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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받기 전까지 나는 내가 되게 독립적이고 자주적이며 주체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공정하고 공평하며 능력도 있다고 생각했었고. 모든 일을 내 선에서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음..그런 착각은 나로 하여금 삶을 지탱하게 하는 힘이었던 것 같다.
다만 그게 실제적으로 그렇지 않았던게 문제이지.
어제는 너무 심각한 불안과 우울, 그리고 분노, 속상함때문에 조금 힘든 하루였다.
마음이 많이 흔들렸고, 뭔가가 자꾸 안에서 올라오려고 하는데 가슴 속에만 머물러있고 머리까지 올라오질 못해서 답답하고 숨도 잘 쉬어지질 않았다.
그냥 답답만 하고...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분명히 뭔가가 있기 때문에 이런 감정들이 올라오는 것일 텐데.
내가 나를 보살피고 내 감정을 찾아가고 분석하는 일은..가장 어려운 것이 나 스스로가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뭐..다른 사람들에게는 그게 무의식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의식적인 노력이 같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에...
어제도 하루 종일 답답했었는데, 너무 답답한 가슴이 결국 종착점으로 눈물이 되어 흐르길래 이 눈물과 답답함이 대체 어디에서 오는건지 너무 알고싶었다.
그냥 이렇게 앉아서 울기만 한다고 해결책이 나오거나 발전적인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뭔가 감정이 올라올 때 나는 내 머릿속에 무슨 생각들이 떠오르고 떠도는지 잘 관찰해봐야한다.
마치..해리포터에 나오는 펜시브같은 느낌인데.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이 그 속에서 맴돌고 있는 '어떤' 기억이나 감정의 조각들로부터 올라오는지를 알고싶은거다. 그리고 알아야 내 행동에 대해서 이해를 할 수가 있게 되는거구.
어제도 한번 눈물이 터지니까 계속해서 멈출수가 없었다.
멈췄다 싶음 또 나고, 또 나고.
난 그때마다 무슨 생각을 했던걸까.
음..
일단 상담선생님이 예전만큼 나를 받아주지 않는것 같은 느낌도 한몫 했던 것 같고.
선생님이 왜 내 편을 들어주지 않을까.
예전에는 위로도 많이 해주시고 그랬는데.
지금은 어느정도 공감수준으로는 해주긴 하지만, 예전처럼 '어우 그랬어요오~'하면서 얼러(?)주지는 않는다.
이것도..치료의 단계인가?
그리고 계속 나더러 사회로 나가야 한다고 떠민다. 음..정확히 말하면 떠미는 건 아니지만, 적극 추천정도라고 하겠다.
그리고 내가 엄마나 아빠한테 불만이 있는 걸 이야기하면 예전만큼 받아주시질 않는다.
대신에 왜 그렇게 엄마랑 아빠한테 관심이 많으냐. 엄마랑 아빠 사이에서 왜 그렇게 주인공이 되려고 애쓰느냐. 엄마랑 아빠 이런거에서 이제는 좀 떠나서, 나 스스로를 돌봐야지..하고 말해준다.
내 느낌이 맞는걸까..?
이런 부분에 대해서 선생님하고 얘기해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가서는 얘기할 것도 많았고 뭔가 그런 얘기를 꺼내는게 살짝 두렵기도 했던 것 같다.
내가 선생님을 심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 같다.
제2의 부모처럼..?
그리고 선생님은..일단 치료가 진행되기 위해서 나의 의존을 우선 받아줘서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또 의존하고자 하는 내 본능(?)을 충족시켜준 뒤 아빠와 나의 사이에서 잘 이뤄지지 않았던..'서서히 진행되는 좌절과 독립'을 내재화시키는걸 도와주려는거 아닌지..하고 이론적인 머리는 추측을 한다.
뭐 이것도 모르는거다.
난 너무 생각을 많이하고 피상적이니까.
그렇게 막 울다가..이것도 겁나고 저것도 겁나고. 갑자기 막 다 겁나기 시작하더라. 잘 하고 있었음에도 그리고 이제는 정말로 다시 사회로 나가려고 트라이중임에도 갑자기 몰려오는 겁남...
다시 일하게 될거같다고 생각된 순간부터였던거같다.
이 자리는 내가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내일 보는 2차 본사면접에서 딱히 크게 잘못 말하는 일이 없다면 어찌됐든 일하게 될것도 같기 때문이다.
다음주부터 교육에 들어가서 일 할 사람을 찾고있는것 같기도 하고, 또 경력자를 하나는 둘 거라고 하는데 나정도 경력을 가진 사람이 이 일에 지원을 하는 일이 많이 없는것같기 때문이다.
그냥..
다시 원래 하던 비슷한 일로 돌아간다는거에 좀 겁나는것도 같고..이게 싫은건지 겁이 나는건지 모르겠다.
그냥 대충 작은 곳에 들어가 처박혀서 일했으면..하는 마음도 있고. 뭔가 '대단한'일을 하기엔 내가 너무 작은것 같고.
근데 이게 솔직히 막 대단한 일은 아니다.
일이 알맹이가 없을 수 있다.
뭐..그건 나중에 생각할 일이지만.
무튼..두려움이 있다. 불안하고. 내가 과연 할수 있을까도 싶고. 내가 너무 일이나 성과에 대해서 너무 크게 생각하는거같다.
과장된 두려움...
어제는 그렇게 울다가. 괜히 '의존적 성격'에 대해서 검색해보고 싶어졌다.
내가 상황이 겁이 나고 두려워지니까 또 다시 누군가에게 의존하고싶은가보다..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성격장애를 검색해보면 모든 성격장애가 나의 한 몸에 사뿐히 녹아 섞여있는 것만 같다.
다 내얘기같냐 어쩜...ㅎㅎㅎ
그 중에서도 어제는 의존성 성격장애? 암튼 의존적인 성격으로 검색해서 내용을 읽어보는데, 의존적인 성격은..자신이 엄청 무능력하고 주체적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성격장애의 일종이라고 하는데.
나같은 경우는..가장 강력한 아빠라는 존재에 대한 의존도와 유착이 심했기 때문에. 아마 아빠와의 문제가 좀 있었을 것이다.
자기 자신이 무능력하고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 내면을 황폐화시키기 때문에, '내사'라는 방어기제를 통해 자존감을 획득하려 할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이 의존할 수 있는 강력한 존재, 나의 경우엔 아빠가 되겠다. 이 존재의 가치관이나 특성 등을 내사시켜 그와 나를 동일시 시켜버리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그의 힘을 나와 공유한다는 환상으로 자존감을 찾는...
이건 뭐 빈대구만?
암튼 그렇댄다.
저 표현에서 내 주목을 끈 것은 '환상'이라는 단어였다.
저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가 해왔던 상담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처음에 성격검사 했을 때 나왔던 결과지도 다시 읽어봤다.
'강력한 아버지의 고압적인 가치관을 내사받은 부분이 있어보임. 그리고 이것은 강력한 아버지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도 여겨짐.' ...
저 검사지는 진짜, 읽어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무슨...진짜 무슨 병신의 검사결과같거든.ㅎㅎ
그 검사지만 보면 난 진짜 쓰레기여.ㅎㅎ
무튼..
내사를 통해 그의 힘을 나와 공유한다는 '환상'을 갖는다는 것.
그것이 환상이라는 거다.
환상이라는게 중요하다.
나는 지금까지 해왔던 나의 모든것들이 내가 한게 아닌것같다는 생각에 시달렸다.
선생님은 '지금까지 그래도 잘 해왔죠. 그리고 그거 히유씨가 한거죠.'라고 이야기해줬었다. 몇 번씩이나..
근데 난 그 이야기를 할 때마다, 물론 물리적으로 제가 움직이고 제가 답변을 했고 제가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난거는 맞죠. 하지만 왠지 내가 한 것 같지가 않다니까요. 아빠가 한 것 같아요. 하고 대답해왔고.
이 대화가 저 '환상'에 대한 이야기 아니었을까?
나와 아빠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해왔고. 아빠의 방식으로 모든 일들을 처리해왔다고 생각이 들었고. 그 방식이 아니면 나는 뭐든 해낼 수 없다고 믿는 것 같다.
나는 내가 모든걸 해낸 주체임에도..그걸 아빠의 힘을 내가 끌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환상'으로 살아온 거 아닐까..?
아빠는 나에게 있어서 신처럼..절대적인 존재였고. 아빠가 '된다니까'하면 난 정말 되는 줄 알았다.
면접같은걸 볼 때도, 나는 어떡해, 못할거같은데..라고 생각했더라도 아빠가 걱정말고 2차 준비하라고, 당연히 된다니까? 하고 몇 마디 해주면 '아빠가 된다고 하니까 될거야'하고..그 신뢰는 정말 엄청났던 것 같다.
모든걸 아빠가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믿어왔던 모양이다.....헐....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전혀 생각도 못해왔었는데. 상담 받기 전에는. 그냥 아빠가 딸내미한테 응원해주는거지, 그런건 어느 집이든 하잖아?라고만 생각했지. 그 말은 맞다. 그런데 그 안에..심리적으로는 저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
면접을 본 것도 나고, 점수를 딴 것도 나고, 일을 직접 한 것도 나고, 답변을 만들고 한 것도 나이고, 어떻게 해야 합격할 수 있을지 머리를 굴려서 목표에 맞게 일들을 추진한것도 나인데....
두번째 회사도 마찬가지이고. 그 직업을 정했을 때 외부적인 영향이 있었든 없었든..지원도 내가 했고, 답변도 내가 했고, 일도 내가 했고....
내가 지금 힘이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게, 그렇게 강력하게 나를 지탱했던 그 '믿음', '환상'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어떤 블로그에서는 그랬다. 팔을 잘리는 고통스런 느낌이 있긴 하겠지만...이라고.
나는 실제로도 상담을 받는 초기에 팔이 잘리는 꿈을 종종 꿨었다. 신기하네.ㅎㅎ
내가 해왔던 모든 것, 특히나 사회적인 것이나 일적인 것에서 '아빠의 힘'으로 모든것을 해오고 버텨왔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 효력이 상실되자 혼란스러워진 것 같다.
그러면서 나는 혼자서 어떡해야 하지? 되게 무능력해진 것 같고..겁이 나고..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다시 사회에 나가는것도 무섭고(능력이 아빠의 힘으로 8-90정도는 되었다가, 진짜 제로베이스가 된 느낌이었다..) 내가 다시 뭔가를 할 수는 있을까도 싶고..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떤식으로 해야 하며...엄청난 혼란과 고통과 무기력과 우울, 심지어 자살충동까지 문득문득 들었었다.
그나마 상담선생님이 있어서. 아빠의 효력이 사라진 후 심적으로 의존할만한 사람을 찾았기 때문에 좀 버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 선생님이 자꾸 나를 떠미는것만 같아서 또다시 불안이 시작된것도 같고.
선생님이 생각하는것과 내가 생각하는것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단 말이다.
난 이렇게 느끼고 이렇게 생각하는데, 선생님은 자꼬 아니래.
그럼 내 느낌이 틀린건가? 근데 난 그렇게 느끼는데! 선생님은 자꾸 아니라고 그러고.
뭐라고 할까, '동조'가 많이 줄었다고 해야 하나. 이씨.
어제도 막 침대에 누워가지고 혼자 질질 짜다가, 되게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누가 좀 안아줬음 좋겠고 무섭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아 내가 지금도 엄청 의존하고싶은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정말 문득 들었다.
누가 내 지금의 복잡한 상황을 대신 처리해줬으면.
이렇게 우울해하고 울다보면 나를 불쌍히 여긴 누군가가 해결책같은걸 주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이 있었던건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렇게 상담받은 세월은 무용지물이 되고. 나의 삶은 또 이전과 같아지겠지. 그리고 허무하고 공허해지겠지 또.
그건 정말 싫었다.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정도 결정과 방향 설정은 내가 해야지..내 인생인데.
누가 껴드는것도 싫고, 누가 껴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 하고. 양 극단의 생각들이 같이 있는 상태같은데...
친구들과 있을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나에게 동조를 해줘야만 내 의견을 말할 수 있고, 누군가 변하지 않을 내 편이 있어야만 그 모임에서 안심이 되는...
이게 바로 의존적이라는 거다.
난 그렇게 되면..내 존재를 스스로 매장시키는거나 마찬가지일거고.
휴...
내가 해야된다. 알고 있다. 결과가 어찌 되는 내가 해야한다. 그리고, 그 결정이 부모님을 위해서라거나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아 나한테는 존나 어렵네, 시발.
어렵고 무섭네, 시발.
어제는 진짜 절망적이기까지 했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들었고, 난 왜 이 고생을 해야되고..이런 면이 없었다면 이 무수히 많은 시간을 나를 위해 썼을텐데...아 진짜 존나 불공평하다, 이거는 방법이 없어 방법이...하다가 잠들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내가 너무 강력한 아빠에게 내 주체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것에 어느정도 동의를 하면서도 그런데 그 이전에 이미 너무 외향화가 되어 있었다고 말했었다.
난 그게 무슨 뜻인지 전혀 감도 안왔다.
다만 추측을 했던게, 난 거의 6-7년을 나 혼자 아기였기 때문에 온 친척으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했었는데, 그것때문인가 하고 생각했을 뿐.
근데 어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선생님이 스치듯이 이런 말을 했었다.
'아빠랑 어릴때 그렇게 보냈던 시간이 너무 좋았나부지~?'
아빠가 내가 개인적인 감정 표현을 했더니 눈을 부릅뜨면서 '꿈꾸고 있네' 혹은 '그것도 몰라?!' 혹은 '그렇게 세상을 몰라서 어쩔거야(...끽해야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등등으로 엄청 무섭게 대꾸했다고. 그런 경험이 반복되다보니까 뭔가를 선뜻 물어보는것도 겁나고 내가 모른다는걸 드러내는것도 겁나고 아빠가 갑자기 변해버린것 같아서 무섭고 암튼 말하는거 자체를 포기했다고. 급격히 내 말수는 줄어들었는데 어른들은 얘가 사춘기라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다고. 그런 얘기 끝에 선생님이 한 말이다. 속상하고 힘들었겠네...하면서도, 그런데 그런 말을 해도 어떤 아이들은 '아빠 왜저래', '아빠 너무한거 아니야?'하고 그냥 넘겨버리기도 한다고. 나는 그런 일들이 있기 이전에 이미 너무 과도하게 외향화되어있었다고...
어쩌면.
내가 돌변했다고 생각하는 아빠의 모습이..진실의 아빠 모습이고. 그 전에 나를 너무 예뻐했고 나를 끔찍이 아꼈던, 거의 연인처럼 대했던 아빠의 모습이..환상이었던 건 아닐까.
지난번에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는데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아빠는 부모의 위치에 있고. 아이는 그 사이를 끼어들고 싶어 하지만 부모는 본인들이 위치를 알고있고 아이의 위치를 알고 있으니. 아이는 아빠와 엄마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며, 본인의 자리는 엄마의 옆이나 아빠의 옆이 아니라 아들 혹은 딸의 위치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아이에게 너무 엄청나게 특별한 관심을 쏟지 않고, 아이에게는 아이답게. 의도적으로 아이의 요구를 맞춰주되 그건 깊이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이어야 하고. 암튼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이건 나의 주관적 느낌일수도 있지만.
아빠는 내가 태어나고 나를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사랑했다.
본인의 분신이라고 생각했으니 말 다했지 뭐.
엄마는 나를 낳고 갑상선 치료때문에 살이 갑자기 엄청 불어났고. 원래도 자신감이 별로 없는 사람인데 살이 급격히 찌면서 더더욱 자신감이 줄어들었고. 아빠는 엄마보다(내 기억으로는) 나를 챙겼고. 나는 아마도 내가 아빠의 '연인'쯤 된다고 착각하면서 자랐던 것 같고. 엄마와의 아빠 경쟁에서 내가 이겼다고 생각했던것도 같고.
그래서 내 자리가, 내 위치가 어디인지 혼돈이 있었던 것 같고.
내 친구도 가끔 그런다.
나랑 아빠가 싸우는 거 보면 무슨 남친이냐? 이렇게 말하기도 하고.
으...
상상을 하면 되게 징그럽고 짜증나는데.
무의식 속에서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에게 한없이 친절하고 모든걸 다 받아주고 예뻐만 하던 아빠가.
갑자기 어느날.
7살의 거의 마지막 날.
내 생일쯤이었나..마지막으로 사준 바비인형을 끝으로 내 어리광을 받아주지 않기 시작했다.
모든 선물은 책이나 공부하는것으로 바뀌었고.
내가 표현하는 감정들에 대해서 회의적으로 대답하기 시작했고.
성과가 있어야만 나를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적어도 나는 이렇게 느꼈다.)
너무 급격한 반전이었다.
나는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너무 극과 극이어서.
그렇게 나는 잃어버린 마음속의 부성을 찾아 지금까지 헤메고 있는 거다.
그 아주 어렸을때 나에게 친절하고 따스하던 아빠를 찾아서.
나는.
아빠가 밉고 충격적이었으면서도.
아빠의 애정을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 탓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말 잘듣고 성과 좋은 아이가 되기로.
시발.
그리고 그 노력은...솔직히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처음으로 든 생각이다.
돌변한 아빠가 나빴던게 아니라..
그 전에 너어~무 이뻐한 아빠가 되려 비정상(?)은 아니었을까 하는.
그 특별대우때문에 내가 아직도 그 환상을 놓지 못하고 이렇게 끌려다닌거 아닌가 싶은.
선생님도 그랬잖아.
아빠와 나의 의견이 불일치하기 전에 이미 내가 너무 외향화 되어 있었다고.
내가 아빠에게 굉장히 이미 심적으로 유착되어있었던 것 같다.
나의 실제적 위치를 착각하고, 아빠가 나에게 엄청난 애정을 주면서 본인이 원하는 자아상을 나한테 주입시키고..그랬던거 아닌가.
애가 뭘알아.
시발.
근데 그것도 안다.
어떤 부모도 그걸 의도적으로 하진 않는다는걸.
사람은 누구든 자기의 최선에서 모든걸 한다.
아빠도 그게 최선이라 생각했겠지.
내가 그걸 이해하기엔 시발 너무 입어버린 데미지가 크긴 하지만.
그리고..나도 그 환상에서 너무 오랫동안 벗어나려고 하지 못했기도 했고.
아 존나 짜증나네.ㅋㅋ
그리고 이건 그냥 나의 추측이다.
전문가 선생님이랑 이야기해보기 전에는 뭐든 확답할 순 없다.
그렇지만..
거의 맞는 답이라고 생각한다.
이런걸 알아내는게 나의 심리상태에 도움이 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두 '왜'그랬는지가 궁금했던 나에게 나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는 어떤 단서정도는 되겠지.
나의 것과 나의 것이 아닌 것을 갈라내라고 그러는데...하....
어렵다.
그리고 또.
엄마에게 내 방식을 강요하거나 한다고 하는 선생님의 발언에 대해서.
그거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봤는데.
'사람이란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는 전제가 나에게 아직도 짙게 깔려있는지도 모르고.
그 전제는 내 것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로 하여금 분리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나의 의견이 홀로서는것을 좀 무서워한다.
그리고 이해하는게 극과 극이고 모든것에 답이 정해져있다고 믿는것 같고.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이나 생각, 행동이 나 혼자 그래서는 불안한 것이다.
모두가 동의해줘야 마음이 놓이고. 혹은 적어도 한명정도는 동의를 해 줘야 마음이 놓이는.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데, 남은 그렇게 생각을 안 한다.
이 상황은 나에게 불안을 주기에 충분하다.
왜냐면 난.
답은 하나로 정해져있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이게 아닌거다.
내가 맞든지 니가 맞든지 둘 중 하나이고, 둘 중 하나는 틀린거. 이렇게 되버리는 것이다.
대부분 난 주체적이지 못하기에 그리고 상대방을 나보다 훨씬 크게 보는 경향이 있기에.
거의 상대방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그렇게 되면 난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무섭고. 자기비하가 시작된다.
남으로부터 어떤 동조나 동의가 있어야.
아 이게 맞는거구나.
하는 확신이 생긴다.
시발.
내가 그토록 그렇다고 믿고싶었던 '주체적인 여성'으로서의 모습이...그런게 아니라 오히려 이렇게 의존적인 사람이었다니.
나한텐 그게 너무 힘들어서. 이번 생은 망했네...이거는 극복이 될 수 있는게 아니야...혹은 뭐 한 60 되면 좀 극복 될라나 하는 절망적인 생각에 그렇게 잠들었는데.ㅎㅎ
남이, 엄마가, 아빠가 어떻게 하든.
그거 이렇게 해야된다 어쩐다 신경쓰지 말고.
내 안에 머무르도록 항상 연습하고 깨어있어야 한다고 그런다.
시발. 존내 힘들어...ㅠㅠ
나한텐 그게 너무 힘들어서. 이번 생은 망했네...이거는 극복이 될 수 있는게 아니야...혹은 뭐 한 60 되면 좀 극복 될라나 하는 절망적인 생각에 그렇게 잠들었는데.ㅎㅎ
꿈을 꿨다.
나는 온통 통유리로 지어진 빌딩의 펜트하우스에 살고 있었다.
펜트하우스라...초고층 빌딩의 펜트하우스라고 하니 왠지 좀 불안한데.
너무 또 고양되어있는거 아니야...ㅠㅠ 고층빌딩에 있는 해석은 좋았던 적이 없는데.ㅎㅎ...
암튼.
근데 갑자기, 유리 외벽을 청소하는 직원정도로 보이는 뚱땡이 못생긴 남자애가 어디로 들어왔는지 내 집으로 불법 침입을 해버렸다. 막 페인트통같은것도 허리에 메고 있었던 것도 같고..옷도 얼룩이 있고 땀도 흘리고 못생겼고 뚱뚱하고..암튼.
그 남자애는 내 집에 무단침입해서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나는 너무너무 놀라가지고 집 밖으로 도망가려했다.
거의 잡힐 뻔 했을 때, 나는 겨우 현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 뚱땡이도 나를 뒤따라 왔는데, 절체절명의 순간, 앞쪽 집에서 어떤 정장차림의 젊은 잘생긴 남자가 총을 들고 나와서 그 뚱땡이를 쐈다.
뚱땡이는 오른쪽 어깨쯤에 총을 맞았는데, 갑자기 허리춤에서 지도 총을 꺼내드니 그 잘생긴 남자를 쏘는거다!
잘생긴 남자도 오른쪽 어깨쯤에 총을 맞았는데, 별로 흐트러지지 않고 또 다시 뚱땡이를 향해 총을 몇발 더 쐈다. 뚱땡이도 한발 더 쐈다. 잘생긴 남자는 어깨에 두 발정도 총상을 입었지만 피는 나지 않았고, 멀쩡해보였다. 뚱땡이에게 몇발 더 쏘자 뚱땡이는 쓰러졌다.
끝.
그렇다. 잘생긴 남자와의 로맨스같은거는 없었다.ㅎㅎㅎ
'초고층 빌딩의 펜트하우스'에 내가 살고 있다는게 좀 많이 걸리는데.
난 그동안 너무 고양된 자아상으로써 고층에 살고있는 꿈을 많이 꿔왔기 때문에...
그리고 그 후로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도 종종 꿨었고.
빌딩이 무너지는 꿈도 꿨었고.
선생님은 0베이스에서 나의 방식대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봐도 좋다..라고 해석해주곤 했는데.
갑자기 펜트하우스라니...음...
그리고.
이건 잘 생각이 안나지만.
분명 내 안에 '치유적인 자아'가 있긴 한 모양이다.
어떤 여자가. 좀 절망해있는 나에게 어깨를 토닥이면서..
'나도 이럴때 이러기도 했고..저런 상황도 있었구..' 막 이러면서 골자는 '인생은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란다'라는 위로를 해주는. 그런 꿈을 꾼 거 같다.
실제로 꿈을 꾸다 깼는데, 마음이 약간 편안해짐을 느꼈다.
그렇구나...
어휴..
이게 뭔 짓거린지 혼자.ㅎㅎㅎ...
암튼 뭔가 많은 감정들과 생각들이 오갔다. 어제.
오전에 눈을 떴는데.
대단한 역전승을 거둔 펜싱선수의 이야기를 가장 처음 접했다.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하고 되뇌는 영상이 너무 인상적이었고.
5점을 연속으로 내면서 누구도 생각지 못한 우승을 거머쥔 그를 보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던지.ㅎㅎㅎㅎ
감정이입했나보다.
나도 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어줘야 할런지.
뭐 난 이기고 지는 싸움의 문제는 아니긴 하지만..
내가 아빠의 방식 없이는, 혹은 나를 무한 지지해주는 누군가가 없다고해서 무능하고 제대로 뭐 하나도 못할것처럼 여기기보다..
나를 객관적으로 보는 연습을 해야지.
시발.
존나 고생스럽고 너무 힘들구 남들은 무의식적으로 되는 그 작용을, 의식적으로 계속 노력해서 하려니 존나 힘들지만.
내가 그런걸 어떡하겠어...
내가 나를 포기하는 순간 내 삶이 없어지는데.
60이나 되서 저렇게 좋은 순간을 느낄런지.ㅎㅎㅎㅎㅎㅎㅎ....
그냥..
살아보는거지. 그렇다고 죽을수도 없잖아?
제기랄.
쨌든 난 내일 또 면접을 보러 가야 하고, 뭐 더 알아둘게 있나 찾아봐야겠다.
공백기간에 대한 적당한 변명거리(?)도 좀 찾아놓고.
왠지 영어도 좀 시켜볼거 같으니까 자기소개정도는 좀 준비해서 가야겠네.
후...
화이팅이다, 나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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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