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에의 경배 ㅡ 나없는 세상에 던진다
- 최준
1
무덤은 욕망의 피사체다 비로소
둥근 밥숟갈이다 완성된 침묵이다
대지의 항문 속으로 꼴깍, 삼켜진 오물 덩어리다
씹던 입이 곧 욕이었음을 보여 주는 산증거다
수의 걸치고 법정에 들어선 파렴치범이다
형집행정지나 기소유예를 기다리는
항소심의 최종 공판장이다
현세와,
내세의,
접경 지대다
2
무덤이 있다
저들도
살아서는 모두가 로비스트였고
막강한 영향력의 저널리스트였다
3
고배를 한 잔씩 나눠 마신
무덤이 있다
덩치에 상관없이 비로소 공평하다
ㅡ 시집『나없는 세상에 던진다』(고려원,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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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백제땅 무덤 하나가 무왕의 것이라 짐작된다며 떠들썩했습니다
시인이야 공동묘지를 생각하며 공평하다고 일갈하지만...
지금 남아있는 무덤들에는 살아 생전의 부귀영화가 그대로 남아있기도 합니다
모든 죽음은 공평해도, 무덤만은 가지각색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지인의 죽음을 화장으로 치렀으니
나에게는 내세도 현세도 그저 허무입니다
허무하기에 죽음에 대해 평가하지 않습니다
다만 억울한 죽음과 편안한 죽음 모두를 경배할 따름입니다
명복을 빌 수 있어서 아직 살아있는 게지요^*^
첫댓글 인간은 유한자적 존재입니다. 그 유한자적 존재의 숙명적인 문제인 죽음의 명제를 두고 심사숙고한 시인의 노래로 듣습니다.
죽음 앞에 공평하다는 시인의 관찰에 박수를 보냅니다. 시인이니까 그런 공평한 언어를 말미에 정의내릴 수 있다고 봅니다.현세와 내세의 접경지대에서 우리는 또 얼마나 갈팡질팡 도덕 혹은 비도덕의 윤리에 휘둘렀던가 ? 얼마전 경주에 일이 있어 들렀다가 경주 어딘가의 봉긋한 옛무덤이 왜 그리도 반갑던지... 그것이 왕릉이던 아니던간에 그 둥그런 봉분의 둥굴다는 환유에 잠시 넋을 잃었던 추억이 떠오르는 시입니다. 무덤은 욕망의 마지막 길이다. 욕망의 종점 그 것이 무덤이다....
그렇지요. 봉분이 있든 없든 비석이 섰든 누웠든 죽음 앞에 욕망을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