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코끼리
흰 코끼리’는 겉으로 보기엔 근사하지만 돈만 많이 들고 처치 곤란한 물건을 비유하는 말로 외관은 화려하나 쓸모가 없는 애물단지란 의미이다.
코끼리를 나타내는 한자어 ‘상(象)’이 길하다는 뜻을 가진 ‘상(祥)’과 동음이다. 특히 불교에서 코끼리는 모든 힘의 원천이자 위용과 덕을 상징하는 동물로 각종 경전과 설화에 자주 등장한다. 인도의 마야부인은 6개의 상아를 가진 흰 코끼리가 옆구리로 들어오는 태몽을 꾼 뒤 석가모니를 낳았다고 전해지고 덕을 상징하는 보현보살은 늘 흰 코끼리를 타고 연화대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해인사가 있는 가야산의 ‘가야(伽倻, gaya)’가 바로 산스크리트어로 코끼리를 뜻하는 말이다.
태국의 경우, 흰 코끼리는 왕권 수호의 상징적 존재로 특별 관리 대상인데, 2016년 푸미폰 국왕의 장례식에는 흰 코끼리가 무려 9마리나 등장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옛날 동남아 불교 국가에서 왕은 미운 신하에게 흰 코끼리를 하사했다고 한다.
왕으로부터 받은 흰 코끼리가 폐사라도 하면 이는 곧 죽음이기에 지극정성으로 돌봐야 했다. 하지만 그 먹성이 엄청난 데다 수명도 길어 웬만한 재력으론 감당조차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니 왕으로서는 껄끄러운 신하 다루기에 이만큼 좋은 수단도 없었을 것이다.
반면에 서양에서 코끼리는 쓸모도 없는 데다 돈이 너무나 많이 든다고 여겨졌다. 이런 유래로 인해 탄생한 ‘흰 코끼리’라는 경제 용어는 큰돈이 들어간 골치 아픈 투자를 비유하는 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