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sunsayeon.or.kr |
글쓴이 임 정 덕 (林 正 德) | |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약 칭: (사)선 사 연 |
2024. 03. 29 |
법조의 신뢰와 품격
제22대 총선의 특징 중 하나가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자 가운데 최근까지 검사 또는 판사로 재직한 사람이 유독 많다는 점이다. 누구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으므로 직업을 바꾸거나 삶에서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것은 전혀 문제삼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자기가 법조계에 몸담고 있는 동안 응징했거나 정죄했던 범법자들이 가는 길과 똑같은 길을 선택하고, 더욱이 그들의 수하에서 앞잡이 노릇이나 한다면 나라의 앞날에 커다란 암운과 암초가 아닐 수 없다. 길지 않은 인생 여정에서 도저히 가서는 안 될 길이다.
일반 국민은 특정인의 혐의 내용이나 그것의 사실 여부를 잘 알지 못한다. 그들의 범법 사실을 적발하고 수사한 뒤 재판에 회부해 범죄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사법의 몫이다. 그런 사법의 과정과 내용이 잘못되거나 왜곡된다면 나라의 현재와 앞날에 치명적 결과가 초래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나아가 정치적 목적으로 죄가 없는데도 죄를 일부러 만들어 벌을 준다면 나라와 사회에 중대한 오점을 남기기 마련이고, 그런 수사와 재판으로 나라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한 당사자들은 역사적 책임에서 벗어날 길이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마약을 투약하거나 유통시킨 마약 사범들을 찾아내 수사하고 판결하던 검사나 판사가 갑자기 사표를 내던지고 그런 마약 조직의 수하가 된다면 온전한 법조인이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번 총선에 출마한 법조계 출신 후보들의 행위도 이와 다를 바가 별로 없다. 사실은 자기가 정죄한 범죄자들과 한통속이고 자기도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있다가 바라던 기회가 오자 얼른 본색을 드러낸 것과 무엇이 다른지 당사자들은 물론 그들의 행위를 심판할 위치에 있는 유권자들에게도 동시에 묻고 싶다.
지금 제1야당의 대표는 구체적 범죄 사실들로 인해 여러 건의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고, 비례 정당을 스스로 창당해 바람몰이를 하고 있는 전직 법무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와 공직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2심에서 2년형을 받고 대법원 확정 판결만 남겨 둔 상태다. 이들이 자기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면서 이끄는 조직은 내용적으로는 범죄 조직이라 해도 항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사람들과 그들의 행위를 정죄하는 기관에 속해 있던 법조인들이 더 좋은 자리를 탐해 그들 조직 밑으로 기어들어간다면 지금까지의 자기 인생 과정과 업적을 스스로 부인하는 후안무치한 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렇다고 이들 전직 검·판사가 과거 우리나라에서 이따금씩 행해진 양심선언이라도 하고 나서 변신한 것도 아니다. 그동안 자기가 속해 있던 조직과 집단이 정의로운 법집행을 하지 않았고 자기도 그 일원이자 하수인이었음을 뉘우치고 고백한 뒤 이제부터는 진정 정의롭고 바른 길로 가기 위해 자신의 이상과 일치하는 조직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면 그나마 양심선언의 모양새라도 갖췄을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수사나 판결은 정의롭지도 바르지도 않았고, 그 과정에서의 본인의 역할과 조직의 잘못에 대한 직·간접적 함구와 침묵은 비겁했다고 고백하고 사과한 뒤 이제부터는 정의와 정직의 삶을 살겠다는 다짐이라도 했어야 마땅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무리 염치없는 그들이라도 차마 양심선언은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사실상 국회의원 당선이 보장되는 자리로 낙점되면서 일언반구도 없었 다는 사실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사회 정의의 마지막 보루이자 수호자’란 자부심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수사와 재판을 통해 범죄 행위가 낱낱이 드러나고 있는 사람들 밑에서 제2의 인생을 새로이 시작하겠다는 전직 법조인들에게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에 한마디라도 듣고 싶다면 과욕일까? 법조의 신뢰와 품격을 새삼 떠올리게 되는 총선 정국이다.
※ 선사연 칼럼 전체 목차와 내용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하십시오. → [선사연 칼럼] ※ 선사연칼럼에 대해 개인 의견을 제시하시려면, 1. 위 [선사연칼럼]을 클릭, 선사연 홈페이지로 들어와 칼럼게시판에서 해당 칼럼을 열어 칼럼 하단부의 '댓글' 올리기를 이용(댓글은 400자까지 가능)하시거나, 2. 좀 더 많은 의견을 남기시려면 홈페이지 우측 '선진사회만들기제안-제안하기', 또는 '자유게시판-글쓰기'를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
필자소개
임정덕 (jdlim@pusan.ac.kr)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효원학술문화재단 이사장 저 서 적극적 청렴-공기업 혁신의 필요조건, 2016 부산 경제 100년-진단 30년+ 미래 30년, 2014 한국의 신발산업, 산업연구원, 1993 K속도 한국 경쟁력의 뿌리, 2022 |
Copyright ⓒ 2009 (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unsa@suns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