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심심하지 않게 언론에 등장하는 정치인들의 사과를 보게 됩니다.
‘심려를 드려 송구한 마음입니다’ ‘많은 분께 실망을 드려 죄송합니다’ ......
우리말의 접미사 ‘-드리다’가 넘쳐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넘쳐도 괜찮을까요?
이 말은 행위를 겸손히 함을 나타냅니다.
‘문안을 드리다, 말씀을 드리다’처럼 상대방을 높여야 바람직할 때 어울리는데
‘심려’나 ‘실망’이 겸손과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습니다.
‘드리다’ 대신 ‘끼치다’가 알맞습니다.
상대하는 쪽에서는 '이런 제안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는데
그 ‘제안’도 ‘하겠습니다’ 하면 그만입니다.
꼭 겸손해 보이려거든 ‘방안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면 되지 않을까요?
‘-드리다’는 보조동사로도 흔히 씁니다.
‘도와 드리다, 알려 드리다, 붙잡아 드리다’처럼 남을 위하는 느낌이라야 자연스러운데.
‘혼란을 안겨 드린 것에 대해 사과 말씀을 드린다’니요.
책임이나 손해 따위와 어울리는 ‘안기다’에 ‘혼란’을 붙인 것부터 어색합니다.
게다가 남 생각해 혼란을 일으킨다 함은 어불성설이므로
‘혼란을 끼쳐서’가 옳습니다.
‘불편/실망을 끼쳐 드려’ 역시 마찬가지로 그냥 ‘~을 끼쳐서’가 옳다고 봅니다.
마구 쓰기로는 접미사 ‘-드리다’도 못지않습니다.
‘공양, 말씀, 불공’ 같은 일부 공손한 행위를 표현할 때 써야 옳건만 거리낌이 없습니다.
‘상담드리다, 추천드리다, 소개드리다, 설명드리다, 권고드리다, 호소드리다, 치하드리다’처럼.
상담은 서로 의논하는 일이니 어색하고, 추천·소개·설명 따위는 ‘~해 드리다’ 하면 될 말이지요.
권고나 호소는 그냥 할 일이지 어찌 드린다는 말인지 모를 일입니다.
심지어 아랫사람한테 하는 ‘치하’에 ‘드리다’를 붙여서야 되겠습니까?
접미사 ‘-드리다’는 예전엔 없던 용법입니다.
워낙 마구 쓰는 탓에 그나마 일부 인정받았을 터인데 부디 가려 썼으면 좋겠습니다.
세상만사, 넘치면 탈 나는 법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