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무릎
어머니는 중매로 20살에 결혼을 하셨습니다. 결혼 후 농사일을 시작한 어머니는 나이가 80이 넘어서도 그 일을 멈추지 않고 일을 합니다. 어머니는 오랫동안 무릎에 무리가 가도록 밭에 나가 쪼그리고 앉아서 일을 하여 무릎 연골이 상하게 되었습니다. 요즈음 어머니는 무릎 관절로 인하여 젊었을 때 보다 활동영역이 확연히 좁아진 것을 누구나 알아볼 수 있습니다. 어머니는 치아도 좋지 않아 음식물을 잘 씹지 못하여 고생을 하고 계십니다.
어머니는 무릎 연골손상으로 밭에서 김을 매는 일과 고추밭에서 고추를 수확하는 날에는 허리에 비닐을 두르고 왕겨를 담아 묶은 비료 포대를 들고 밭으로 나가십니다. 어머니는 쪼그리고 앉지 못하여 아예 가지고 간 비닐 포대에 밭고랑사이로 철퍼덕 앉아서 농사일을 합니다.
이제는 농사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는 생활고는 해결하였지만 쉽게 어머니는 몸에 베인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어머니 무릎 인공관절 수술한지가 10년이 지났습니다.
어머니는 매년 10년 넘게 7월이면 인근 홍성군 구황면, 갈산면을 돌아다니며 삼을 구입하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삼 가격을 지불하고 실어다 주는 트럭을 타고 집으로 삼을 받아 오곤 했습니다. 삼을 사온 날은 할머니와 어머니는 삼을 삼기위해 분주하게 움직이셨습니다. 낮에는 우리가족 식사마련과 농사일을 하셨습니다. 농사일이 끝내고 저녁식사를 마치면 안방에서 틈틈이 삼다 남겨놓은 삼을 입과 다리를 사용하며 삼을 삼으셨습니다. 추운 겨울에 방안에서 한 쪽 옷을 걷어 올린 무릎이 훤히 보인 어머니의 삼을 다듬는 다리는 굳은살이 생겨 나무토막처럼 보였습니다. 농사일로는 부족한 우리 6남매 고등학교, 대학등록금 마련을 위해 그 일을 하셨습니다. 1년 동안 쉬지 않고 삼을 삼으면 200자는 넘게 삼으셨습니다. 아버지는 논밭으로 일을 나가면 어머니 혼자 방안에서 베틀에 앉아 삼의 껍질을 입으로 찢어서 만든 실을 한 올 한 올 베를 짜시곤 했습니다. 내가 건너 방 방문을 성그시 열어 삼배길쌈 하는 어머니의 조근조근한 동작은 어릴 적 동화책에 나오는 선녀 같았습니다.
어머니가 삼을 배운 것은 꽃다운 나이인 16살이었습니다. 옆집 사는 김oo가
“영례야! 삼 점 삼아다오.”
라며 던진 말에 삼을 삼는 일을 어머니는 배우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막내 동생이 대학교졸업을 한 나이 60이 지나서야 삼을 삼는 일을 그만 두었습니다. 어머니가 양쪽무릎으로 그동안 삼을 삼은 량은 2,000자는 넘습니다. 삼을 짜놓으면 팔려고 하지 않아도 진품인 것을 믿고서 가까운 친척들과 소문을 듣고는 이웃사람들이 모두 삼베를 사가곤 했습니다.
어머니는 심한 퇴행성 관절염이 심하게 진행되어 있어 천안에 있는 본정형외과병원에서 오른쪽 인공관절수술을 한차례 받았습니다. 수술 후 관리를 잘 해야 하는데 시골 형편상 눈에 보이는 일을 보고는 지나칠 수 없어 일을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허리뼈 부분이 튀어 나오고 신경이 그 곳을 눌려 자리에 잘 앉지도 못합니다. 오른쪽 다리는 물론 왼쪽 다리도 무척 아프다고 하십니다. 일어설 때 엉금엉금 기다가 겨우 일어서곤 합니다. 어깨 죽지 등 온몸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두 분 내외가 돌아가시면 쓰려고 삼은 삼베를 2년간 팔지 않고 수의에 쓰려고 집안에 보관해두었습니다.
“내손으로 삼은 삼베를 박스에 담아놓으니 후련하다.”
라는 어머니가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을 귀동냥으로 들어 알고 있습니다.
올 4월 중순경 묘판에 상토를 넣고 벼 종자를 넣은 일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식당에서 부모님, 직계가족이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도중에 직계가족중 1명이 코에서 피가 나오자 부모님이 눈치를 채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닦다가 아예 휴지를 들고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최근 치료를 받는 중이라 처방약이 몸에 맞지 않나 봅니다. 자식이 아픈 모습을 보면 부모님의 마음은 심란하고 우울합니다. 자식이 부모보다 덜 건강하지 못하면 부모를 아프게 하는 원인 제공자입니다.
그날은 집으로 가기위해 차를 타러 식당에서 나오면서 나의 눈에 비친 우련한 어머니의 무릎은 더 아파만 보였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저는 수필을 그동안 쓰다가
시에 접근하고자 노력중 입니다
댓글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어머니의 무릎>글 을 다시 게재합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매번 글을 읽어주시고
댓글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 주 되세요
어머니의 무릎은 세월에
흔적입니다
나이 드시면 관절염에 고생을 하십니다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