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김종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낯익어서, 낯선』이 시작시인선 0465번으로 출간되었다. 김 시인은 2015년 『문학의 오늘』 2회 추천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는 『버려진 것들은 누군가를 기다리고』가 있다.
해설을 쓴 오봉옥 시인은 시집 『낯익어서, 낯선』에서 보여주 고 있는 “무위이화無爲而化의 시정신”을 높이 평가하며 “시 창작에서 무위이화는 자연스러운 발화로 이루어진 세계이다. 억지스러운 데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인위적이지 않고 물 흐르듯 독자들의 가슴에 스며들어야 한다. 김종휘의 시들이 그렇다. ‘힘’을 빼고 노래하니 오히려 표현미가 돋보였고, 독자를 그의 시 세계로 쉽게 끌어들이는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라고 상찬하고 있다.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일이 절로 이루어진다는 뜻의 ‘무위이화’는 예술에 있어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일 것이다. 한없는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움으로부터 나온다. 김종휘의 시 세계가 품고 있는 아름다움은 언어의 자연스러운 몸짓들이다.
목차
제1부
그날의 풍경 2 13
나비를 닮은 꽃 14
꽃기린 앞에서 15
남해 금산 16
메니에르증후군 17
꿈꾸는 골목 18
향일암에서 20
비 내리는 카리요 광장 22
어떤 물음 24
꽃비 내리던 날 25
낯익어서, 낯선 26
그가 돌아오다 28
나무들처럼 29
새들이 떠나간 자리 30
오해 32
제2부
바람의 노래 35
편지 36
나비 인연 38
숲속의 신전 40
불면증 42
분갈이를 하다가 44
달콤한 잠 46
나팔꽃 47
기적 48
자작나무 50
흐린 기억 속의 여인 51
환희 52
바람이 차다 54
가을 하늘 55
회상 56
제3부
빈집 61
뜬구름이 되어 62
낙원에서 64
가을 65
재개발구역 66
대추나무 지분 67
선물 68
어머니의 편지 69
버릇 70
쌀밥 나무 71
티스푼 72
그 남자의 아침 74
발목에 박힌 못 75
두려워하지 말라 76
콩나물이 자라는 방 78
제4부
고사목에 꽃이 피고 81
약속 82
부고를 받고 84
겨울 85
플라타너스 86
가출 88
부탁 90
산책 92
새를 찾아 떠난 토토 94
석양증후군 96
담쟁이 98
상현달이 따라온다 99
바다에 들다 100
길 102
사랑을 배우다 103
해설
오봉옥 무위이화無爲而化의 시정신 104
책 속으로
김종휘는 ‘무위이화無爲而化의 시정신’을 보여 주고 있다. ‘무위이화’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교화하는 것이다. 애써 힘들이지 않아도 저절로 변화하여 잘 이루어지는 것이다. 시 창작에서 무위이화는 자연스러운 발화로 이루어진 세계이다. 억지스러운 데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인위적이지 않고 물 흐르듯 독자들의 가슴에 스며들어야 한다. 김종휘의 시들이 그렇다. 그가 보내 준 원고를 단숨에 읽었다. 그의 시는 막힘이 없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부드러웠고, 자연스러웠고, 거침이 없었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이거니와 이웃을 노래할 때에도 기교를 부리지 않고 담담한 필치로 서술하고 있었다. ‘힘’을 빼고 노래하니 오히려 표현미가 돋보였고, 독자를 그의 시 세계로 쉽게 끌어들이는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일독을 권한다.
-해설 중에서
회상
붉고 가늘게 뻗어 나가던 생각들 사이로
중간, 중간 불안한 이파리들이 올라온다
공중에서 어지럼증을 느끼며 떨어지는 이파리들
꽃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간다
이파리가 떨어져 나간 자리마다 붉은 눈물 맺히고
반쯤 잘려 나간 위胃와 마지막 거즈를 꺼내는 손 사이에
잠깐 씁쓸한 미소가 지나간다
불길한 생각으로 병실을 찾았으나 친구가 없어 나오려는데
갓 서른을 넘긴 네가 다 늙어 버린 얼굴로
내 이름을 부르며 손짓하고 있다
병원에서도 손을 놓은 너를 데리고 기도 받으러 가던 날
오늘은 입맛이 난다며 너는 설렁탕 한 그릇을 다 비웠는데
기도해 주시던 분은 네게
세상과 맺은 연을 모두 끊으라고 하셨지
너를 생각하면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날아든다
까르르까르르 파솔라시도 음계처럼
네 웃음소리는 늘 한 음씩 올라갔지
나는 너를 그리워하고 너는 다시 봄꽃으로 돌아와
봄 동산을 웃음 동산으로 노랗게 물들이고 있지
작가의 말
어머니는 태몽 이야기를 자주 해 주셨다
그래서 나는 나를 기대하며 살았다
할아버지와 어머니처럼 쾌활하게 살고 싶었지만
하나님은 나를 고독하게 살게 하셨고
시라는 가슴 넓은 친구를 보내 주셨다
시는 내 마음속 깊은 곳의 상처까지 치유하고
더 작은 생명들도 사랑하게 하신다.
늘 함께해 주신 하나님과 나를 이곳까지
이끌어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첫댓글
말없이 지그시 미소를 짓던 김종휘 선생님 모습이 떠오릅니다.
‘무위이화無爲而化의 시정신’ 이 딱 어울립니다.
두 번째 시집 축하드립니다.
박수보냅니다.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잘 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김종휘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오봉옥 교수님의 해설 총평에서 `무위이화無爲而化의 시정신` 무위이화? 처음 접하는 단어인지라 국어사전을 찾아 보고야 억지로 꾸미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전개된 선생님의 詩와 match가 잘 되는구나! 아마 독자들의 가슴에 쉽게 스며들 것 같아요. 앞으로 더욱 정진하여 김종휘 선생님만이 지닌 재능을 한껏 펼쳐보시길 !
오영숙 선생님! 오랫만에 뵙는 것 같아요.
그간 평안하시지요? 졸시집 많이 부끄럽습니다.
뵙는날까지 건강하세요.
모처럼 카페에 들렸는데..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