피질의 지도화 된 배열과 모듈식 구성은 태어나면서부터 유전적으로 정해지는 인간 고유의 신경연결이다.
동물의 정신현상들, 예컨대 기억, 의식, 감정 등은 시냅스의 시간에 따른 통계적 변화로 나타난다. 시냅스의 강도synaptic strength에 따라 신경세포들의 이런 다중 연결로 우리는 외부 세계를 인식하고, 내부의 욕구에 적응하며 감각 입력을 범주화한다. 감각 피질에 의해 외부 환경 입력 정보가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의 가치-범주 기억과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회로를 형성한다. 이 신경 연결망 회로가 계속 작동하면 시각, 청각, 체감각이 우리의 욕망에 의해 규격화된, 우리의 욕망에 의해 규정된 정보가 된다. 이것이 ‘지각의 범주화’이다. 외부 감각 입력에 의해 시작된 지각 작용이 단순히 방향성 없이 연속적으로 흐르는 게 아니라 우리의 욕망, 즉 가치에 의해 내부 상태에 의해 범주화 한다. 구체적 감각입력을 범주화된 사물로 전환하는 뇌의 정보 처리가 바로 지각 과정이며, 범주화는 지각의 산물이다. 대뇌 감각연합피질Sensory association cortex에 의한 ‘지각의 범주화perceptual categorization’ 과정이 형성되면, 특수하게 범주화된 지각 장면들 사이의 관계인 ‘개념’이 출현한다. 이어진 회로가 계속 돌면서 해마에서 형성된 기억과 전두엽Frontal area, 두정엽Parietal area, 측두엽Temporal area과의 상호 연결을 통해 지각 범주화 과정 자체가 다시 범주화된다. 이것이 바로 ‘개념의 범주화’이다. ‘개념의 범주화’는 대뇌 두정엽과 전두엽, 측두엽에서 진행된다.
편도체Amydala와 중격septum은 가치 중립적인 감각입력에 본능적 가치(욕구)를 부여한다. 그래서 대뇌피질에서 가치에 기반한 개념적 가치-범주 기억Perceptual Value-Category Memory이 생성된다. 가치-범주 기억이 다시 1차, 2차 감각피질과 상호 연결되면서 감각입력에 의한 외부 환경 입력이 지각 범주화와 개념 범주화 과정을 통해 가치-범주 기억으로 저장되며, 이러한 과정이 계속되면서 동물은 외부 세계를 뇌 속에서 가치로 평가된 '가치-기억'으로 전환된다. 외부의 가치 중립적인 물리적 세계는 동물의 생존 본능 시스템인 가치 시스템에 의해 범주화된 지각적 장면으로 생성되며, 장면의 대상을 의식할 수 있는 동물에서 1차 의식이 생겨난다. 현재 입력되는 감각입력이 맥락적 장면을 형성하고, 이러한 장면의 생성이 바로 동물의 일차의식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신경회로의 전체 순환 과정에서 언어가 배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상징 기호를 매개로 하는 언어가 출현하기 이전에 감각-운동 이미지에 의한 개념이 먼저 생긴다. 이 전체 과정이 에덜만이 말하는 ‘1차 의식의 생성 모델’의 핵심이다.
고차 의식:언어에 물든 세컨드 네이처
Higher-order consciousness:Language and Higher-Order Consciousness
언어를 매개로 하는 대뇌 부위에는 하전두엽 바깥쪽의 브로카 영역Broca’s area과 상측두엽 뒤쪽과 하두정엽에 걸쳐있는 베르니케 영역Wernike’s area이 있다. 이 두 영역은 궁상속Arcuate Fasciulus으로 연결되어 동시에 작동하는데, 진화의 어느 시기에 이 영역에 새로운 재유입성 경로들과 회로들이 나타나 언어적 능력과 어의적 능력이 출현하게 된다. 바로 이 영역과 기능의 출현이 고차의식이 생기는 원동력이다. 언어의 출현으로 구분된 대상을 단어로 지칭하게 되고, 단어는 필연적으로 의미를 갖게 된다. 왜냐하면 대상의 구별 자체가 바로 대상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언어의 의미론적 자력작용, 즉 뇌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자극으로 자연환경에 의미를 부여하는 상징 사용이 가능해진다. 어의적 능력이 점차 확대 되면, 구문론과 함께 진정한 의미에서의 언어를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기억을 습득함으로써 개념의 폭발이 일어난다. 브로카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이 개념 범주 피질로 대표되는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과 상호 연결되어 형성된 범주화된 개념이 언어적 표상이며, 개념적 언어가 바로 인간의 고차의식Higher-order consciousness이다.
의식에 전달되는 내용은 대부분 언어로 표현된다. 언어는 상징 그 자체이며, 상징은 맥락적 의미를 지닌다. 에덜만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인간만이 고차 의식이 가능하다.
1. 전전두엽이 발달하면서 언어를 통해 개념적 정신 활동이 확장되어 상징이란 놀라운 지시적 능력을 획득함으로써 인간은 가치중립적인 환경이 아니라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여 세계를 모형화 할 수 있게 된다.
2. 그리고, 언어의 지시작용을 통해 개념 범주화의 개념 범주화 과정 그 자체를 범주화하는 재범주화 과정이 발생할 수 있으며, 자기personal self, 과거past, 미래future의 개념들이 1 차 의식에 연결될 수 있다. 개념적-기호적 모형과 진행 중인 지각 경험을 구별하는 능력이 나타나면 과거라는 개념이 발생한다. 즉, 언어를 통한 사물과 사건의 기억이 축적되면서 현재의 경험과 과거의 경험을 비교하는 시간의식이 생긴다. 이로써 개체는 즉각적인 시간 규제 혹은 실제 시간에서 발생하는 지속적인 사건들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기억된 현재는 과거와 미래의 틀 안에 놓이는 것이다(P198).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행동을 계획하고 이런 과정에 변하지 않는 주체의식인 자아가 생성된다. 과거경험을 참고로 행동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행동의 맥락성과 방향성이 생겨나며 행동에 목표가 설정된다. 그 결과 인간은 자신의 사고 과정 그 자체를 의식Consciousness of consciousness 할 수 있게 된다.
3. 고차 의식은 단적으로 언어에 의해 출현한다. 에델만은 ‘의식은 지향성을 갖는다.’라고 했다. ‘무방향 무목적 자연에서 어떻게 의식이 지향성을 갖게 되었는가?’ 에 대한 해답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언어 행위가 즉시 상위 의식을 충분하게 보장하는 것은 아니고, 어린 시절에 언어 능력이 발달하고 개념 체계 및 기억 체계들과 통합된 후에야 고차 의식이 꽃을 피우게 된다.
4. 인간은 언어라는 상징으로 구성된 가상세계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제1의 자연Nature’에서 살고 있지만 자연을 직접 만나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참조하고 있는 자연은 ‘제2의 자연Second nature’이다. 에델만은 실제 물리적 자연과 합일하지 않을지라도 우리의 의식에 존재하는, 자연스럽게 표상된 자연을 제2의 자연Second nature’이라고 명명하였다. 즉, 인간의 지각은 자연과 단절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이 지각하는 자연은 기억에 의해 해석된 자연이라는 의미이다. 이 가상세계는 내부의 본능적 가치(욕구)작용이 외부의 감각신호와 결합하여 의미와 목적으로 변형된 세계가 된다. 자아라는 것, 세계라는 것도 모두 뇌가 만들어 낸 가상세계이다. 그래서 박문호 박사님의 뇌과학 책에서 자주 만나는 이 말, 각각의 세계상은 ‘우리 신경계가 만든 아름다운 속임수’라는 말을 자주 떠올려보게 된다.
5. 사물을 명명하고, 그 명명된 사물들 속에서 사는 것, 이것이 바로 인간이 언어에 의해 의미가 부여된 가상세계에 갇혀 산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러시아 교육학자 비고츠기가 얘기한 ‘Mind in Society 즉, 사회적 조건에서의 마음’의 뇌과학적 해석일 것이다. 또한 데리다의 말을 빌어 사회와 문화의 ‘상속자’로 인간은 자연적 진화를 넘어 ‘문화적 진화’ 과정을 밟고 있다.
동물과 인간의 차이는 무엇일까? 잠시 뇌과학에서 자주 거론되는 경구로 생각해 본다.
“동물은 감각장에 구속되어 있고, 인간은 의미장에 구속되어 있다.”
6. 세컨드 네이처에 사는 인간이 만든 무수한 의미들로 인한 ‘과잉범주화’는 흔히 선입견과 편견으로 불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음을 유추해볼 수 있겠다. '선입견'은 단편적 기억을 바탕으로 삼아 대상을 확정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을 말하며, '편견'은 편향된 지각으로 개념이 범주화된 경우이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상황을 판단하면 편향된 결정을 할 수 밖에 없고, 정보를 제한적으로 받아들이면 제한적 세계를 구성할 수 밖에 없다(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 박문호, 2013, P651).그래서 호모 사피엔스는 공부하는 인간, 호모 아카데미쿠스의 운명을 달갑게 받아들여할 밖에. 물론 새로운 대상과 조우 할 여행도 빼놓을 수 없겠지만. 그래야 에델만의 다른 책의 제목처럼, 하늘보다 더 넓은 나(자기)와 너(비자기)의 뇌를 만날 수 있을테니.
인간은 신경생물학적 활동의 첫 순간부터 세포의 이동과 죽음 모두에 큰 통계적 변화가 발생한다. 신체활동 및 환경이나 뇌 내부 시스템 자체에서 오는 신호에 따라서, 시냅스 강도가 어떻게 변할지 그 영향으로 어느 경로가 선택될지 결정된다. 그 결과 아무리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라도 똑같은 해부학적 패턴을 가질 수가 없다. ‘존재의 가치는 차이difference이다.’라고 신경과학도 이야기한다.
각각의 다른 세계상, 어쩌면 각자의 뇌에 아름답게 속임을 당하고 있을지 모를 세상에서, 그럼에도 너와 나는 마주보면서 때론 곁이 되어주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를 '무한 생성Becoming unlimited'할 수 있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