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장날
[아침뜨락] 유지상 단양향토문화연구회장
2013년 11월 06일 (수) 21:29:42 지면보기 14면 중부매일 jb@jbnews.com
오늘은 단양 5일장이 열리는 날입니다. 칼국수 집에 갔습니다. 80세쯤 보이는 두 할머니께서 국수를 드시며 "참 부드럽지" 합니다.
주인 아주머니는 먹음직스러운 김치를 푸짐하게 썰어다 주십니다. 다 드신 뒤 한 할머니가 "언제 돈 냈어?" 다음 장날은 자신이 점심 사겠다며 두 분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시장에서 좌판을 이용해 땅콩이며 고구마 등 몇 가지 계절 농산물 파시는 분들입니다.
더치페이 [Dutch pay]가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관습입니다. 필자가 몇 년 전 홍콩에 살고 있는 딸아이를 만나러 갔을때 일입니다.
여식의 지인들이 필자가 홍콩에 왔다고 저녁식사 초대를 했습니다. 침사추이. 세레나데에 딤섬 전문집으로 초대 받았습니다. 딤섬 속에 새우도 들어있고, 맛도 좋았습니다. 커피가 먹고 싶다니까 모두 찻집으로 갔습니다. 언어 소통이 부족하다 보니 여식을 통해 전달하는 이야기는 필자의 의도와 일치할 수 없었습니다. 저녁 대접을 받았으므로 찻값은 계산하려던 의도였는데, 딸아이는 이곳 문화가 있다며 제지했습니다. 계산은 각자 부담하고 우리 부녀몫은 여식이 부담하는 것을 보고, 문화 차이가 이런 거구나 실감했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찻값까지 접대하든지, 대접받은 사람이 찻값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장구경하다가 그 때 일이 떠올랐던 것입니다. 우리의 전통 장날 볼 수 있는 이런 풍경이 얼마나 갈지 저도 궁금합니다.
이번에는 단양 시장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단양에는 도담삼봉과 선암계곡 등 8경이 있습니다. 그런데 전통시장을 이제 9(구)경 시장이라고 부릅니다. 단양8경에 1경을 더했다는 의미도 있구요.시장에 와서 구경도 하고 물건도 사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습니다. 구경시장에는 물건도 많지만, 재미있는 분들도 계십니다. 한 칼국수 집 주인 아주머니께 "이제 그만 장사 하셔도 되시잖아요"라고 물으면 반드시 이런 대답을 듣는다. "내가 시장 안에서는 소녀시대야.우리 할아버지 팬들은 어떻게 하라고" 그러면서 해맑게 웃습니다.
마늘골목의 알싸한 향, 순대·메밀전 골목에서 마시는 막걸리 한잔은 삶의 윤활유입니다. 상인회가 계절마다 준비하는 각종 공연, 전시회, 체험 프로그램은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때 필자는 중국의 명화록을 생각해봅니다. 당나라 주경현(618~907)이 지었습니다. 책 서문에는 "보지 않은 것은 기록하지 않았고, 본 것은 반드시 기록했다"고 말하고 있지요. 이를 통해 화가의 사회적 지위나 명성보다 순수하게 작품의 예술적 성취도를 기준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후세의 사람들은 이 책이 진지하고 엄정한 태도로 글을 썼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열전(列傳) 부분은 사료적 가치도 충분합니다. 오늘날 당대 동남부 지방의 문화예술 흥성과 발전면모를 살펴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단양 구경시장도 예술적 각도에서, 기록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조선의 천재화가 김홍도. 일찍이 그는 궁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원이 되어 임금님의 초상화를 그리고, 아름다운 절경을 산수화에 담았습니다. 단양의 모습을 사진처럼 세밀하게 표현한 작품도 몇 점 있습니다. 현재 구경시장의 모습을 후대에 전해주는 그런 작업이 필요합니다.
프랑스는 옛 선조들의 문화유산을 자랑하며 관광객도 유치합니다.
구경시장이나 단양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화가, 글로 나타내는 사람들을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행정기관, 상인회의 관심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