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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quire 글/심정희(에스콰이어) 사진/최용빈
'애마부인’이 단지 말을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듯, 남자들 사이에서 ‘백마’라는 단어가 단순히 하얀 말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라는 것쯤, 우리 여자들도 다 알고 있다.
며칠 전, 대학 선배들과의 식사 자리에서도 이 ‘백마’라는 동물적이기 짝이 없는 단어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야기의 요지는 우리 동아리 유일의 고시 합격자이자, 현재 유능한 변호사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가(물론 그는 이번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 연말, 한 파티에 참석했다가 캐나디안 여성과 뭐 그렇고 그런 관계를 맺었다는 것이었는데 나는 이야기 자체보다는 그 이야기를 전하는 선배의 태도에 더 충격을 받았다.
친구와 백인 여성의 정사를 전하면서 그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운을 뗐던 것이다.
“에이, 왜 그거 있잖아. 모든 남자가 꿈꾸는 그거…”
정말 세상 모든 남자가 그걸 꿈꾼단 말이냐? 힘 좋은 흑인 남자 앞에서 사족을 못 쓰는 일본 여자에게는 그토록 욕을 해대면서? 그럼 여자들도 백인 남자나 흑인 남자와의 정사를 꿈꾸는 일이 별로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네? 내 맘속의 반항아적 기질이 다시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 시작하기 전에 분명히 밝혀두겠다. 내 세계 각국의 옷 잘입는 남자들을 이렇게 추억하게 된 것은 편집장의 권유에 따른 것이지, 혹여나 그들에게 흑심을 품었다거나 ‘백마 타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남자들에 대한 유치한 반항심 때문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밀라노에서 만난 그 남자, 미켈레 ‘미켈레’라는 이름은 좀 웃기지만(한 켤레, 두 켤레, 미켈레…) 미켈레는 정말 멋진 청년이었다. 미켈레는 밀라노에서 열린 남성복 컬렉션을 취재하러 갔을 때, 우리 차를 운전해주던 학생으로 보송보송한 솜털이 얼굴을 뒤덮고 있는 귀여운 청년이었다.
밀라노에 있는 일주일 동안 매일 미켈레를 만났지만 미켈레가 입고 오는 옷들은 다 그렇고 그런,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입고 다니는 것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옷들이었다.
오리털도 아닌, 폴리에스테르 솜이 들어 있음이 분명한 싸구려 점퍼, 낡은 리바이스 청바지, 검은색 컨버스 스니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켈레는 어쩜 그리도 스타일리시한지! 나와 동행했던, 패션계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유명 스타일리스트조차 그 이유를 알아내지 못했다. 우리의 대화는 이런 식이었다.
“미켈레, 오늘은 뭐 입었어?(미처 그날 아직 미켈레를 보지 못한 이)” “아, 너무 귀엽게 입었어.” “뭐 입었는데?” “응? 그냥 청바지. 그리고 어제 입었던 그 파란색 점퍼.” …
분명 미켈레에게는 무언가가 있었다. 다른 남자가 입었다면 별 볼일 없었을 그 옷들을 그렇게 멋있게 소화해내는 그 무언가! 밀라노를 떠나기 전날 밤, 미켈레와의 이별이 아쉬웠던 우리는 비싸기로 유명한 중국집으로 그를 초대했다. 다섯 명의 여자와, 미켈레가 둥근 탁자에 둘러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미켈레의 비밀이 밝혀졌다.
“아니, 미켈레. 왜 이렇게 안 먹어?” “…(웃음)” “새우 싫어해요?” “너무 늦었잖아요. 많이 먹는 건 좋지 않아요. 살도 찌고…. 난 조금만 방심해도 살이 찌기 때문에 늘 조심해야 해요.”
그러고 보니 몇 번인가 점심을 같이 먹었는데 미켈레가 뭔가를 깨끗이 다 먹어치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핫도그와 콜라로 점심을 때울 때도 미켈레는 핫도그 하나를 다 먹지 않았다. 미켈레의 비밀은 거기에 있었다. 175센티미터가 채 되지 않을 것 같은, 서양인으로서는 작은 키의 미켈레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옷을 그토록 멋지게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그토록 철저하게 몸매를 관리해온 덕이었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은 몸매 관리에 관심이 없다. 아니, 관심은 많지만 실천하지 않는다. 그리고 몸매 가꾸기에 관심 있는 극소수의 남자들 중 90퍼센트는 근육 키우기에만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명심하라. 옷을 벗고 있을 땐 누구보다도 멋진 차인표가 옷을 입으면 멋있지 않은 이유는 모두 그의 울룩불룩한 근육 탓이다. 벗었을 때 멋지고 싶다면 지금처럼 달걀 노른자만 먹으면서 근육을 키우고, 입었을 때 멋진 남자가 되고 싶다면 살을 빼라. 그리고 멋있어지기 위해 살을 빼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마라. 여자들이 ‘다이어트’를 입에 달고 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예순을 훨씬 넘긴 세계적인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그는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기도 하다)가 그의 애인 에디 슬리먼이 디자인한 디올 옴므 수트를 입기 위해 30킬로그램 이상 살을 뺐다는 이야기를 그냥 가십거리로 여길 것이 아니다.
라거펠트는 말했다. 30킬로그램의 감량으로 자신은 다시 태어났으며, 남들 앞에 훨씬 자신감 있게 설 수 있게 되었다고.
카레 냄새의 추억, 로이 로이! 내 어찌 로이를 잊을 수 있으랴! 로이는 나와 나의 스태프들의 인도 촬영을 도와준 가이드였다.
하루 숙박비 약 20만원으로 우리집 욕조의 세 배가 넘는 큰 욕조(그것도 자쿠지까지 설치되어 있는)가 있는 방에서 묵을 수 있었던 인도. 그곳에서 우리는 아주 풍요로운 일정을 보낼 수 있었지만 인도는 정말 가난한 나라였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아이들은 지저분했고 로이의 옷차림 역시 남루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건 로이가 신고 있던 샌들! 로이는 10년 전, 우리나라에서 한창 유행했던 스포츠 샌들을 신고, 거기에 회색 양말을 신고 다녔다.
한 켤레밖에 없어서 매일 밤 빨아서 말려 신는지, 아니면 로이가 믿는다는 이슬람교의 교리 중에 ‘양말을 신을 때는 회색 양말만!’이라는 가르침이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일 아침 로이는 똑같은 회색 양말을 신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나는 로이의 회색 양말과 그 위에 얌전히 신겨진 스포츠 샌들이 싫다 못해 혐오스럽기까지 했지만 로이를 미워할 수 없었다. 로이는 내가 지금까지 만나본 가이드들 중 가장 ‘돈독’이 덜 오른 사람이었으니까.
로이의 이야기를 이토록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로이가 입고 다녔던 화려한 색감의 셔츠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스포츠 샌들에서부터 시작해서 바뀌지 않는 회색 양말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된 아이템을 갖추지 못한 로이였지만 로이가 입고 다니는 셔츠의 색감만은 기가 막혔다.
대부분 기본적인 디자인의 셔츠였는데 색깔이 다 오렌지, 노랑, 빨강 같은 원색이었다.
까딱하면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그 화려한 색상의 셔츠들을 그렇게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었던 건, 그 화려한 색감을 전혀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로이의 태도 덕이었던 것 같다.
로이는 자신의 울긋불긋한 셔츠를 하나도 어색해하지 않았다. 하긴 로이는 스포츠 샌들에 회색 양말 신는 것도 전혀 어색해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아서 떠날 때가 다가올 즈음엔 나조차 로이의 그 발이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이 검정, 흰색, 회색, 감색 외의 옷을 부담스러워한다.
봄이 되어 화사하게 차려입는다 해도 그 색의 범주가 베이지나 하늘색을 벗어나지 않는다. 심지어는 넥타이 색깔마저도 노랑이나 초록 등 화사한 색깔은 피하고 싶어한다.
나의 선배 하나는 동물이 프린트된 페라가모 넥타이가 너무 갖고 싶다며 노래를 불렀지만 정작 그 넥타이를 선물로 받은 뒤에는 한 번도 매지 않았다.
“내가 시도를 안 해본 건 아니야. 처음 그 넥타이를 선물 받고, 며칠 동안은 아침마다 그 타이를 매보려고 시도했지. 근데 현관에 나와서 신발을 신을 때면 자꾸 망설여지는 거야.
‘사람들이 너무 쳐다보지는 않을까?’ ‘내가 너무 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구. 심지어 그 넥타이를 매고 주차장까지 나왔다가 다시 들어간 적도 있다니깐. 우리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그날따라 내 넥타이만 뚫어지게 쳐다보시는 거야. 사실 그 노란색이 좀 눈에 띄긴 하잖냐? 그래서 당장 집으로 뛰어올라가 다른 걸로 고쳐 매고 나왔지.”
한국 남자들이 좋아하는 미니멀한 옷들은 남들에게 옷차림 때문에 손가락질 받을 확률을 거의 제로에 가깝게 줄여주는 안전한 보험과도 같지만, 그에 비례해 ‘멋지다’는 찬사를 받을 수 있는 확률도 그만큼 낮은 것이 사실이다.
옷입기는 투자와 비슷하다. 리스크가 큰 투자일수록 성공했을 때 돌아오는 이익이 큰 것처럼, 위험을 무릅쓸수록 “특이하다” 혹은 “멋지다”는 소리를 들을 확률이 높아진다.
왜 주변 사람들에게서 “옷을 잘입는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하면서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해볼 생각은 하지 않는가?
명심하라. 은행에 적금만 드는 사람은 평생 안정된 삶을 살 수는 있겠지만 큰 부자가 될 수는 없다. 옷 입기도 마찬가지다. 허구한 날, 그렇게 검은색 니트에 검은색 바지만 고집하다간 당신의 옷장은 십년 후에도 그렇게 심심한 옷들로만 가득 차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번 결정했으면 끝까지 밀어붙여라. 귀가 얇은 사람 역시 부자가 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평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람은 멋쟁이가 될 수 없다. 자신이 선택한 옷에 대한 당당하고 자연스러운 태도는 보는 이로 하여금 별 볼일 없는 옷도 다시 한 번 쳐다보게 만든다.
첫댓글 너무 길어서 무슨내용인지 모르겠어요 ㅠㅠ 누가 요약좀;;
결국..........귀차니즘을 극복하지 못했어요..미킬레가 어쨌다구요?.
저도 귀차니즘을 극복하지 못하고.. 에이 안읽어~!
전 다 읽었어요 푸헤헤헤 -_-v 결론은 한국 남자는 자신에 대한 (몸이나,옷) 투자를 하지 않으려 하고, 남의 눈을 너무 의식해서 자신에게 어울리고, 자기 맘에 드는데로 입기보단 남이 어떻게 봐줄지를 생각하고 입으므로 잘입을수가 없음.. 남눈 의식하지 말고 당당하게!!! 평범보단 대범! 이런뜻인듯
아아 그런내용이군요.. 남의눈을 의식.. 내가 아는 남자들은 지들다 멋진줄 아는 왕자병-_-;
저도 귀찮아서 다 안읽었는데..조각상같은 이태리 남자를 누가 이기리 ㅋㅋ
진짜 외국남자들 중에 멋진 애들 너무많아여 ㅠㅠ 우리나라는 연예들은 멋진데 길거리에 볼거없음 ,,그런데두 남자들 왕자병 다들잇구
지금 일본에 있는데 일본애들 작살이에요 ㅜㅜ 헤어스타일이 되니가 옷이 허우적거려도 좀 멋지다고나 할까? 하여튼 밖에만 나가면 애기들 보느라 정신없으 ㅋㅋ
남자몸이 가장 뽀대나는게 180에 61kg랬나?-_-? 너무 말랐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정말 뽀대납니다; 뭐라할까 걸쳐놓으면 몸이 살아 있다고 할까요? 저런 몸매가 대충 되는 가수 몇명밖에 몰라요; 관심이 안가서;;다른 사람들은 모르겠고 신화의 신혜성, 신화의 전진, 세븐, 젝키의 고지용;밖에 모르겠네요;
아~ 이글 올려주신분 적나라하게 표현드리지자면 "졸라" 감사합니다~ 저 남잔데 이 글보고 느낀거 정말 많습니다~ "졸라"감사합니다
제가 아는 남자애 183에 61이거든요. 걔는 되게되게 말라보이던데~~
백마 뭐지?ㅋ
제남자친구가 183인데 옛날에 한 64키로 나갔었거든요? 정말 말랐어요-ㅗ - 절대 뽀대나보이지 않는데
응?님 내용 요약ㄳ ㅋㅋ
다들 비슷하시군요;; 저도 열심히 다 읽다가 마지막에 귀찮아져서;; ㅋㅋㅋㅋ
맞는말이에요.. 정말 아.. 내 남친한테 옷 쩜 잘입으라고 하고 싶어요..ㅠ.ㅠ 쇼핑해서 막.. 괜찮은옷 추천해주면.. 제~~발 무난한옷쩜 골라달래요..ㅠ.ㅠ 그게 멀 그리 튀는 옷이라고.. 아.. 정말.. 속상해요
진짜 동감하는 내용이네요..남자친구한테 메일로 보내서 다섯번 읽고 깨우치라고 하고싶어요 ㅎㅎ 여자가 옷, 구두, 액세서리 사는건 다 사치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의 시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