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귀화 탁구 국가대표 전지희
성형수술 조롱 글에 반전 응대
“제가 졌네요”“쌍꺼풀은 77만원~”
“자기 자신이 행복한 게 제일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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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네티즌들은 전지희 선수의 모습을 찾아 비교하는 사진을 잇따라 올렸다.[웨이보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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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함이 돋보이는 올림픽 선수가 있다.
중국에서 귀화한 우리나라 여자 탁구 국가대표 전지희 선수(29). 그녀가 갑자기 중국에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시합이나 귀화 때문이 아니었다. 성형 수술로 너무 달라졌다는 게 이유였다.
“마술이라도 부렸나”, “한국 간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그런데 그녀의 대응이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된 걸까.
지난달 28일 도쿄올림픽 탁구 8강 여자 단식. 중국도 아닌 일본의 벽은 예상보다 높았다.
세계 랭킹 14위의 전지희는 이토 미마(2위)에 0-4(5-11 1-11 10-12 6-11)로 패했다.
고전을 예상했지만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한 건 아쉬웠다.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그런데 이날 밤 중국 네티즌들이 전지희(중국명 톈즈시) 선수의 외모를 문제삼기 시작했다.
‘톈즈시는 성형수술을 했나?’라는 글이 시작이었다.
한국 귀화 후 포스코에서 활동하던 당시의 사진과 함께 ‘톈즈시 : 1992년 출생. 허난성 랑팡시 출신.
국가대표 경쟁이 치열해 2011년 한국 국적 취득.’ 란 설명이 달리기도 했다.
'톈즈시 성형'은 순식간에 웨이보 검색어 상위에 올라가더니 다음날 1위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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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네티즌들은 과거 전지희 선수의 모습을 찾아 비교하는 사진을 잇따라 올렸다. [웨이보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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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부 여성들의 호의적인 반응도 있었다. “언니 너무 부러워요” “비결 좀 알려주세요” 등의 댓글들이었다.
한국 성형술에 대한 관심도 나타냈다.
한 네티즌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많은 여성들이 성형 수술을 위해 한국에 간다.
이 분야의 한국 기술은 실로 최고”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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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희는 ″국적을 한국으로 바꾼 게 아니라 머리를 바꿨네″라는 네티즌의 사진과 글을 올리며 ″제가 졌네요″라고 쿨하게 반응했다. [전지희 웨이보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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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희의 심경은 어땠을까. 반전이 있다.
다음날 오후, 그가 자신의 중국 웨이보 계정에 첫 공개 답변을 달았다.
“하하하 많은 분들이 글을 남겨주셔서 화제의 검색어가 됐네요.
오후에 단체전 시합을 준비하느라 이제 봤네요” 웨이보에 올라온 현재-과거 자신의 사진도 함께 공유하면서다.
그러면서 댓글 하나하나에 답변을 달기 시작했다.
많은 여성들이 “피부 관리는 어떻게 하느냐”, “비용은 얼마나 들었냐”, “수술한 병원은 어디냐” 등 많은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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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꺼풀 수술을 한 병원을 추천해달라는 네티즌의 질문에 전지희는 ″직접 알려드리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라고 답했다. [웨이보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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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꺼풀 수술은 한국 돈으로 77만 원 줬어요. (웃음)”라고 구체적으로 얘기하는가 하면
병원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엔 웃음 표시와 함께 “직접적인 이름을 거론하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머리를 통째로 바꾼 거 아니냐”는 조롱엔 “제가 졌네요 ㅎㅎ”라며 쿨하게 웃어넘겼다.
그러면서 여론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 대한 신의 보답”,
“더 잘 되기를 바란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전지희는 2일 오전 10시 여자탁구 단체전에 출전해 폴란드와 8강 진출 티켓을 다툰다.
그는 31일 밤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한장의 사진을 올렸다.
“자기 자신이 행복한 게 가장 중요해요.” 그가 세상에 내놓는 메시지로 읽혔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