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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 유령신공(幽靈神功) - 01
단엽을 제압한 것은 새로 나타난 두 사람이 아니라, 3호의 입을 벌리
는 순간, 그 입안에서 날아온 침이었다.
마혈이 풀린 3호는 눈에 살기를 띠고 단엽에게 다가왔다.
"물론 용설아 그 계집엔 저 유령 뭐라고 하는 진안에 있겠지?"
단엽은 대답하지 않았다.
3호는 단엽에게 다가와 단엽이 들고 있는 영몽환을 집어 들었다.
"이것이 진실을 말하게 하는 약이라 했겠다."
단엽의 눈빛이 다급해졌다.
"그것은 단지 상대의 기억을 잃게 하는 약일 뿐이다."
"나더러 그 말을 믿으라고."
3호가 비웃었고, 7호는 바로 단엽에게 다가와 그의 복면을 벗겼다.
그런 다음 그의 입을 강제로 벌리고 단약을 입에 쑤셔 넣었다.
3호가 그의 목 언저리를 누르자 약은 단엽의 뱃속으로 들어가 버렸
다.
"흥 이젠 너도 별... 크아악"
말을 하던 6호가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이미 그의 한쪽
눈이 파괴된 상황이었다.
"감히 이 우라질 놈들이 나의 제자를 능멸하다니."
고함소리와 함께 하나의 그림자가 날아들었다. 7호는 6호와 3호의 한
쪽 손을 잡고 갑자기 도망치기 시작했다.
한참을 도망하던 3호가 7호를 보며 물었다.
"나타난 사람이 우내6존 중, 유령마제입니까?"
"목소리나 모습으로 보아 분명합니다. 내가 청년 시절 마교전쟁에서
그의 모습과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잘 압니다."
"하지만."
6호가 갑자기 제자리에 섰다.
"속았다."
셋은 다시 돌아서서 그 자리에 갔지만 이미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유령진으로 들어가 봅시다."
6호가 말하면 계곡 쪽으로 몸을 돌릴 때 7호가 고개를 흔들었다.
"용부가 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글렀습니다. 빨리 자리를 피합시다."
세 명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나자 얼마 후 두 개의 그림자가 나타났
다. 그들은 태양신군과 한천마검이었다.
"이 근처에서 결투가 있었던 모양이요."
그들은 3호의 떨어진 팔과 6호의 부서진 눈을 보았다.
"저쪽이군"
그들은 사령1호, 2호, 3호가 사라진 쪽으로 몸을 날렸다.
소년은 사공운을 보면서 무척 기분이 좋은지 벙글거렸다. 그러다가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주었다.
"이 종이에 적힌 글을 보면 내가 사부님이 보냈다는 것을 믿으실 거
예요."
사공운은 종이를 받아 보았다. 종이에는 단 다섯 글자가 적혀 있었
다.
"소천 대검식(小川大劍式)"
분명 사부의 필체였다. 그리고 사부가 자신에게 전해준 단 하나의 무
공 이름이기도 했다.
사공운은 소년에게서 받은 단약을 꿀꺽하고 삼켜 버렸다.
"하하 역시 사부님 말씀대로 이 종이를 보시고서야 약을 먹는군요.
그럼 이제부터 잘 들으세요. 마지막으로 사부님이 전해 주라는 무공 구
결들인데, 단 한번에 전해 줄게요."
말을 마친 소년은, 전음으로 무공 구결들을 사공운에게 전해주기 시
작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구결들은 저절로 사공운의 머리에 정리
가 되어 들어갔다.
한동안 무공의 구결을 전해준 소년이 다시 벙글거리며 사공운을 보
았다.
"사형이 빨리 돌아 왔으면 좋겠어요. 이제 사부님이 노력한 약을 먹
었으니 얼마 안 있어 돌아오실 수 있을 거예요. 난 남아서 사형을 도와
주고 싶지만, 아직 실력이 모자란다고 바로 돌아오라고 했어요."
"고맙네 사제, 정말 고생했어, 그런데 무공이 아주 높구나?"
"사형이 내 나이 때와 비교하면 멀어도 한참 멀었죠. 제가 지신 있는
것은 신법뿐이에요."
사공운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난 네 나이 때 무공은커녕, 그런 것이 있는지도 몰랐다. 열심히 나
무를 해서 연명하고 있을 때였지."
"하하, 정말 완벽하게 기억을 잃으셨군요."
사공운이 조금 의아한 눈으로 소년을 보자. 소년은 다시 웃었다.
소년은 자신이 마지막에 건네준 작은 보통이를 보면서 말했다.
"그 안에는 광견이 기억하는 체취를 죽일 수 있는 약이 세 개, 개의
후각을 속일 수 있는 약이 네 개 들어 있어요. 그리고 지금 독편복을
조종하는 자가 있는 곳도, 그 보퉁이 안에 들어 있을 거예요. 그럼 난
가요."
소년은 체취 제거 약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하게 알려둔 후, 후다닥
사라져 버렸다.
사공운은 멍청하게 서 있다가 서둘러 짐을 챙겼다. 무엇인지 살펴 볼
겨룰은 없었다.
자신이 자리를 뜬지 벌써 반 시진 정도는 된 것 같았다. 그는 서둘
러 돌아갔다.
사공운이 돌아오자 막광과 공손기가 동굴 앞에 서 있다가 사공운을
보고 조금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자넨 어디 갔다 오는가?"
"사부님께서 오셨다 가셨습니다."
사공운의 말에 막광과 공손기의 표정이 변했다.
"아니 여기까지 오셨다가 그냥 가셨단 말인가?"
공손기가 조금 섭섭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부님이 직접 오신 게 아니라 사람을 보내셨습니다. 제 무기 몇 가
지를 보내셨고, 어제 독편복과의 싸움에 우리를 이리로 인도하신 분도
그분이십니다."
"그랬었군, 난 자네가 여기 지리를 잘 알고 있어서 찾아 온 줄 알았
네."
공손기가 그런 일이 있었냐는 얼굴로 말했다.
"저 같은 촌 무지렁이가 무얼 알겠습니까?"
사공운의 말에 막광과 공손기의 표정이 조금 괴상하게 변하며 그의
얼굴을 보았다. 사공운의 손이 자신도 모르게 얼굴로 올라갔다.
"자네가 몰랐으면, 우린 다 죽었네."
막광의 말에 사공운은 어리어리한 표정으로 말했다.
"운과 행운이 일치한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닐세."
막광이 가볍게 웃었다. 아무래도 지금 눈앞의 청년 무사는,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 스스로 모르고 있는 모양이라 생각했다.
"이제 들어가세. 좀 쉬어야지. 잠시 후엔 여기를 뜨기로 했네."
막광이 앞장서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사공운이 조금 놀란 얼굴로 공손기를 보았다.
"여기서 언제까지 버티고만 있을 순 없지 않겠나? 일단 출발하기로
했네, 악전고투가 염려되지만,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수도 없고."
"주정은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 있는 것으로는 오늘밤이 한계일 것입
니다. 그리고 원숭이들이 가지고 있던 주정은 저희가 모두 가져와 더
이상 보충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방이 트인 곳보다 여기 동굴에
서 독편복을 상대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사공운의 말에 공손기의 얼굴이 무거워졌다.
"그걸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네, 그렇다고
적을 기습하자니 그것도 어렵네."
"저에게 방법이 있을 것 같긴 합니다."
공손기가 눈을 크게 뜨고 사공운을 보았다.
"그게 무엇인가? 아니 어서 들어가세. 들어가 막당주님과 의논하세."
사공운은 안으로 들어서다가 주춤하였다. 가마 안에만 있던 용설아가
밖에 나와 섭소봉 하소란과 함께 앉아 있었다.
사공운은 가슴이 터져 나갈 것 같은 기분을 가까스로 진정시켰다.
그의 시선은 용설아 근처에도 다가가지 않았다.
막광은 공손기의 이야기를 듣고 벌떡 일어서서 사공운을 보았다.
"초영무, 그게 진짜인가? 무슨 방법인가?"
막광의 외침에 전 시선이 사공운에게 모아졌다.
사공운은 막광의 앞에 다가와 손에 든 봉지 세 개와 알약 몇 개를
꺼내어 들었다.
"사부님이 주고 가신 것입니다. 이 봉지 안의 약을 풀어 몸에 바르면
광견과 독편복이 기억한 사람의 췌취가 완전히 사라질 뿐만 아니라, 광
견의 후각까지도 완벽하게 속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종이에
적힌 곳은 바로 독편복을 조정하는 자가 있는 곳이 적혀 있습니다."
막광과 운자게 섭소봉의 얼굴에 희망이 떠올랐다. 일단 청룡당의 고
수 세 명이면, 어떻게든 백수문의 배후를 공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록 힘들겠지만 그래도 희망이 생긴 것이다.
"하나는 소공녀께서 쓰셔야 하네, 그리고 나와 광견살검(狂犬殺劒)
오구(吳九)가 그 약을 쓰겠네."
"명을 따르겠습니다. 당주."
언제나 눈에 광기가 어려 있는 오구가 힘차게 대답했다. 그러나 가장
먼저 반대를 하고 나온 것은 사자검 운자개였다.
"그건 안됩니다. 어떤 전쟁에서도 최고 책임자가 적진에 뛰어드는 경
우는 없습니다. 당주님은 유사시 호위무사들을 끝까지 지휘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거긴 제가 갑니다."
그의 말은 단호했다.
"그럴 수 없네, 자네도 알다시피 독편복을 조종하는 자는 백수문의
백안귀(白眼鬼) 노구(盧邱) 일세, 여기에서 그 자를 상대 할 수 있는 자
는 현재 나밖에 없네."
"무공이라면 저도 당주님 못지 않습니다."
사자검 운자개는 양보하려 들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자네 보담은 반수 정도 위일세 그렇지 않은가?"
막광의 말에 운자개는 할 말이 없었다.
"그 반수는 ... ..."
"명령일세. 지금 이 약을 쓸 수 있는 고수는 단 둘일세, 자네와 섭호
위장은 내가 없을 때 청룡당을 맡아야 하니 갈 수 없고, 오구는 자네
둘을 빼고 공손기와 함께 최고 고수이니 함께 가는 것일세."
"그럼 왜 내가 빠지고 오구입니까?"
공손기가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공의 깊이는 차이가 없지만, 전쟁에는 오구의 용맹이 자네보다 앞
서고, 지금처럼 수하들을 통제하는 것은 자네가 앞서네, 그리고 우린
싸우러 가는 중이고."
공손기는 그래도 불만 어린 표정이었다.
"그 약은 제가 쓰지 않겠습니다."
갑작스런 용설아의 말에 모두 놀란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
"차라리 한 명의 고수에게 더 사용하십시오. 그게 옳을 것입니다."
"그건 안됩니다. 만약을 대비해서 소공녀께서 쓰셔야 합니다."
"난 싫습니다."
용설아가 강한 어조로 말했다. 모두 난처한 표정으로 막광을 보았다.
"제가 생각하기엔... ..."
사공운이 앞으로 나서자 막광이 구세주라도 만난 듯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기탄 없이 말해보게."
"어차피 이 싸움은 전력 투구입니다. 전력이 나누어진다고 될 일도
아니고, 소공녀께서 이 약을 쓰신다고 해도 백안귀를 물리치지 못하면
모두 헛고생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이번 암격조엔 당주님과 사자검 운
자개님, 그리고 오구 소호장님이 함께 투입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
다. 여기는 섭호위장님이 맡으면 됩니다. 그리고 저도 반드시 함께 가
고 싶습니다."
막광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 확실히 사공운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어차피 백안귀를 죽이지 못한다면 독편복의 공격을 이기긴 힘들 것이
다.
"좋아 그렇게 하기로 하지, 하지만 자네는 갈 수 없네, 그것은 그 광
견들이 비록 우리의 체취를 맡을 수 없지만, 그 후각은 10리 밖에서도
사람의 냄새를 맡는단 말일세."
"그건 걱정 없습니다. 여기 그 개들의 후각을 막을 수 있는 약도 네
개가 있습니다. 아쉽다면 이 약은 이미 기억하고 있는 사람의 췌취까지
는 막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막광의 눈이 더욱 반짝였다.
"그럼 네 명이 더 갈 수 있는 것인가?"
"반드시, 개와 독편복이 체취를 기억하지 못하는, 일반 조장 이하급
이라야 가능합니다."
"좋아, 그럼 이번 공격조는 모두 일곱으로 하고, 사영무를 합해 3명
의 수하들을 더 차출하게, 그럼 우린 준비를 해야겠지."
그렇게 해서 공격조는 청룡당 당주 막광과 사자검 운자게, 광견살검
오구, 사공운, 소혼장 호군, 그리고 시무로서 8조 조장인 영사검 하량,
9조 조장이자 영무, 용권 고철환이 뽑혔다.
뽑힌 사람들이 전부 4호위대 내택 근무조에서 뽑힌 것만 보아도, 보
통 내택 호위대 무공 수위를 알만한 일이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공격조는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용설
아에게 인사를 하고 동굴을 벗어났다.
백안귀 노구가 있는 산은 동굴에서 조금 벗어난 산 위였다. 조금 이
라고 하지만 약 20여리의 거리였기에 일행은 서둘렀다.
독편복들의 재 공격이 있기 전에 백안귀를 찾아야만 했다.
공격조는 어둠 속에서 백안귀가 있는 야산의 뒤쪽으로 돌아갔다. 지
금까지 광견들의 행동이 없는 것으로 보아 사공운의 사부가 준, 약이
효혐이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7인의 공격조에게 더욱 큰 자신감을 주
었다.
산의 정상에 가까울수록 공격조는 조심스러웠다. 다행히 특별한 경계
는 없었기에 산 위까지 올라가는 데 큰 지장은 없었다.
"당주님, 백안귀가 너무 허술 한 것, 아닙니까?"
운자개의 전음을 들은 막광의 얼굴에 기이한 미소가 어렸다.
"백안귀는 사람을 잘 믿지 않는다고 하네, 오로지 자신이 부리는 짐
승들만을 믿는다고 들었다. 그는 자신의 광견을 너무 믿는 것 같군"
"다행입니다."
"문제는, 광견의 청각과 감각입니다."
오구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지금 세분이 바른 약은 10리 밖에서 광견의
청각과 감각을 마비시킬 것이라 했습니다. 처음부터 광견을 상대하기
위해 만든 약이라고 했습니다."
"이거 정말 죽이는 약이군."
운자개가 달빛 속에서 하얀 이를 들어내고 웃었다.
모두들 안심한 표정이었다.
산 위로 올라온 일행은 약 20여 장 거리에 있는 백안귀 일행을 볼
수 있었다. 백안귀 일행을 살피던 막광의 얼굴이 굳어졌다.
"저 꼽추는 혹시 단혼철장(斷魂鐵掌) 요도가 아닙니까?"
운자개의 전음에 막광의 고개가 끄덕였다.
"이거 생각보다 쉽지 않겠습니다."
운자개의 말에 막광의 얼굴이 조금 무거워졌지만, 그의 눈은 자신감
에 넘쳐 있었다.
"우선 기습으로 저 다섯 명의 대한과 세 명의 청년, 그리고 세 마리
의 광견을 죽이도록 하세, 그리고 그 이후에, 내가 백안귀를 자네가 요
도을 상대하기로 하지, 나머지는 각자 알아서 상대하도록..."
막광은 명령을 내리다 한 명의 중년 남자와 한 명의 중년 여자를 보
았다.
"저들이 누구인지 알겠나? 운 호위장."
운자개는 두 남녀를 자세히 살피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만만한 상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막광은 잠시 망설였다. 상대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모르는 상황에서
덤빈다면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
"여하간 저 둘이 백안귀 노구 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운자개의 말에 막광도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계획대로 한다."
일단 짧은 작전 명령이 하달되자 막광은 품에서 두 자루의 비도를
뽑아 들었다. 그 뿐이 아니라 사자검 운자개, 광견살검 오구도 손에서
각자 수리검을 꺼내 들었다.
사공운은 자신이 이층에서 본 비룡 비급에 수리검을 사용하는 무공
이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
'호위대는 전부 수리검 사용법을 배운다고 들었는데, 당주님마저 수
리검을 사용하는구나.'
사공운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막광과 운자개, 오구의 신형이
화살처럼 날아갔다.
사공운을 비롯해 호군과 나머지 두 명의 공격조도 지체 없이 몸을
날렸다. 이미 먼저 누구를 공격할 것인지 약속이 되어 있었기에 자신이
맡은 상대를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막광과 운자개의 신형이 백안귀 일행을 향해 돌진해 들어가는 순간,
백안귀와 단혼철장(斷魂鐵掌) 요도, 그리고 두 젊은 남녀의 시선이 거
의 비슷한 시기에 고개를 돌리며 소리를 질렀다.
"누구냐?"
"기습이다."
"피해라."
각기 다른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막광의 청룡검이 비룡18쾌검의 제
10식인 비룡섬간(飛龍 墾)의 초식으로 개를 지니고 있는 청년 한 명의
목과 광견을 한번에 쓸고 지니 갔다. 동시에 그의 왼손에서는 두 자루
의 수리검이 백안귀의 양 눈을 향해 날아갔다.
질겁을 한 백안귀가 몸을 틀 때, 청년의 목은 광견과 함께 두 쪽으로
갈라져 바닥에 엎어졌다. 거의 같은 시간에 백타와 홍의의 여자, 그리
고 흑의의 남자는 자신들에게 날아오는 수리검을 피하느라 한 두 발씩
뒤로 물러섰고, 그 순간 세 마리의 개와 세 명의 청년은 모두 죽고 말
았다. 너무 짐승을 믿었던 백안귀의 큰 실수였다. 또한 모든 공격을 세
명의 청년과 세 마리의 개에 집중한 탓도 컸다.
다섯의 대한 중엔 세 명이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하하하, 귀하가 백안귀인가?
"청룡검 막광과 사자검 운자개로군."
단혼철장(斷魂鐵掌) 요도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막광을 보았다.
"요도, 이 빌어먹을 늙은이 왜 나는 빼냐?"
오구가 나서며 못 마땅한 표정으로 요도를 노려보았다.
"광견살검 오구."
"흥 이제야 나를 알아보는군."
백안귀는 동자가 없는 눈으로 죽은 청독광견을 보며, 눈물을 글썽였
다. 자신의 제자라 하는 대한들이나 청년들의 죽음은 안중에도 없었다.
요도는 기가 막힌 듯, 오구를 보았다. 겨우 30대 후반의 새파란 후배
에게 막말을 들었으니 요도의 노화는 넘치고 넘쳤다.
"이 애비 어미도 모르는 개자식아, 감히 아무에게나 말을 막하는 구
나?"
요도의 욕설에 오구는 빙긋 웃었다. 마치 선비 같은 모습의 오구는
언뜻 보기엔 상당히 순해 보였다. 그러나 그가 순하다면 광견살검이란
살벌한 별호가 붙을 리 만무였다.
"개새끼가 무슨 애미 아비를 알아보겠느냐? 나 개 맞아!"
오구의 태연한 말에 요도는 할말이 없었다.
그의 얼굴은 막 삶아 놓은 낙타의 얼굴처럼 변해 버렸다.
백안귀가 한발 앞으로 나오며, 막광 일행을 둘러보았다.
"대체 어떻게 왔느냐? 어떻게 광견들과 독편복을 속일 수 있었지?"
그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다는 얼굴이었다.
"그게 뭐 어려운 일이냐?"
사자검 운자개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백안귀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평범한 개의 예민한 후각은 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청독광견(靑毒
狂犬)의 후각은 다른 개의 수십, 아니 수백 배에 달했다. 그런데 어떻
게 이 개들의 예민함을 속이고, 이렇게 까지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단
말인가?
광견들은 목이 달아날 때까지도 이들의 침입을 모르고 있었다.
막광이나 운자개 등도 자신들이 너무 쉽게 성공하자 조금 어안이 벙
벙했다. 단지 자신들이 몸에 바른 약의 효과 중에 개의 청각과 감각마
저 마비시키는 성분이 제대로 작용했다고 어림 짐작할 뿐이었다.
"근데 지금 그런 말, 할 시기가 아니지."
막광이 자신의 청룡검을 들고 백안귀에게 갑자기 달려들었다.
"이노옴 내 청독광견(靑毒狂犬)을 죽이다니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이 우라질 개 같은 자식아"
백안귀가 허리에 찬 검을 뽑아들고 막광에게 달려들었다.
검신이 구불구불하고 검신 가운데 하얀 눈동자가 선명하게 그려진
백안사검(白眼蛇劒)은 백안귀 노구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었다.
"슈걱"하는 소리와 함께 둘의 신형이 엇갈렸다.
둘은 처음 대결에서 서로 이익을 보지 못했음을 알자 자존심이 상했
다.
"제법이구나? 막광 이번엔 이걸 받아봐라."
백안귀는 아무리 용부라 하더라도 일개 당주를 상대로 이익을 얻지
못하자 몹시 화가 난 듯 했다. 그래도 자기는 명색이 500년 전통의 백
수문 삼대 장로 중 한 명이 아닌가? 그의 검이 묘하게 흔들리며 막광
의 얼굴과 가슴을 향해 찔러 왔다.
"얼마든지 와라."
막광은 지지 않고 대꾸하며 자신의 청룡검으로 반원을 그리며 상대
의 공격을 쳐내려 하였다. 그러자 찔러오던 백안사검이 급작스럽게 거
두어지며, 막광의 하체를 쓸어 왔다. 그러자 막광의 검이 아래로 내려
가며 상대의 검을 쳐내려 한다.
둘은 실력은 거의 차이가 없어 보였다.
"어이 꼽추 우리도 한번 해볼까?"
사자검 운자개가 빙글거리며, 단혼철장(斷魂鐵掌) 요도에게 다가섰다.
"어서 오너라 일장에 피 떡으로 만들어주마."
"그보단 내가 자네의 뼈를 아주 잘 다듬어 주겠네. 이리 오시게."
사자검 운자개가 비룡출해(飛龍出海)의 검식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어헝"하는 소리와 함께 요도는 쌍장을 교차하며 물러서지 않고 마
주 돌진해 왔다. 그의 철장은 섬서성 일대에서 가장 유명한 절기 중 하
나였었다. 한때 철장경쳔(鐵掌驚天)이란 말로 그의 오호철묵장(五呼鐵
墨掌)을 즐겨 이야기했었다.
"쩌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장력이 사자검 운자개의 검을 헤집
고 들어오는 순간, 운자개의 검이 교묘하게 비틀어지며, 노구의 장력을
흩어지게 만들고, 그 검첨이 요도의 손목을 잘라내려 하였다. 이는 비
룡18쾌검의 비룡사목(飛龍蛇木)의 초식으로, 요도는 기겁을 해 뒤로 물
러서며, 장을 거두어 들었다.
사자검 운자개는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맹공격을 감행하였다.
요도는 아차 싶었지만, 한번 밀리기 시작한 결투의 양상은 좀처럼 만
회하기 어려웠다.
같은 비룡검법이라도, 사자검 운자개의 검은 마치 거친 파도 같았다.
그의 사자검은 비룡18쾌검의 제1식 비룡발의(飛龍拔議)에서 2식 비
룡도파(飛龍道破), 3식 비룡출해(飛龍出海), 4식 비룡삼회(飛龍三會)를
연이어 펼치며 요도를 몰아 넣고, 중5식 중 절기인 비룡섬간(飛龍 墾)
으로 그의 가슴을 노리는가 하더니, 비룡점점(飛龍點點)의 초식으로 급
하게 변화하며 요도의 목을 노리고 찔러 왔다.
요도는 정신이 없었다.
사자검 운자개의 검법은 하나의 초식이 다음 초식과 결합하여 움직
이는데, 서너 개의 초식변화가 마치 단 한 개의 초식인 듯, 유연하면서
도 막상 대하고 보면 한없이 거칠었다.
철장을 휘두르고 보법을 밟아 피하려 하였지만, 운자개의 검은 자신
과 끈으로 연결된 것처럼 붙어 왔다.
요도의 등골에 식은땀이 흐른다.
막광과 노구, 운자개와 요도가 생사를 건 대결을 펼칠 때, 광견살검
오구는 두 명의 대한에게 달려들었다. 두 대한은 백안귀의 제자라고 하
지만 무공이 강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짐승을 다루는 기술에 강한 자
들이었다.
그들은 변변히 대항한번 못해보고 오구의 광기에 밥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남은 두 명의 남녀는 조금도 미동하지 않고 그 모습을 보고 있
는 게 아닌가?
사공운과 소혼장 호군,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의 조장들은 왠지 그들에
게 함부로 덤비지 못하고 있었다.
우선 그들의 여유가 껄끄러웠다.
두 대한을 물리친 광견살검도 무엇인가 분위기를 눈치챈 듯, 그들에
겐 함부로 덤비지 못했다.
"호오 네가 바로 광견살검이구나."
무척 감탄한 표정으로 말하는 여자의 모습은 마치 아들을 아우르는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오구가 움찔하며 뒤로 한발 물러섰다.
그녀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가볍게 웃었다.
광견살검 오구는 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같이 웃었다.
"내가 바로 광견이요. 저기 죽은 녀석들과 같은 종류라 아무나 물고
늘어지면 놓지를 않는다오."
광견살검 오구가 자신의 검을 혀로 할트며 죽은 청독광견을 슬쩍 보
았다. 그의 눈이 번들거리며 여자의 얼굴을 쏘아보았다.
당신은 누구요 하는 눈초리였다.
여자의 입가에 아주 자애로운 미소가 떠올랐다.
"난 개는 좋아하지만, 광견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녀의 말에 광견살검 노구가 미소를 띄웠다.
"곧 좋아하게 될 거요."
"호호 제발 그렇게 만들어봐요. 그러면 나도 심심하지 않을 것 같은
데."
"내 이름을 알고 있다면 자신도 소개 좀 해보시오."
오구의 물음에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난 호요랑이라 해요."
그녀의 웃음은 참으로 귀티가 났다. 입을 가리고 웃는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호요랑이란 이름을 들은 오구의 안색이
검게 죽어갔다.
"제길 똥 밟았군."
오구는 씁쓸했다. 설마 이 희대의 마두들이 여기에 나타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어머 날 아는군요. 반가와라."
호요랑이 살포시 웃는다.
"그럼 저 사람은 당신의 낭군인 화중중이겠군."
"당신은 참 영리하군요."
그것은 긍정이었고, 오구는 가슴이 철렁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누
구인지 잘 모르는 사공운만 빼고 나머지 세 사람의 안색도 일변했다.
호요랑은 나타난 사람들을 훑어보면서 사공운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처음 나타날 때부터 그가 마음에 걸린 이유라면 다른 사람은 나름대로
다 아는 사람이었지만, 사공운만 신상이 파악되어 있지 않았던 터였다.
그런데 자신과 자신의 남편 이름을 듣고도 태연하다.
'혹시 청룡당에서 따로 초청한 고수인가?'
일단 사공운을 경계의 대상에 놓은 홍의 미녀 호요랑은 천천히 내공
을 끌어올렸다. 그녀의 내공은 은밀해서 다른 사람은 그녀가 내공을 손
끝에 모았는지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단지 사공운은 감각으로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어떻게 그것을 느꼈
는지 모르지만, 그의 감각이 그에게 위험신호를 알리고 있었다.
첫댓글 즐김~!
잘 읽었습니다
즐독!!!!!!!!!!
ㅎㅎㅎ
위험
ㅈㄷㄱ~~~~~~````````````````
감사해요~~~^~
ㅈㄷㄳ
감사드립니다
잘읽었습니다
즐감
즐독 감사합니다^^^
감사...
즐독
잘읽었습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