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에 듣는다◆
기업들이 내수침체, 고유가, 원자재값 상승 등 무거운 악재들에 짓눌려 있다.
산업 계 전반의 성장을 뒷받침해 온 정보통신(IT) 분야마저도 정체상태에 빠져 제 몸 하 나 추스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긴 터널을 달리고 있는 한국 경제에 빛을 던져 줄 씨앗으로 지능칩인 전자태크(RFID)가 떠오르고 있다.
지능칩이 우리에게 어떤 희망 을 던져줄 수 있을까. 남종원 매일경제신문 부국장 겸 증권부장이 12일 진대제 정 보통신부 장관을 만나 이 칩이 우리 경제와 산업에 미칠 영향, 정부차원의 지원방 안 등에 대해 물어봤다.
-남종원 부국장=앞으로 10~15년 후 국민을 먹여살릴 큰 축 가운데 하나가 무엇인 지 그 답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진 장관=해답은 정통부가 추진하는 IT839 전략(그림 참조)에 함축돼 있다.
와이브 로(휴대인터넷) 등 8대 신규서비스와 광대역통합망 등 3대 인프라스트럭처, 디지털 TV 방송 등 9대 신성장 동력이 선순환 구조로 확대 재생산되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한국이 20여 년 전 메모리에 투자해 지금까지 먹고 살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었다.
당시에는 일본을 따라가 보자는 게 목적이었는데 어느새 메모리시장은 300억달러 규모가 됐다.
하지만 경제 규모가 커져 메모리 하나만 가지고 국민소득 2만달러나 3만달러 시대 를 열 수 없다.
메모리 같은 항목이 20개 들어간 게 바로 839다.
이 가운데 나중에 바이오 산업과 연계해 키울 수 있는 게 있다.
바로 지능칩(RFIDㆍ전자태그)이다.
지능칩을 꽃에 달아두면 꽃의 수명과 성질, 물을 줘야 할 시기, 언제 어떤 꽃이 피 는지 등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
강아지 귀에 넣어두면 칩이 혈당이 떨어지는 것을 인식한다.
멍멍하고 짖으면 배고파서 그런지 반가워서 그런지 칩이 알아차린 다.
이를 컴퓨터가 "배고파"라는 말로 번역해 표현해줄 수도 있다.
심장이식 환자 에게 넣으면 나중에 환자 맥박이 제대로 뛰는지 밖에서 원격으로 알 수 있게 된다.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상용화를 위한 가격수준은 얼마로 보는가.
대략 10센트는 돼야 한다.
2010년이면 RFID 시장은 77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다.
2020년 이후는 관련 분야까지 합해 수천억 달러 시장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메모리시장이 300억달러 규모고 전세계 무선전화기 시장이 700억달러다.
센서 가 더 많이 붙으면 더 비싸지고 다양해지고 부가가치가 더 높아진다.
가짜인지 식 별해 내는 기능까지 갖추면 더 비싸질 것이다.
조달청과 국방부도 이미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세계 시장을 주도할 만한 품목인가.
일본도 시작했고 미국도 상용화에 들어갔다.
송도에 RFID 물류단지를 구축하고 기 술적인 면에서 서두르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
한국이 물류 이동의 중심지가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ㆍ중ㆍ일 3국 IT장관회의가 2주 전 일본에서 열렸다.
당시 한국이 RFID를 의제로 제안해 채택됐다.
표준을 통 일하지는 않더라도 호환성을 갖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전세계 물류가 한국 중심으 로 이뤄질 수 있다.
한 주 전 열린 한ㆍ중ㆍ일과 아세안국가, 인도까지 참여하는 I T장관회의에서도 이를 공식 의제로 채택했다.
한국이 메모리시장에서 40%를 차지했 듯이 세계 지능칩시장을 20~30% 차지하면 엄청난 국부가 창출된다.
-개인정보 유출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대책은 있는지.
보안이 침해됐을 때 페널티를 높이는 방안이 있다.
사생활 침해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근 미국 월마트도 이 때문에 칩기술을 적용하려다 주춤하고 있다.
한 국도 주민등록증을 스마트카드로 만들려다 못한 적이 있다.
초기 시장은 주춤거릴 수도 있다.
-정부가 개입하면 통상마찰 문제는 없나.
정부 기능은 연구개발에 국한된다.
표준 자체가 돈이 되는 것은 아니어서 문제 없 다.
와이브로도 미국과 잡음이 있었지만 "한국은 국제 표준을 지향해 틈새시장을 겨냥하는 쪽으로 서비스해 나가겠다"고 밝혀 마찰을 피해나갔다.
법적인 문제는 다 고려하고 있다.
-한국은 무선통신시장이 좁은데 사업자는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다.
시장이 성장기일 때는 사업자가 많은 법이다.
우리나라 통신시장도 10년 동안 10배 성장할 만큼 빠르게 커졌다.
839전략이 새로운 파이를 만들 것이다.
IT시장은 현재 30조~40조원이지만 후방산업까지 합해 200조원 시장을 형성한다.
5~6배나 되는 시 장을 이끄는 셈이다.
기업들이 이합집산하면서 시끄러워야 시장이 살아있다고 볼 수 있다.
-엥겔계수(가계 소득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보다 통신지수가 높다는 얘기 까지 나온다.
소비자들의 통신료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소비자가 너무 과도하게 통신을 이용하는 문화가 만들어진 것도 문제다.
새로 등장 할 통신들이 이를 분산시킬 것이다.
<대담 = 남종원 부국장ㆍ증권부장 / 유진평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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