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어제 대한민국 국경이 뚫리고 공군기의 기총소사가 난무하는 상황에서도 청와대와 서울을 떠나 다소는 한가한 부산 근교로 내려갔다.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바닷가 거북선 횟집에서 모처럼 바다향기나는 점심을 즐기며 휴식했을 것이다.
볼턴을 만나지 않기 위해서였을 수도 있겠다. 휴식을 핑계대고 정의용을 앞세웠다. 볼턴은 나경원을 먼저 만났다. 볼턴을 만났다면 아마 호르무즈 파병 등에 대해, 그리고 일본과의 경제전쟁에 대해 쓴소리를 들어야 했을 수도 있다. 러시아의 영공침범, 중국의 카디즈 침공에 대해 언급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도 문재인의 목을 죄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 문제에 대해서는 문의 언급이 없다....
놀랍게도 어제 대한민국의 NSC가 열리지 않았다. 국경이 뚫리고 전투기가 출격하여 3국이 뒤엉키는 준전시 상황에서도 NSC가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독도의 국권이 유린되는 상황에서였다. 이는 국정의 방기라기 보다는 포기였다. 아니 <문재인의 도피>라고 해야 맞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그 일과의 직면을 피해버리는 그런 유형의 불안증후군이다. 어제 문재인의 부산행은 그런 전형적인 도피행각이라고 나는 본다.
그의 부산행은 필시 현안으로부터의 도망이다. 자신이 처리할 수 없는 과중한 국정 과제들로부터 도피하고 싶을 것이다. 대통령을 괜히 했다는 후회가 막급할 것이다. 모든 대통령이 그런 것을 느낀다지만 문재인은 유독 심한 것같다. 노무현도 그랬다. 그래서 문재인에게 부디 정치를 하지말라고 간곡히 부탁했다지 않은가.
문재인의 피가 마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얽혀드는 과제의 대부분은 자신이 만든 악업이요 자신이 잘못 판단한 일이요 그래서 더욱 엉기고 꼬여드는 그런 일들이다. 경제도 그렇다. 상반기에는 정부 돈을 풀어 억지로 경제성장율을 플러스로 만들기는 하였으나 2분기 민간성장율이 마이너스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경제는 더구나 문재인의 능력 범위 밖이다. 문재인으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다. "내가 이다지도 열심히 챙기는데 왜 뒷걸음질이라는 말인가"라고 생각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장경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소위 '보이지 않는 동력학'에 대해서는 백지에 가까운 무지 상태라고 본다. 그러니 열심히 뒤로 달리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는 대통령같은 극도의 지력과 체력, 정열이 요구되는 그런 일을 해서는 안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촌락공동체에서 편안하게 살아야할 사람이 너무 큰 책임을 걸머졌다.
괜한 고생을 하고 있다. 그는 상상력이 없는 사람이다. 그는 본인이 지금 박근혜와 전 정권에 대해 가하고 있는 고통이 얼마나 야만적이며 지독한 것인지를 느끼지 못하는 '도덕적 백치'라고 나는 생각한다. 적폐청산이라는 레토릭이 어리석은 자들의 도덕적 불감증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고도의 심리적 방어기제를 문재인은 결코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가 불가피하게도 개인의 부를 탈취하도록 만들어진 현대 조세제도가 절도와 강도짓에서 갖는 개인들의 도덕적 양심을 무디게 만든다는 것도 문재인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사회와 도덕이 어떻게 길항작용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설정한 적폐청산이라는 정치보복의 이면도 문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니 책임감이나 양심은 실종 상태다.
나는 자연인 문재인이 나랏일과 나라경제를 망치고 싶어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는 절대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는 진심으로 사태를 바로 잡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지식 체계는 국가를 정상 상태로 향도 내지는 경영할 수 있는 것과는 거리도 멀고 방향도 잘못되었다. 사태는 이미 너무도 명확해졌다. 지도자의 무지와 둔감함은 바로 국민들의 불행이 되고 양심상의 범죄를 구성하게 된다는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지도자의 무지는 때로 책임질 사태를 생산해 낸다.
문재인의 하차는 대한민국 대통령제의 진정한 실패를 뜻한다. 우리는, 그리고 거리의 애국시민들은 쉬운 말로 "문재인 하야, 문재인 탄핵"을 외치지만 실은 예견하기도 싫은 불가측의 사태가 전개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간 정치권의 늙은 구렁이들은 문재인의 실패를 내각제로 전환하는 필연적이며 절호의 기회인 그런 상황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아, 그러나 내각제라는 것은 또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박근혜를 탄핵으로 몰고간 구조학이 바로 정치권 중간 보스들의 내각제적 충동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오, 한국 정치의 이 진퇴양난이여! jk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