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가의 신앙
창세기에서 리브가의 이야기는 두 번의 ‘우물’ 장면으로 깊이 연결된다. 하나는 그녀가 이삭의 아내로 선택되는 순간(창 24장), 또 하나는 쌍둥이를 잉태한 뒤 하나님께 묻는 사건(창 25장)이다. 이 두 장면은 겉으로는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한 여인의 신앙 여정을 보여주는 하나의 흐름으로보인다.
먼저 우물가 사건을 보자.
아브라함의 종은 나홀의 성 우물 곁에 서서 기도한다. “나와 내 낙타에게 물을 주는 여인을 예비해 달라.” 그때 리브가가 나타난다. 그녀는 단순히 물을 조금 건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열 마리의 낙타가 배불리 마실 때까지 물을 길어 올린다. 이는 노동 이상의 행동이다. 낯선 이방 남자와 그 일행을 향한 자발적 섬김, 계산되지 않은 친절, 즉각적인 순종이 드러난다. 우물은 그저 물을 얻는 장소가 아니라, 리브가의 성품과 믿음이 드러나는 자리였다.
흥미로운 점은 종이 우물 곁에 있었지만 스스로 물을 마시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는 주인의 사명을 띠고 온 종이었다. 자신의 갈증보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먼저 구했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리브가가 등장한다. 한 사람의 기도와 한 사람의 순종이 우물가에서 만난 것이다.
세월이 흐른 뒤, 또 다른 ‘우물 같은 자리’가 등장한다. 리브가가 쌍둥이를 잉태했을 때, 태중에서 아이들이 심히 다툰다. 그녀는 “내가 어찌 이럴까?”라고 말하며 여호와께 묻는다. 성경은 분명히 말한다. “She went to enquire of the LORD.” 주체는 리브가다. 그녀는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여인이 아니었다. 고통을 느끼고, 질문하고, 하나님께 나아갔다.
이번에도 그녀는 움직인다. 우물에서는 물을 길어 올렸듯이, 이번에는 하나님의 뜻을 길어 올린다. 물을 퍼 올리듯, 그녀는 계시를 받아낸다. 그리고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큰 자가 작은 자를 섬기리라.”
이 계시는 이후의 모든 사건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리브가는 이미 하나님의 뜻을 들은 사람이다. 그녀의 선택과 행동은 단순한 편애가 아니라, 받은 말씀에 대한 해석과 적용 속에서 나온 것이다. 물론 그 방법은 완전하지 않았을지라도, 그녀의 출발점은 분명했다. 그녀는 하나님의 뜻을 아는 자였다.
우물은 갈증의 자리다. 종은 사명의 갈증을 안고 기도했고, 리브가는 삶의 혼란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갈망했다. 두 장면 모두에서 리브가는 ‘하나님 앞에 서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낙타에게 물을 길어주던 젊은 여인은, 태중의 아이 문제를 들고 하나님께 나아가는 어머니로 성장했다.
리브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갈증의 자리에서 무엇을 먼저 구하는가?
상황을 해결하려 애쓰기 전에, 하나님의 뜻을 묻고 있는가?
우물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곁에 있다. 그러나 그 물을 함부로 마시지 않고, 먼저 하나님께 묻는 태도에서 신앙은 시작된다.
우물에서 시작된 리브가의 신앙은, 결국 하나님의 계획 속으로 그녀를 깊이 이끌어 간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과정을 통해 한 여인의 내면을 더 분명히 이해하게 된다. 리브가는 조용한 배경 인물이 아니라, 묻고, 듣고, 행동하는 믿음의 주체였다.
오랜만에 들릅니다.
큐티하다가 묵상의 글을 나눕니다.
첫댓글 참으로 깊은 우물에서 길어 올린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갈증을 해소하는 청량한 양식을 얻습니다.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