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시 +
한강
어느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맘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끌어안고 오래 있을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은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말하고 있을 테니까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매달리며
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
때로는 당신을 등지려 했는지
그러니까
당신이 어느날 찾아와
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
그 윤곽의 사이 사이,
움푹 파인 눈두덩과 콧날의 능선을 따라
어리고
지워진 그늘과 빛을
오래 바라볼 거야
거기,
당신의 뺨에,
얼룩진
+++++++++++++++
가끔 죽음을 생각한다
사는 것도 버겁고 바쁜데
언제 죽음을 생각하냐지만
죽음과 삶은 한몸이다
이만큼 살았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친구
때로는 그가 부러웠다
여한이 없는 삶도 있구나
어떻게 살았기에
아니 어떻게 살면
여한이 없을까 생각한다
아무리 바빠도
가끔은 죽음을 생각하자
자주 죽음을 생각하자
운명처럼 죽음이 찾아오면
‘너 왔구나’
‘너를 기다리고 있었던걸’
‘그래 일어나 가자’라며
기쁘게 따라 나설 수 있게
(1011, 싸리재에서, 산)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읽다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은 적이 있다
영혜는 꿈을 꾸었다며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을 한다
그로 인해 뒤틀려지는 일상
그는 나무가 되고자 한다
『산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었다. 그때 아홉살이었던 영혜는 말했다. 우리, 그냥 돌아가지 말자. 그녀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금방 어두워질 텐데. 어서 길을 찾아야지.
시간이 훌쩍 흐른 뒤에야 그는 영혜를 이해했다. 아버지의 손찌검은 유독 영혜를 향한 것이었다. 영호야 맞은 만큼 동네 아이들을 패주고 다니는 녀석이었으니 괴로움이 덜 했을 것이고, 그녀 자신은 지친 어머니 대신 술국을 끓여주는 맏딸이었으니 아버지도 알게 모르게 그녀에게만큼은 조심스러워했다. 온순하나 고지식해 아버지의 비위를 맞추지 못하던 영혜는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고, 다만 그 모든 것을 뼛속까지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제 그녀는 안다. 그때 맏딸로서 실천했던 자신의 성실함은 조숙함이 아니라 비겁함이었다는 것을. 다만 생존의 한 방식이었을 뿐임을.
막을 수는 없었을까. 영혜의 뼛속에 아무도 짐작 못할 것들이 스며드는 것을. 해질녘이면 대문간에 혼자 나가 서 있던 영혜의 어린 뒷모습을. 결국 산 반대편 길로 내려가 집이 있는 소읍으로 나가는 경운기를 얻어타고 그들은 저물녘의 낯선 길을 달렸다. 그녀는 안도했지만 영혜는 기뻐하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저녁 빛에 불타는 미루나무들을 보고 있었을 뿐이다.』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치열한 시적 산문이다.” 노벨 위원회의 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다.
첫댓글 채식주의자
꼭 읽어보겠어요
한강 축하합니다 ^^
어제 부터
< 채식 주의자 >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된
대한민국의 문학가 <한강 >
기사로 가득찼네요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글이 난해하고
어렵지요
어쨌든 소설가 한강님 보다 도
우리나라의 경사네요
요즘 우울했는데
완젼 기분 업 시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