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남자라 불리는 사내
悠悠희
가을이 오면 버릇처럼
시작하는 가을 열병
이유 없이 누군가가 그리워져
가을이면 앓는 병
아, 그 이름하여
가을 타는 남자라 했던가
갈색 깃을 세운 트렌치코트에
철 지난 머플러로 매고
촉수 낮은 가로등에 기대서서
고독을 시인 인양 즐긴다
나뭇잎이 붉게 물들면
스스로도 붉게 물든다는 남자는
잎이 떨어지는 가을이 오면
정해진 곳이 없어도
부르는 사람이 없어도
가을 여자처럼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고 싶어진다
어느 쓸쓸한 오후
세월의 간이역에는
대숲의 찬바람만 잉잉대는데
은사시 나무잎 떨듯
흔들리는 남자 하나
훌쩍 건너온 중년의 삶 속에
짐짓, 어물쩍대다
앞차를 보내고 첫사랑을 보내고
직장을 놓치고 인생도 놓치고서야
비로소 다 갚지 못한 삶의 편린을
후회로 꿀꺽꿀꺽 들이마신다
홀로 인생 역에 남은 채
발부리에 차이는 돌멩이처럼
오가리 들어 시들한 낙엽처럼
이리저리 구르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창백한 양심을
구부정한 어깨에 훈장처럼 달고
없애라 버려라 비워라 외쳐대지만
힐끗댄 눈짓과 무표정한 얼굴들
가슴에 휑한 구멍을 뚫고 나자
빈 바람만 돌아나가는데
기다리는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카페 게시글
─·‥… 자작♡창작글
가을 남자라 불리는 사내
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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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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