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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5회
서재우는 소희의 마음을 다독여준다.
소희를 사랑하는 재우로서는 소희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오랜 동안 고심을 해 왔던 것이다.
이미 소희는 가정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 가정을 다시 만들어 주는 것이 소희를 위해 최선의 길임을 아는 서재우였다.
“자, 우선 이곳을 나갑시다.
그리고 오늘은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고 어머니를 모시고 바람이라도 쏘입시다.“
소희의 마음이 우울할 때는 언제나 요안나 어머니가 곁에 있어야만 한다.
소희는 요안나 어머니와 함께 있을 때 마음의 안정을 되찾곤 하는 것이었다.
요안나 어머니는 사람을 참으로 편안하게 해 주시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요안나 어머니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었다.
서재우는 그런 요안나 어머니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었다.
이제 서재우의 나이도 오십이다.
남자 나이 오십이 되면서도 결혼을 하지 못하고 사랑하면 안 되는 여자들을 사랑하고 있는 자신이 참으로 어처구니없었지만 그것 또한 자신의 타고난 팔자려니 하면서 결혼을 체념하고 있는 것이 오랜 세월이 되었다.
이제 서재우는 그토록 사랑하던 형수님에 대한 감정은 모두 씻겨 나가고 남은 것이 없다.
가끔 집에 들려 형수님과 커나가는 조카들을 보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편안하고 곱게 나이 들어가는 형수님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은 것이다.
또 다시 소희를 사랑하는 서재우의 마음은 이미 이성에 대한 사랑으로서는 초월한 것이라고 자신 스스로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언제까지라도 소희를 지켜주고 싶고 소희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솔직한 자신의 마음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서재우는 소희를 태우고 집으로 향한다.
“어머니!
외출하실 준비를 하세요.“
“외출?
어디를 가려고?“
"회장님과 오랜 만에 좋은 곳에 모시고 가서 맛있는 것이라도 먹고 좋은 시간을 보내세요.”
알았어!
내가 준비하고 있을게!“
“네!
준비를 하시고 아래층에 내려와 계셨으면 합니다.“
요안나 어머니의 즐거워하시는 음성이었다.
이제는 완전하게 건강하신 모습으로 집안일은 맡아서 하시는 모습이 너무나 즐거운 모습이신 것이다.
소희가 파리로 되돌아가 없을 때는 요안나 어머니와 단 둘만의 생활이지만 너무나 자상스럽고 따뜻하게 보살펴주시는 어머니의 손길이었다.
항상 아들처럼 대해주시고 마음을 써주시는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면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곤 하는 것이다.
요안나는 모든 차림을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이제 요안나의 모습은 예전의 병들고 늙은 추한 모습이 아니라 대갓집의 마나님처럼 의젓하고 힘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소희는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요안나의 모든 것을 마련해 준다.
패물에서부터 의상들은 물론이고 가방이나 모자에도 최신 유행을 따라 요안나를 꾸미고 가꾸어주는 것이다.
소희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요안나가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요안나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있을 수가 있을 것인가?
제 이의 인생을 살게 해 준 사람도 역시 요안나였던 것이다.
요안나는 밖을 살피며 소희의 승용차가 오는 것을 보고 밖으로 나간다.
서재우는 차에서 내려 차의 문을 열고 요안나가 타는 것을 도와주고는 잠시 가게로 들어가 무엇인가를 지시하고는 다시 나와 운전석에 앉는다.
“그럼 지금부터 두 숙녀 분께서는 모든 시간을 저에게 주시는 겁니다.”
“호호호.........
우리 서사장이 어디 멋진 곳으로 데려 가나 기대를 해 볼까?“
요안나는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한다.
오늘 무엇 때문에 어디를 나갔다 왔는지 이미 잘 알고 있는 요안나였다.
두 사람의 표정으로 보아 모든 일들이 생각대로 잘 풀린 것 같아 덩달아 기분이 좋은 것이다.
요안나는 소희의 손을 꼭 잡는다.
“어머니!”
“그래!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안다.
굳이 힘들게 말을 하지 마라!
무엇이든지 모든 것이 다 만족스러울 수는 없는 것이 아니냐?“
“..........................”
“이미 지나 가 버린 많은 세월들이 억울하겠지만 어쩌겠느냐?
그것이 주님께서 네게 내리신 사명인 것을!“
“어머니!
지금처럼 이렇게 건강하시게 오래오래 제 곁에 머물러 주세요.
어머니가 계셔서 마음이 참 편안해져 옵니다.“
”어머니!
오늘은 두 숙녀 분을 조금은 먼 곳으로 모실 것입니다.
바다가 보이는 강릉으로 갑니다.“
“정말?
와!
오랜만에 바다를 본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마구 뛰는데!“
요안나는 무척이나 좋아한다.
서재우는 강릉으로 운전을 해 나간다.
이렇게 마음 놓고 여행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고도 힘든 것이었다.
언제나 바쁘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시간들이었다.
그들은 늦은 저녁이나 되어서 강릉에 도착을 한다.
우선 숙소를 바다가 보이는 호텔로 잡아 놓고 바다가로 나오는 것이다.
“와!
이 바다 냄새!
그동안 도심의 매연 속에 찌든 내 위장을 말끔히 씻어주는 것 같아!“
요안나는 두 팔을 벌려 바다를 송두리째 자신의 가슴에 가두어 버릴 듯한 자세를 취한다.
“어머니가 그동안 많이 답답하셨던 모양이에요.”
소희와 서재우는 그런 요안나를 바라보면서 미안한 생각을 한다.
그동안 자신들의 일이 바빠서 한 번도 모시고 나가 여행을 해 온 적이 없던 것이다.
“아무래도 이번에 어머니를 모시고 파리로 가야겠어요.
더 나이 드시기 전에 비행기도 태워드리고 파리에 있는 집과 가게도 보여드리고 그 유명하다는 몽마르뜨 언덕과 파리 개선문 등 모든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실 그동안 프랑스에 살면서도 여행다운 여행을 다녀보지 못했어요.
언제나 일 때문에 물건을 구입하러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여행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제대로 구경한 곳도 없거든요.“
“그럼 가족들은 언제 만나겠소?”
“아무래도 한 번 더 프랑스에 들어갔다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은 당분간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어머니 모시고 여행을 즐겼으면 해요.“
“은비가 몇 번을 다녀갔는지 아시오?”
“...............................”
“은비도 핏줄이 당기는 모양인지 가끔씩 들려서 당신 소식을 묻곤 합니다.
이제 결혼을 앞둔 은비가 걱정이 되지 않소?“
“나라고 왜 은비가 보고 싶지 않겠어요?
지금이라도 엄마라고 말하고 은비를 내 품안에 안아보고 싶어요.
그렇지만 지금 이 혼란스럽고 정리되지 않는 마음으로 그 아이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자신이 서지를 않아요.
반드시 은비가 결혼을 하기 전에 이 모든 것을 정리해야겠지요.
은철이도 만나고 싶고 은철이 아빠도 어떤 마음으로 만나야 하는지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요.
막상 모든 것을 이루고 나니 마음이 허탈하고 자꾸 억울한 생각이 사라지지 않아요.“
“당신 마음은 이해를 하겠소.
오랜 세월 당신을 곁에서 지켜 본 내가 왜 그 마음을 모르겠소?
허지만 모든 것을 늦지 않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그럴게요!
이번에는 어머니 모시고 한 달 정도만 있다가 올 생각입니다.
일단 주문 받은 물건들이 시급하기도 하고 이제는 저 쪽이든 이쪽이든 한 곳은 정리하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언제까지 이렇게 왔다 갔다 하면서 살 수는 없지요.“
”그 문제는 천천히 생각을 해도 늦지 않소.
후회하지 않도록 모든 것을 계산해서 정리를 하든지 해도 될 것이오.“
“재우씨!”
“.........................”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요.
이제는 당신이 내 곁에 없으면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아요.“
소희는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는다.
“소희!
나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소.
허나, 당신이 가야하는 길과 내가 가야하는 길이 같을 수도 없을 것이오.
당신을 떠나보내는 아픔이 있다고 해도 당신이 행복해지는 길을 선택할 것이오.“
두 사람은 손을 꼭 잡는다.
서재우는 요안나 어머니를 눈길로 찾는다.
바다가의 모래백사장을 걷다 주저앉아 파도를 바라보시고 계신다.
“어머니!
바람이 찹니다.
그만 들어가서 식사를 하셔야지요.“
“알았네!”
요안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모래들을 털어낸다.
그들은 호텔 안에 있는 일식집으로 들어간다.
싱싱한 회와 다양한 스페셜 요리들이 입맛을 자극한다.
“정말 회가 아주 싱싱해서 단 맛을 돌게 하는 것만 같다.”
요안나는 맛있게 먹는다.
세 사람은 참으로 오랜만에 마음 편하고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그들은 식사를 하고 나서 룸으로 올라간다.
서재우가 쓸 방과 요안나와 소희가 쓸 방을 잡아 놓은 것이다.
“재우씨!
우리 와인이라도 한 잔 할까요?“
“그럽시다.
어머니도 한 잔 하시지요.“
“난 술은 마시기 싫다.
오랜만에 한 여행이라 그런지 피곤해서 잠을 자고 싶다.
난 가벼운 샤워를 하고 잠을 잘 테니까 둘이서 더 놀다가 자렴!“
“어머니!
주무시겠어요?“
”응!
피곤하구나!“
“그럼 재우씨 방으로 가서 마셔요.
먼저 가 계세요.
어머님 샤워하시는 것을 도와드리고 나서 갈게요.“
소희는 요안나를 모시고 자신들의 정해진 룸으로 간다.
목욕물을 틀어 놓고 나온다.
“엘레나!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어서 건너가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렴!“
“어머니!
아직 시간이 많은데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어머니가 샤워를 하시고 자리에 드시는 것을 보고 가도 되요.“
요안나는 간단하게 샤워를 끝내고 침실로 들어간다.
“엘레나!
서사장이 일편단심 너를 사랑하면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지?“
“...........................”
“내 이런 말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서사장의 마음을 모른 척 해서는 안 될 것만 같다.
아마 네 남편보다는 서사장하고 정이 많이 들었을 것이다.
함께 지내온 세월도 두 배가 거의 되지 않니?
물론 부부로서 살아온 세월과는 비교를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서사장이 너와 살만 맞대지 않았을 뿐이지 너를 위해 살아온 세월이라는 것을 난 안다.“
“.........................”
요안나는 소희의 손을 잡는다.
“난 서사장과 네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소희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어머니의 말을 들으면서도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어머니!
많은 생각을 해 볼게요.“
“그래!
어서 건너가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라.
난 그만 자고 싶다.“
소희는 침실의 불을 약한 조명으로 바꾸고 나와 서재우가 있는 방으로 간다.
소희가 들어가자 서재우는 소희를 끌어안는다.
“소희!
당신을 사랑하고 있소.“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서재우는 처음으로 소희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갠다.
뜨겁고도 진한 키스를 나눈다.
한참을 그렇게 키스를 하고 나서야 서재우는 소희를 자신의 품안에서 놓아준다.
“자, 우리 자신들을 위해 축배를 듭시다.”
두 개의 잔이 경쾌하고도 맑은 음향소리를 내며 부딪친다.
“재우씨!
정말 고마워요!“
“무슨 소리요?”
“그동안 당신이 곁에 있어주어서 너무 고마웠어요.
그리고 당신을 믿고 모든 것을 해 낼 수 있었어요.“
“소희!
당신의 일이 바로 내 일이오.
당신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오.
그것은 앞으로도 그럴 것이오.“
”어머니는 당신과 내가 부부로서 살아가는 것이 보고 싶다고 하시네요.“
“소희!
사랑한다고 모든 사람들이 부부의 연을 맺는 것은 아니오.
부부의 연이란 어른들의 말씀대로 하늘에서 정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억지로 잇는다고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오.“
“재우씨!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모든 것을 주고받을 때 그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죠?
오늘 난 당신에게 내 모든 것을 주고 싶어요.“
“소희!
난 당신의 육체를 원하고 바라적은 없소.
당신의 마음 그리고 당신의 그 강인하고 맑은 정신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오.
물론 당신의 육체까지도 모두 사랑하고 있지만 그렇게 쉽사리 당신을 가질 생각은 없소.
이미 난 당신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있으니까!“
서재우는 일어나 소희를 살포시 끌어안는다.
“나도 남자요!
때로는 당신을 향한 짙은 그리움에 잠을 잊어버리기도 하오.
당신을 보는 순간 때때로 당신을 안고 싶은 욕망에 내 자신이 힘들 때가 얼마나 많은 줄 아시오?
그러나 당신은 그렇게 함부로 가질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까지 내 욕망을 잠재우며 살아오는 것이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던 난 당신의 선택에 따를 것이오.“
“내가 당신을 가지고 싶어요.
두 번 다시 남자와 살을 섞지 않을 것만 같았어요.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당신을 보면 당신의 넓은 가슴에 안겨 잠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죠.
언젠가는 반드시 당신의 여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참으로 많이도 했어요.
이제 난 당신을 가지고 싶어요.“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소?
우리가 육체적으로 합치고 나면 당신은 가고 싶어도 당신 남편에게로 갈 수 없게 되는 것이오.
그래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소?“
“후회는 하지 않아요.
이미 남편과는 그 옛날에 인연이 다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더구나 남편 앞에서는 죽는 순간까지 떳떳하지 못한 더럽혀진 몸이라는 것을 잊을 수가 없을 거예요.
그러나 당신 앞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이 들어요.
당신은 이미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은 당신을 만나기 전의 일이기 때문에 당신 앞에서는 마음을 놓고 숨을 쉴 수가 있는 것이에요.“
“그럼 당신 남편과 만나도 이미 합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오?”
“이제 와서 합칠 수가 있을까요?
그 사람 또한 나를 죽은 사람이라고 단념하며 살고 있는 사람이에요.
이제 그 사람과 내가 다시 합친다고 하더라도 뭐가 달라질 것이 있겠어요?“
소희는 벌써 오래전에 그런 결심을 하고 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낸다는 것이 힘들고 어려웠던 것이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