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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불용 용인불의(疑人不用 用人不疑)
▲ 고 호암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삼성회장이 1980년 삼성본관 집무실에서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네요 ♣ 의인불용 용인불의(疑人不用 用人不疑) ♣ 중국 사서 송사(宋史)에 '의인불용 용인불의(疑人不用 用人不疑)'라는 말이 나오지요 의심 나는 사람은 쓰지 말고 쓴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는 뜻이지요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은 이 말을 인사 철학으로 삼고 실천하면서 회사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 놓았어요 사람을 잘 골라 일을 맡긴 인재 경영이 성공의 밑거름이었다는 이야기지요 사람을 쓴다는 건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인것 같아요 사람을 잘못쓰면 무너지는건 한순간이지요 사람을 제대로 쓰면 죽다가도 살아나는 것이구요 사람과 조직은 인재를 통해 영위되는 것인가봐요 기업과 국가도 예외는 아니지요 그래서 이병철 회장은 언제나 사업보국(事業保國)을 힘주어 말했다 하네요 다시말해"의인불용 용인불의(疑人不用 用人不疑)" 란 의심스러운 사람은 쓰지 말되 일단 쓰기로 한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는 뜻이지요 중국 송사(宋史)에 나오는 이 말은 동양적 용인학의 근간 이었어요 그래서 백범 김구(金九)선생도 좌우명으로 삼았으며 특히 삼성 창업주 호암(湖巖)의 인사 지론으로 널리 잘 알려져 ! 있지요 한번 믿고 일을 맡기면 주변에서 아무리 흔들어도 그 신뢰를 깨지 않고 끝까지 믿음을 주는 것. 품격이 느껴지는 등용철학 이지요 그러나 요즘엔 많이 달라졌다 하네요 현실에 대입해 보면 이 아름다운 격언은 허망하기 짝이 없이 무너지고 있어요 믿고 맡긴 사람이 일을 망치고 조직을 무너뜨린 사례가 허다하게 많기 때문이지요 기업으로 봐도 탄식이 절로 나올만한 사례가 수두룩하지요 철석같이 믿었던 '부회장'이 저지른 비리에 그룹이 위기에 빠진 대한전선이 그렇고 젊은 임원들을 믿고 재무와 전략을 맡긴 웅진은 그룹이 해체되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2인자의 농단에 선량한 측근들을 내보내고 결국 스스로는 영어의 몸이 된채 중병을 앓고 있는 그룹 회장도 있으며 그렇게 믿었던 2인자는 가차없이 등을 돌려 면회 한번 없이 남남이 되었지요 이렇듯 크고 작은 '신뢰의 실패'는 지금도 여러곳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그렇게 보면 우리는 '용인불의(用人不疑)'의 전제인 '의인불용(疑人不用)'의 단계에 머물러야 하는 시대적 숙명을 안고 있는지도 몰라요 말하자면 '의인불용'의 상시화 라고나 할까요 현대적인 인사관리 조직관리는 사람을 믿지않는 ! 시스템으로 변해가고 있지요 언제 부터인가 조직은 개인을 끊임없이 의심하 고 있어요 월, 분기, 반기, 연도마다 실적을 평가하지요 사람을 믿지 않고 실적을 믿고 있는 거지요 믿을수 있는 무언가를 내놓으라고 다그치고 있어요 잠시 방심해 보여주지 못하면 가차없이 잘라 버리는것이 현실이 되어 버렸어요 믿을수 있는 사람을 쓰기 위해 의심스러운 사람을 가려내는게 아니라 의심하는 속에서 시간을 구획해 선별적으로 고용을 연장해가는 것이지요 마치 인간을 기계화 하는 느낌마저 들고 있어요 그래서 이 사회는 점점 각박해지고 차거워 지는지도 몰라요 너를 이겨야 내가사는 강박심리 너를 팔아서라도 내가 이겨야하는 경쟁심리가 이어지고 있지요 누가 그랬어요 좋은사회란 더불어 함께하는 사회라고 서로 믿고 의지하며 처지면 끌어주고 앞서가면 매달리고 그래서 모두가 함께하는 훈훈하고 행복한 사회가 우리가 지향해온 사회가 아닐런지요? 오늘따라 "의인불용, 용인불의(疑人不用, 用人不疑)" 고사성어가 새롭게 다가 오네요 - * 언제나 변함없는 산적:조동렬(일송) *- ♠ 맑은 물처럼 맑은 마음으로 ♠
슬퍼지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너무 기뻐도 콧등이 시큰해 져서 눈물이 납니다. 슬퍼서 실컷 울면 그 울음대로 후련해 짐이 있습니다. 너무 기쁨에 겨워 펑펑 울고 나면 며칠 동안 그 흥분으로 기쁨에 삽니다. 「어린 왕자」란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색다른 감동을 가져다 줍니다. 이 책은 어쩌면 눈으로 읽는 책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 책이어서 깊은 밤 아주 조용히 읽노라면 어린 왕자의 마음이 너무 예뻐서, 그 말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만듭니다 어린 왕자는 많은 교훈을 가져다 줍니다. 사랑이 있는 곳에선 사물들도 살아나서 노래를 부른답니다. 사막에서의 물이 "다른 물과는 달리 특별한 물이 되어 축제처럼 여겨지는 건 내 팔로 힘들여 길어 올린 것"이라서라는 노력의 아름다움을 가르쳐 줍니다. 소중한 것은, 행복이라는 것은 꽃 한 송이, 물 한 모금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우리는 오직 눈으로만, 감각을 통해서만 찾으려 하기 때문에 정작 찾지 못합니다. 사랑의 눈으로, 마음의 눈으로 소중한 것을 찾을 줄 알아서 작은 꽃 한 송이에서 상큼한 행복을 들추어 내고, 물 한 모금에서 감동의 눈물을 찾을 줄 아는 순수한 마음을 간직함으로써 작은 일에도 감동할 줄 알고, 사소한 물건에서도 감사를 느끼는 맑은 마음을 단 하루라도 간직하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내 마음도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구나"하는 느낌이 1분이라도 내게 머물러서 마음으로 조용히 웃을 수 있는, 그런 순수한 미소를 잠시라도 가져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최복현의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中에서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점 미국의 보도전문채널 CNN은 “세계에서 109번째로 큰 한국에는 ! 북한문제나 한류(韓流) 뿐만 아니라 주목할 것들이 많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10가지를 선정해 소개했다. 국가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준의 ! Internet Smartphone 사용 문화(Wired culture)였다. CNN은 “미래를 보고 싶다면 먼저 한국을 들여다 봐야한다”며 “한국의 인터넷 사용률은 82.7%로 세계에서 가장 높고 80% 가까운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전했다 또 “한국에서는 카카오톡 등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으로 채팅하고 지하철에서 DMB로 TV를 시청한다”며 “2011년에는 세계 최초로 QR코드를 이용해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가상 슈퍼마켓’을 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2. CNN은 한국 성인이라면 누구나 한 장 쯤은 갖고 있는 ‘신용카드’(Whipping out the plastic) 에도 주목했다. 은 세계에서 신용카드 사용자가 가장 많은 국가였다” 면서 “미국인의 1인당 평균 신용카드 거래건수는 77.9건, 캐나다인은 89.6건이었지만 한국인은 무려 129 3. “한국에서는 택시비가 얼마인지에 상관없이 택시기사가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면 불법”이라고 전했다. 다른 어떤 나라 국민들과 구별되는 특징으로 꼽혔다. 63%가 대학교육을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교육열을 자랑한다”며 “한국에서는 밤 늦은 시간까지 불이 켜져있는 사무실이 즐비하다”고 묘사했다. 한국인의 평균 노동시간은 1주일에 44.6시간으로.7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OECD 평균인 32.8시간을 훨씬 웃돌았다. 7. 소주와 맥주, 양주 등을 섞어 마시는 폭탄주 문화(Business boozing), 남성 사이에서도 열풍인 화장품 문화(Innovative cosmetics),
8. 세계랭킹 1위 박인비 선수를 필두로 한 여자 골프(Female golfers) 등을 한국만이 가진 독특한 특징이라고 전했다. 9. 이 밖에도 스타크래프트 등 세계 게임무대를 압도하고 있는 프로게이머들의 실력, 10.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항공기 승무원, 의료여행(Medical tour)으로까지 확산된 성형수술 등이 한국을 대표하는 10가지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
가져갈 수 없는 무거운 짐에
미련을 두지 마오.
빈 몸으로 와서
빈 몸으로 떠나가는 인생
또한 무겁기도 하건만
그대는 무엇이 아까워
힘겹게 이고 지고 안고 있나
빈손으로 왔으면 빈손으로 가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거늘
무슨 염치로 세상 모든 걸 다가져가려 하나
간밤에 꾼 호화로운 꿈도
깨고 나면 다 허무하고 무상한 것
어제의 꽃 피는 봄날도
오늘의 그림자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데
그대는 지금 무엇을 붙들려고
그렇게 발버둥치고 있나
발가벗은 몸으로 세상에 나와
한세상 살아가는 동안
이것저것 걸쳐 입고
세상구경 잘하면 그만이지
무슨 염치로
세상 것들을 다 가져가려 하나
황천길은 멀고도 험하다 하건만
그대가 무슨 힘이 있다고
무겁게 애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나
어차피 떠나야 할 그 길이라면
그 무거운 짐일랑 다 벗어 던지고
처음 왔던 그 모습으로 편히 떠나 보구려
이승 것은 이승 것
행여 마음에 두지 마오
떠날 땐 맨몸 덮어 주는
무명천 하나만 걸쳐도
그대는 그래도
손해 볼 것이 없지 않소
좋은글중에서
♡길거리의 철학자♡
그 버스 정류장에는 몇 년째 '구두 대학 병원' 이라는
간판이 붙은 구두 수선집이 있었습니다.
좁은 공간 안에서 언제나 곱추 아저씨가 열심히 구두를 고치고 있었습니다.
이제 막 서른을 넘긴 종식이가
처음 이 구두 병원에 들른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무렵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종식이는 한쪽만 닳아버린 구두 밑창을 갈기 위해
구두 병원에 들어섰습니다.
먼저 온 아가씨가 구두를 고치고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종식이가 아저씨에게 말했습니다.
"아저씨, 이 구두 밑창 좀 갈아주세요."
"네, 그러죠. 좀 앉으세요."
자리에 앉자마자 종식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죠? 수선비는 얼만가요?"
아저씨가 대답했습니다.
"시간은 37분쯤 걸리고 요금은 7천 원입니다.
지금이 7시 13분이니까 정확히 7시 50분 에 끝나겠네요."
종식이는 좀 놀랐습니다.
30분도 아니고, 40분도 아닌 37분이라니...
"37분이라구요?" "왜요. 못 믿으시겠어요?"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제가 구두 고친 게 벌써 20년이 넘었어요.
척하면 삼천리죠." "알았어요."
종식이는 먼저 온 아가씨 옆에 앉아
아저씨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계속 지켜보니 신기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우선 아저씨는 구두 고치는 모든 기계를
불편한 자기 몸에 맞춰 개조해서 쓰고 있었습니다.
구두 뒤축을 가는 회전숫돌은 왼쪽 발 앞에 있는
페달을 밟으면 나오게 되어 있었고,
못을 박을 때 필요한 쇠받침대는 오른쪽 페달을 밟으면
몸 앞으로 나오게 되어 있었습니다.
머리 위에도 끈이 여러 개 달려 있어서
어떤 끈을 잡아 당기면 사포가 내려오고,
어떤 끈을 잡아 당기면 접착제가 담긴 통이 내려오며,
어떤 끈을 잡아 당기면 펜치가 내려오게 되어 있었습니다.
종식이가 말을 건넸습니다.
"아저씨,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생각을 다 하셨어요?"
"일을 하다보니까 하나씩 아이디어가 생겼지요.
그리고 내 몸에 맞게 연장들을 고치는 게 재미있더라구요.
이것도 발명이죠. 남들이 알아주지는 않지만,
뭐 어디 알아줘야만 맛인가요? 내가 즐겁고
편하면 되는 거지."종식이는 순간 멈칫했습니다.
공부를 많이 한 것 같지도 않은데 아저씨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뭔가 철학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듯햇습니다.
아저씨가 계속 말을 했습니다.
"내가 편하고 즐거워야 손님들도 즐거워하시죠.
종식이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어쨌든 대학 졸업 후 어렵게 들어간 첫 직장은 조그만
여행사였습니다. 그리고 난 내 일에 만족합니다."
명문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변변한 자격증 하나 없었기
때문에 취직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졸업반 때 열심히
입사원서를 냈지만 번번이 서류심사에서 떨어졌습니다.
종식이는 이때부터 세상에 대한 불만을 늘 가슴에
품고 살았습니다. 월급도 별로 많지 않았고 언제나 귀찮은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매일 매일 수없이 쏟아지는 짜증나는
문의전화, 끝도 없는 서류처리, 출발 하루 전 여행을 취소하는 사람들,
남의 여권 수백 장을 들고 대사관 앞에 줄을 서야 할 때 느껴지는
자괴감,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없는 동료들 …… .
이런 것들을 떠올리니 종식이는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구두닦이 아저씨에겐 또 다른 신기한 점들이 많았습니다.
아저씨는 일을 하면서
계속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흥얼거렸습니다.
가끔씩 눈을 지그시 감기도 했고, 머리를 지휘자처럼 흔들기도
했습니다. '구두 닦는 아저씨와 모차르트' 를 떠올리니 도무지
안 어울리는 모습이었습니다.
"클래식 좋아하세요?"
"왜 내가 클래식 들으니까 이상해요?"
당황한 종식이가 얼버무렸습니다.
"저도 좋아하거든요."
아저씨의 풍자적인 대답이 걸작이었습니다.
"클래식은 가사가 없어서 좋아요.
가사가 있는 노래를 들으면 자꾸 옛 사연도 떠오르고,
노래 가사가 다 내 얘기 같고·· .
그런데 클래식은 가사가 없으니까 곡만 음미할 수 있잖아요."
종식이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건 그렇네요."
그러고보니 아저씨의 왼편에는 시집 한 권 펼쳐진 채 놓여 있었습니다.
"시도 읽으시네요."
종식이가 눈이 동그래서 자꾸 물어보자 아저씨는
마치 동생에게 이야기하듯 말을 슬슬 낮추기 시작했습니다.
"詩도 좋아하지".
소설은 한 가지를 이야기하기 위해 너무 많은 말을 해.
결국 한 가지 메시지를 위해 사람도 죽이고 헤어지게도 만들고··.
하지만 시는 단 한마디로 많은 걸 전해주잖아."
이쯤되자 종식이는 자기도 모르게
스승 한 명과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습니다. "돈은 많이 버세요?"
"왜, 자네도 이거 하려고 그러나?
이것도 기업이야.
구두 잘 닦고 친절하게 손님을 대하면 돈 버는 거고,
구두 못 닦고 불친절하면 돈 못 버는 거지."
누구나 아는 얘기지만 뭔가 가슴에 와 닿는 게 있었습니다.
사실 종식이는 한 번도 여행사 일을 자기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친절하게 전화를 받지도 않았고,
한 번 더 전화하고 한 번 더 뛰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낮에는 대충 일하고 오히려 밤늦게 소주잔을 기울이며
회사나 상사를 욕하는 데 더 열심이었습니다.
오전 9시인 출근 시간에 맞춰 출근하는 게 한 달에 두세 번
밖에 안 됐고, 출장비 내역은 늘 부풀려서 올렸습니다.
생각을 멈춘 종식이가 다시 말을 꺼냈습니다.
"그러면 아저씨는 행복하세요?"
"행복이라····.글쎄 늘 행복하면 재미없지 않나?
살다보면 행복이나 불행은 교대로 찾아오는 거잖아."
"그걸 누가 모르나요?"
"알기만 하면 안 되고 그걸 깨달아야지.
그러면 행복이 왔다고 해서,또는 불행이 날
찾아왔다고 해서 크게 흔들릴 일이 없어.
답은 뻔한 거 아냐?
잠깐 불행하다고 영원히 불행할 거라고 비관하지 않고,
잠깐 행복하다고 영원히 행복할 거라고 착각하지 않고
살면 되는 거지. 비관하거나 착각하면 나만 괴로운 거지.
안 그래?"
"그럼 아저씨는 세상이 공평하다고 생각하세요?"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공평하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불공평한 거지."
"그런 말이 어딨어요?"
"생각해보게. 내가 이미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데 공평할 수 있겠어?"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면서도 아저씨의 손은 한순간도
쉬지 않았습니다. 먼지를 털고, 낡은 뒤축을 뜯어내고,
사포질을 한 다음 새로 붙일 밑창에 접착제를 바르고
불에 달구는 모든 과정이 아저씨의 구두약 묻은 손에 의해
차근차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자네는 직장 다니고 있나?" 아저씨가 물었습니다.
"네, 작은 여행사에 다니고 있어요."
"재미있나?"
"재미있긴요. 죽지 못해 다니는 거죠."
"그럼, 죽기 아니면 다니기네."
"그렇게 되나요?"
"죽는 것과 바꿀 정도로 선택했으면 열심히 다녀야지.
있는 그 자리에서 열심히 해야 더 큰 물로 가는 거야.
열심히 안 사는 것도 버릇되는 거라네."
"버릇이라니요?"
"지금 있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들은
늘 그렇게 말하지. 지금은 열심히 살지 않지만 좋은 직장을
구하거나 자기 사업을 시작하면 열심히 할 거라고.
그런데 그게 잘 안 돼.
한 곳에서도 열심히 살지 않은 사람은 다른 곳에서도 열심히
살지 못해. 버릇이 들었기 때문이야."
"아저씨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이보게, 내가 이 자리에서 구두를 닦은 지 20년이 넘었어.
이 버스정류장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1년에 한 번씩은 여기에 오는데 그 사람들을
보면 변화가 느껴지거든. 일이 잘 풀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분명히 구별되지."
"하여튼 전 직장을 옮기고 싶어요."
"내일 옮기더라도 오늘까진 그런 생각 하면 안 되네."
"생각도 하면 안 되나요?" "일부러 할 필요는 없지."
"왜요?" "다른 사람들이 자네 생각을 모를 것 같지?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뭔가 달라지면 금방 눈치를 채거든.
아마 자네 직장 상사들은 자네를 보면서 그럴 거야.
'저놈 곧 그만둘 놈' 이라고.
그런데 자네한데 중요한 일을 시키겠나?"
종식이는 뭔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저씨가 계속 말을 이었습니다.
"자네가 지금 직장에서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 말이야.
동료든 상사든 거래처 직원이든 고객이든 언젠가는
다 자네의 증인이 되는 사람들이야."
"무슨 증인이요?" "세상은 좁네.
우연히라도 자네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그 사람들은
자네에 대해 점수를 매길거야. 두렵지 않나?"
"좀 걱정은 되네요."
"그러니까 내일부터는 마음 고쳐먹어."
"잘 안돼요."
"일단 아침에 소풍가는 것처럼 기분좋게 일어나서 나가고,
어차피 할 일 웃으면서 일해. 머릿속에 자꾸만 쥐꼬리만한
월급 액수가 떠오르면 지워 버리고, 월급쟁이 월급 다
거기서 거기야. 조금 더 받는다고 팔자 고치는 것도 아니야.
기껏 차이가 나봐야 소형차와 중형차의 차이겠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리고 그 인상 좀 펴고 다니게.
젊은 사람이. 자, 다 됐어. 이거 받아."
아저씨가 어느새 수선한 구두를 내밀었습니다.
순간 종식이는 시계를 올려다 봤습니다.
시계는 정확히 7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