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건배사 不醉無歸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한 횟집에서 벽에 붙어 있는 재미있는 그림을 보았다. 그림에는 '불취무귀' 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가게에 잘 어울리는 글이라고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혹시 이 글의 유래가 있는지 찾아보니 이는 조선의 왕 정조의 건배사 였다.
‘불취무귀’는 ‘맑고 맑은 이슬이여, 해가 나지 않으면 마르지 않는도다. 즐거워라 밤의 술자리, 취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으리’ 라는 ‘시경’(詩經) 시구를 인용한 것 이라고 한다.
정조는 기쁜 일이 있으면 신하들과 흠뻑 취하는 술자리를 마련했다. 정조 16년 성균관 제술 시험 합격자들과 희정당에서 연회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정조는 합격자들에게 술과 음식을 내려주며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옛사람의 말에 술로 취하게 하고, 그의 덕을 살펴 본다고 했으니, 너희들은 모름지기 '취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의 뜻을 생각하고 각자 양껏 마셔라."
험난한 길을 거쳐 왕위에 오른 정조는 붕당으로 심각하게 대립하는 신하들의 관계를 완화하기 위해 개혁과 탕평책으로 국가의 대화합을 추진했다.
재미난 그림을 보고 그의 건배사를 알게 되었고,
그의 건배사에서 그의 리더쉽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