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반려의 세상
민병식
자녀 들이 성장함에 따라 발생하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예를 들자면 장점은 어렸을 때만큼 손이 가지 않는 것이다. 어린이 집이나 초등학교 시절엔 숙제며 준비물이며, 아이 생일잔치며 하나 부터 열까지 모두 챙겨야했다. 둘째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생일을 맞았는데 친구 들을 집에 초대해 마술공연을 보여주고 싶다고하여 아이의 교우관계를 넓혀준다는 명목으로 비싼 돈을 주고 마술사까지 섭외하여 집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을 정도로 부모 역할을 하느라 이것 저것 신경써야할 것들이 많았다.
반면에 단점 중 가장 큰 것은 외로움이다. 한창 자랄 때의 재롱이나 아빠를 찾는모습은 없어진지 오래고, 공부며, 학원이며 바쁜 탓에 내가 먼저 잠이 드는 날도 있고, 특히 주말에는 아이들이 친구를 만나거나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통에 얼굴 보기가 더 어렵다. 물론, 성가시게 하지 않아서 좋은 점도 있으나 때때로 부모자식 간의 정도 느껴보고 싶고 대화도 나누고 싶은데 이 녀석들은 부모에게 도통 관심이 없으니 품안의 자식이라는 옛말이 하나도 틀린게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요즘이다.
주말이면 동네 주민 들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 들을 발견하고 나도 반려견을 키워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 저것 자료를 검색하다보니 마티즈, 푸들, 포메라인 등등 종류도 다양하고 예쁜 강아지들이 참 많다.
어린시절 우리 집에서 개를 키웠었다. 그 때만해도 반려견의 인식이 없을 뿐더러 요즘처럼 순수혈통이 아닌 흔히 똥개라 불리우는 믹스견이어서 모두 실외에 있는 개 집에서 키웠고 세퍼드 외에는 잘 묶어놓지도 않았다.
우리 집에는 검둥이라고 불리는 개 한마리가 있었는데 풀밭에 염소를 풀어놓듯이 풀어놓으면 하루종일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저녁이 되면 알아서 집에 들어오곤 하였고, 특히 나를 잘 따라서 학교에 갔다가 올 때는 꼭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길 모퉁이에 앉아 있다가 나를 보면 꼬리를 흔들며 반가워했던 기억이 있다.
어느날 학교 다녀오는 길에 검둥이가 보이지 않고, 집에도 없길래 하루종일 찾아다녔지만 흔적이 보이질 않았다. 부모님께 여쭈어 보았으나 모른다고 하셨고, 들어오겠지
하고 기다렸지만, 검둥이는 몇일, 몇달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왜 집을 나갔을까? 추정하던 중 아버지께서 검둥이를 시장에 내다 팔자고 어머니께 말을 하셨는데 그말을 검둥이가 우연히 듣고 그 이후 보이지 않는다고 하셨다.
개가 사람의 언어를 바로 알아들을 수가 있을까?
간단한 ''이리와'', ''앉아!'' ''엎드려!'' 등은 훈련을 통해 알 수 있겠지만 팔아버리겠다는 말을 듣고 집을 나갔다니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는 참 희한한 경험이었다.
최근 키우던 반려견을 유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특히, 휴가철이나 명절이면 유기한 개들로 보호소 공간이 모자랄 정도라고 하니, 귀엽고 예쁜 강아지일 때는 반려견이고 키우기에 질린다고, 짖는다고, 늙고 병들었다고 갖가지 이유로 키우던 생명을 버린단다. 지금도 유기동물 보호소에는 유기견으로 넘쳐나고,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일정기간 후에 안락사를 시키기도 한다니, 평생 가족이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평생을 주인만 바라보는 말 못하는 동물을 학대하고 버리는 사람들, 자신을 버리고간 주인을 기다리면서 얼마나 힘든 세상을 살고 있을 지를 생각하면 함부로 유기할 일이 아님을 알텐데 누구나가 인정하는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반려동물은 장난감일 뿐이다. 생명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모두 소중하다. 하물며 내가 키우던 개를 버리는 것이 내 자식을 버리는 것과 무엇이 틀릴런지ᆢ 팔아버리겠다는 말을 듣고 집을 나간 검둥이가 준 교훈이 우리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가 동물이 모두 알아들을 뿐더러 그말을 듣고 큰 상처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반려견을 맞이하게 된다면 유기견을 입양하는 것도 불쌍한 동물들에게 사랑을 나누어 주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 아닐까 싶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반려는 반려가 아니다. 어떤 경우라도 끝까지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책임지고 함께하것이 진짜 반려아닐까, 모두가 한 번 맺은 인연을 책임지는 사랑 가득한 반려의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첫댓글 개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요
강아지를 키운지가 얼마나 되었는지요
개가 먹인지 4ㅡ5년 되면 사람 말을 알아듣고 나갑니다
소 짐승도 시장에 내어다 팔려고 하면 눈물을 흘리지요
특히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가 그렇지요
반려견도 가족이지요
주인이 사랑받는 반려견은 눈빛이 다른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