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교회는 좀 다른 것들을 지향하는데요, 자세한 건 다음 기회에...
암튼 추석을 앞두고 왕언니격이신 붓꽃님이 교회 홈피에 올려 무수한 지지 댓글 받고 계신 중인 글 하나 올립니다.
(그 왕언닌 60세가 좀 넘으신 걸로 알고 있어요^^)
말복 때 만나서 삼계탕을 먹자고 지난번 모였을 때 약속을 했는데 날이 웬간 했어야지요. 처서도 지나고 한숨 돌리게 생겼다고 의견 일치가 되어 모처럼 자리를 같이 했습니다. 동서도 다섯이나 되니 시간 맞추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제가 셋째 중간이니 위아래를 자연 연결하게 되더군요.
명일동의 이름 난 삼계탕을 한 그릇씩 비우고 2차로 가는 커피숍에서 중요한 안건을 제가 얘기를 했습니다. 바로 위형님과 아래동서들과는 미리 입을 맞추고 총대만 제가 매는 형상입니다.
올 추석부터는 우리 동서들이 전날은 안 가고 추석 날 아침에 간다고 말예요.
맏 시숙의 제사모시기는 너무 엄격해서 ( 엄격은 무슨? 생각이 꽉 막혔지!)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만들어야 한다고 40년을 한결같이 여자들을 부려먹었는데 당신 며느리가 들어온 뒤로도 마찬가지였어요. 조카며느리들로서는 시숙모가 넷이나 되니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70대 중반의 시숙은 고집을 꺽지 않고 추석에 송편 한말을 빚게 했어요. 동서 다섯과 조카며느리 셋이 꼬박 대여섯 시간을 빚으면 다리에 쥐가 나고 허리가 아파 며칠을 앓아야 했지요. 전유어도 대소쿠리에 가득 만들어 집집마다 싸주니 여자의
노동이 어떨거라는 건 아실겁니다. 남자요? 먹으면서 화투 치지요.
그런데 올 3월 시어머니 제사에 큰 조카며느리가 살짝 저에게 언질을 주더군요.
시아버지가 제일 어려워하는 이가 셋째 작은어머니라고요.
그래서 집집마다 전화를 돌렸지요. 아래동서들이야 짝짝짝이고 위형님이 망설이시더군요. 강경하게 나갔지요. 우리도 살고 조카며느리도 해방시켜주자고요.
송편은 제사상에 올라가는 한 접시만 만들고 그냥 먹을 건 시장에서 구입하자고요.
나머지도 제사상차림만 만들고 싸주는 거 생략하자고요.
맏동서가 시숙에게 말은 하겠다고 하면서 그 성질이 어디가겠냐고 하시네요.
무조건 셋째에게 미루라고 했습니다. 어른도 시대의 흐름은 알고 따라가셔야지요.
실컷 수다 떨고 남편 흉보고 추석날 아침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현관에 들어서니 남편이 일찍 들어와 있더라고요.
“내 욕, 실컷 하고 왔어?”
“그럼, 당근이지!”
첫댓글 녹록치 않은 세월의 무게가 묻어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