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 김숨의 단편 ‘국수’에서 보는 소중한 인연
민병식
김숨(1974 - )작가는 울산 출생으로 대전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대전일보에 단편소설 ‘느림에 대하여’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으로 ‘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 ‘침대’, ‘간과 쓸개’, ‘국수’, ‘당신의 신’, 장편으로 ‘철’, ‘노란 개를 버리러’, ‘바느질 하는 여자’, ‘L의 운동화’, ‘떠도는 땅’, ‘듣기 시간’, 제비 심장‘ 등이 있고,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 도인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작가 소개 - 네이버 참조)
작품은 작가의 소설집 '국수'에 나오는 단편이다.
엄마가 집을 나가고 새어머니가 들어오는데 ‘나’는 엄마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새어머니에게 정을 붙이지 못한다. 새어머니는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국수를 만든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해준 국수의 길 다란 국숫발을 또각또각 끊어버린다. 새어머니는 아이를 낳지 못해 이혼을 당했다. 그리고 애가 셋 딸린 아버지와 결혼을 했다. 재혼으로 가족을 이루었지만 평생 호적에 이름도 올리지 못한 채, 어머니로 인정받지 못하고 살아간다.
나는 성장하여 결혼을 하고 어렵게 가진 아이를 유산한다. 그리고 두 번 째 인공수정일에 새어머니를 보기위해 시골로 간다. 새어머니는 설암에 걸렸다. 시골에 내려가 반죽을 하며 새어머니에게 말을 걸며 국수를 만든다.
국수를 만드는 과정은 새어머니에 대한 사죄의 과정이다. 첫 만남에서부터 그녀를 밀쳐냈던 일,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던 일, 자신의 불임을 새어머니 탓으로 돌렸던 일 등을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주인공은 참회의 반죽을 하고 일주일 후면 혀를 잘라내게 될 그녀를 위해 처음이자 마지막 국수를 만든다. 그리고 혀가 아파 잘 삼키지 못하는 계모를 위해 국숫발을 끊어준다.
작품에서 국수의 면은 가족간의 인연을 상징한다고 본다. 새어머니는 한 번도 국수를 끊어 먹지 않았다. 친자식은 아니었지만 아이들과 남편과의 인연을 어떻게 든 이어가려는 결심과 아이 들을 친 아이처럼 키우겠다는 결심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주인공은 면발을 끊는다. 그것은 새어머니를 어머니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이의 반항어린 심정이었을 것이다.
새어머니를 부인했던 주인공, 불임이라는 상황설정은 어느 새 자신도 새어머니의 인생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작품 ‘국수’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몸으로 새어머니로 들어와 외롭고 그동안 고단했을 계모의 삶을 이해하고 국수를 만드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미안함을 표현하고 화해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인연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부모, 형제, 연인, 동료, 이웃 등 수많은 인연의 끈을 이어가며 살아간다. 그 중에는 쉽게 끊어지는 관계도 있고 끊을 래야 끊을 수 없는 천륜도 있다. 어떤 인연이든 끝까지 잘 이어가려면 밀가루에 물을 부어 반죽을 잘하고 잘 숙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퍽퍽 하거나 면발이 끊어지거나 맛이 없어지고 국수가 국수가 아닌 음식이 될 것이다.
여러분 들의 인연은 어떠한가. 험란하고 무서운 언 택트의 시대, 쫄깃 쫄깃한 국수의 면발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운 인연의 끈이 이어져 있는지 내게 닿아 있는 인연의 끈이 끊어지지 않도록 잘 잡고 있는지 돌아봐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