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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책 속으로
그런 맥락에서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서 부리오가 만든 본전시는 수십 년 간 축적되고 변화한 현대미술 경향의 가장 최신 버전이며, 거기에 ‘광주’라는 역사적, 지역적, 문화예술적 특수성을 접목시켰을 것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요컨대 《판소리: 모두의 울림》이라는 주제 아래 30개국 72명 작가가 만들어낸 대규모 현대미술전은 부리오가 잘하는 바로 그 방식을 썼다. 즉 상이한 존재들의 감각 지각적 표현물을 기성의 미술이념으로 봉합하는 대신 부딪침, 겹침, 모음 등으로 네트워킹 함으로써 동시대 예술의 미학을 주장한 것이다.
- 「강수미와 ‘함께 보는 미술’ | 현대미술 속 판소리: 니콜라 부리오의 광주비엔날레」(강수미 교수) 중에서, 본문 11쪽
이전보다 더 변화된 모습의 이 순회전은 한국 1세대 근현대 서예가 10인의 작품을 중심으로 전통 서예에서 변화된 근대 이후 서예 문화의 양상을 알 수 있으며, 이어 서예가 회화나 조각 등 다른 현대미술 장르와 소통하고 융합하는 순수예술로서의 서예를 볼 수 있다. 또 디자인을 입은 서예의 다양한 확장 가능성과 일상에서의 서예, 현대사회 속의 문자도, 한글서예 등의 작품도 새로 선보이고 있다. 즉 전시는 ‘문자속의 인물’, ‘현대서예의 실험과 혁신’, ‘서예그리기, 그림쓰기’, ‘일상에 디자인을 접목하다’는 네 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다.
- 「미술관 탐방 | 복숭아정원에 피어난 한국 근현대미술 - 대만 횡산서법예술관」(김명해 화가) 중에서, 본문 19쪽
이우환과 마크 로스코는 모두 순간적인 것을 구체적인 형태로 변화시키는 도구로써 회화를 활용했다. 이우환은 붓 자국의 순간적인 에너지를 색채로 포착하여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물질성을 확보하였다. 그의 붓 자국은 호흡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이는 ‘공기’나 ‘기운’이 캔버스 표면에 안착하여 그림의 형태로 완성되는 것이다. 즉, 붓질을 통해 숨결처럼 자연스럽고 미세한 감정을 전달하는 이우환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인 것이다. 로스코는 미묘한 감각이나 분위기를 응고시켜 안정적인 형태로 구조화하였다. 그는 마치 공기 덩어리가 드넓은 어두운 하늘 속에 깊이 잠겨있는 듯한 감정을 캔버스에 담아 냈다.
- 「전시 | 순간적인 감각을 구체적인 형태로 - 《Correspondence: Lee Ufan and Mark Rothko》展」(박영민 기자) 중에서, 본문 26쪽
한국어 문학이 세계문학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번역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며, 그 기간 역시 짧지 않다. 이를테면 한강의 『채식주의자』(2007)가 세계문학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16년으로 10년의 시차가 존재한다. 이 상징적인 시간, 그러니까 한국문학과 세계문학 사이의 적어도 ‘10년’의 시차가 존재했다고 가정할 수 있다. 이 시차는 한국문학이 보편적인 세계문학의 장에서 떨어져 있는 공간적·시간적 거리 감각에 속한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이 시차와 거리 감각에 엄청난 파열을 만들었다. 이제 한국문학의 시간은 세계문학의 시간과 거의 동시간대에서 흐르게 되었다. 이를테면 한강의 신작이나 한국문학의 매력적인 작가의 작품은 시차 없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 「테마 - 한강 작가 | 한강과 한국문학의 시간이동」(이광호 평론가) 중에서, 본문 30-31쪽
사실 ‘역사’와 ‘시적 산문’은 조화롭게 결속하기 힘든 것들이다. 심지어 서로 충돌하기까지 하는 상호 배타적 기율들이다. 그러나 그의 소설은 최대한 ‘시’에 근접하면서 굵직한 근대사 경험을 아름다운 문장에 초대한다. 그러면서 한강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특유의 예술성을 생성한다. 그의 문장은 독백이든, 대화든, 묘사나 서술이든, 그의 손가락에서 솟아나온 물샐 틈 없는 목소리를 통해 촘촘하고 완벽하게 구축된다. 그 안에서는 산 자와 죽은 자의 목소리가 함께 들려오고, 역사 현장과 그 너머의 소리가 동시에 울려오며, 고통과 위안, 폭력과 치유가 함께 발견되고 적정한 표현을 얻는다. 이처럼 그의 소설은 편재하는 폭력에 대한 증언과 그 대안적 사유로 충일하다.
- 「테마 - 한강 작가 | 위무와 치유, 함축성과 느릿함 - 노벨문학상 작가 한강의 문학세계」(유성호 교수) 중에서, 본문 35-36쪽
한 작가의 문학을 그의 것으로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것은 바로 양태와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이 선정이유에서 굳이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소설과 시를 모두 쓰는 작가에게 소설 부분에 상을 주었지만, 그 핵심을 이루는 바탕에는 ‘시적인’ 스타일이 있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적 산문’이란 무슨 뜻일까요. 그 소설에 바탕을 이루는, 정확히 말해서 그의 소설적 글쓰기를 추동시키는 시적 에너지의 핵심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것은 그의 유일한 시집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문학적 모티프이자 고갱이일 것입니다. 저는 이 짧은 평문에서 그것을 꼭 집어서 ‘혀가 없는 말’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 「테마 - 한강 작가 | 혀 없는 말 - 한강의 시적 문장에 부쳐」(함돈균 평론가) 중에서, 본문 40쪽
소설 내용은 자못 충격적이다. 인혜는 동생 영혜와 남편이 온몸에 형형색색 꽃을 그리고 짐승처럼 뒤엉켜 헐떡이는 영상을 보게 된다. 동생도 남편도 아닌, 소설 속 표현에 따르면 “식물이며 동물이며 인간, 혹은 그 중간쯤의 낯선 존재”들을 발견한 순간, 인혜는 자신에게 하나뿐이던 두 사람을 잃는다. 그 뒤 가끔 그녀는 자신에게 이렇게 묻곤 한다. “언제부터 이 모든 일들이 시작되었을까. 아니, 무너지기 시작했을까.”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탈 없이 흘러가리라는 믿음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가. 우리가 충격에서 헤어날 수 없는 것은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 때가 아니다. 서서히 진행된 사건을 뒤늦게 눈치챈 순간이다. 오직 하나뿐인 그것에 실은 수많은 금이 가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이다. 한강은 이 작품을 통해 비슷하게 반복되고, 평범해서 지루한 날이 계속될 것만 삶이 언제부턴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던 순간을 독자로 하여금 곱씹게 한다.
- 「테마 - 한강 작가 | 한강 문학의 진화 - 『채식주의자』에서 『작별하지 않는다』까지」(허희 평론가) 중에서, 본문 45-46쪽
한강의 동화를 읽으며 또 확인한다. 동화적 상상의 매력은 사실이 아니라 진실의 가능함에 있다. 그걸 증명하기 위해 동화가 우리에게 모셔오는 작고 비가시적인 존재들을 나는 사랑하고 사랑한다. 아무도 본 적 없는 꽃을 피운 ‘나’, 이토록 눈물이 많은 아이는 실재하지 않지만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천둥과 번개가 꼬마 선녀의 이름이며 노는 소리라니 이제 천둥이 울고 번개가 쳐도 놀라거나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
- 「테마 - 한강 작가 | 그렇게 동화 속 존재들을 만나길 - 새롭게 읽는 한강의 동화」(김재복 평론가) 중에서, 본문 51쪽
요점을 말하자면 원작과 영화는 격이 아주 다르다는 점이다. 영화는 우선 무엇보다도 소설 속에 묘사되고 있는 이미지의 시각화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신(裸身)에 꽃을 그리는 보디페인팅은 그 단적인 예다. 영화는 「몽고반점」을 메인 플롯으로 삼고 「나무 불꽃」을 도입부와 결론부에 살짝 배치하면서 극적인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음식을 거부하거나 성적 결정권을 발휘하는 영혜의 결의에 찬 모습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원작에서 메인 토픽이라 할 수 있는 「채식주의자」의 특정 장면들만을 발췌하여 플래시백 형태로 가미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영혜와 형부의 적나라한 성적 모험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자칫 불륜 드라마로 비하될 여지를 남기게 된 셈이다. 그리하여 영혜가 겪었던 트라우마의 실체가 모호해졌고, 언니가 겪었을 번민과 고통은 아예 증발되고 말았다.
- 「테마 - 한강 작가 | 한강 원작영화 다시 보기 - 임우성 감독의 〈채식주의자〉와 〈흉터〉」(김시무 평론가) 중에서, 본문 52-53쪽
연극은 원작 소설의 챕터들을 기반으로 각 장면을 구성하고 그 안에서 일종의 연극적 설치예술을 제시한다. 다시 말해 대사 중심의 일반적인 리얼리즘 연극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퍼포먼스에 가까운 연극이 완성된다. 이 공연에서는 배우들의 몸과 무대 오브제들의 조합이 결정적인 효과를 자아낸다. 몸은 말에 의해 주어진 상황에 이미지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몸은 또한 파편적이고 불연속적인 움직임을 드러낸다. 이는 광주에 대한 경험과 증언이 만든 상황에서 나온 개별적이고 단편적인 말에 기인한다. 각각의 상황을 특정 화자의 시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개별 장면들은 콜라주처럼 그려지면서 동시에 전시장 같은 무대의 이미지를 구성한다.
- 「테마 - 한강 작가 | 『소년이 온다』의 무대화 - 배요섭 연출, 〈휴먼 푸가〉」(심재민 평론가) 중에서, 본문 56-57쪽
그의 말과 글뿐만 아니라 문학 세계에 영감을 준 음악들도 재조명받고 있다. 한때 한강이 싱어송라이터를 꿈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 작가가 작곡하고 부른 노래들도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걸으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버릇만큼은 잃고 싶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음악에 조예가 깊은 한강 작가가 자주 듣는 플레이리스트도 관심거리다. 한강 작가는 지난 2007년 에세이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비채)를 발표했다. 현재는 절판된 이 책에는 앤 머레이 〈You needed me〉, 이애리수 〈황성옛터〉, 들국화 〈행진〉, 동물원 〈혜화동〉, 김현식 〈내 사랑 내 곁에〉, 비틀스 〈Let It Be〉, 김광석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등 한강이 자신의 삶을 가로지른 노래들에 대한 기억과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 「테마 - 한강 작가 |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한강의 음악들」(이은주 기자) 중에서, 본문 60쪽
『작별하지 않는다』의 번역과정은 순탄했다. 누구나 그렇듯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능률도 떨어지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행복한 법이다. 좋은 작품을 번역하는 일은 선물과도 같다. 출판 후 여러 곳에서 제주방언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지난 세월의 경험에 따르면, 적어도 프랑스어에서는, 방언에 대해 마음을 접는 것이 현명하다. 몇 년 전, 걸쭉한 부산 사투리로 풀어낸 소설을 번역한 일이 있었다. 정말 아쉬웠지만 눈물을 머금고 마음을 비웠다. 서구의 정서가 애초부터 우리와 다른데, 그 다른 문화 속에서 또 다른 특별한 정체성을 가진 지중해 방언으로 부산 사투리를 덮어쓴다면, 프랑스 독자들은 부산보다는 그들의 남부지방을 떠올릴 것이며, 소설 전체의 균형이 비틀거려 결국 원작의 느낌에서 더 멀어진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 때 우리말 방언이 가지는 느낌은 프랑스어의 단어, 구두점, 표현방식 등으로 최대한 구현해야 한다.
- 「테마 - 한강 작가 |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지? - 『작별하지 않는다』 번역 후기」(최경란 번역가) 중에서, 본문 65쪽
추가 인터뷰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정확한 이유를 이곳에 잠시 밝혀두자면 사실 내가 욕심이 과했던지라 ‘소설의 윤리’에 관한 그분의 내면적인 답변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큰 질문이었다. 옮겨 적어보면 이렇다. ‘12. 다소 어려운 질문일 듯합니다. 문학이, 소설이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윤리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소설에서, 또 소설가에 의해, 훗날의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는 마지막 날까지도 지켜져야만 한다고 믿으시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질문에 대해 그분은 답변하기를 곤란해하셨다. 하여 톤다운 후 다시 드린 질문은 기사에 공개된 바와 같은데, 옮겨 써보면 이렇다. ‘소설을 쓰고 읽는 행위의 힘, 다시 말해 세상에서 소설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거칠고 딱딱하기만 한 세상에서 소설은 어떤 힘을 가질까요.’ 추가 질의에 대한 그분의 답변이 온 뒤, 마침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임박했다.
- 「테마 - 한강 작가 | 인터뷰어, 사이(間)에서 바라보는 자 - 한강 소설가 인터뷰 후기」(김유태 시인, 기자) 중에서, 본문 70-71쪽
한강 작가의 수상은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4개 부문 석권,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대흥행, BTS와 블랙핑크 등 K팝의 글로벌 센세이션에 이은 쾌거다. 한국문학은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처럼 1인치 자막·언어의 장벽에 갇혀 있었다. 수년 새 K팝의 인기가 전 세계 젊은이들의 한국어 학습 열풍을 주도하고 〈오징어 게임〉의 대성공으로 더 이상 자막이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음을 입증했지만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만큼은 반신반의하던 차였다. (…) 한강 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외신 기자들이 물어 올 때면 2014년 소설 『소년이 온다』부터 읽기 시작하라고 권한다. 작가가 성장한 도시인 광주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 ‘5월 광주’를 한강만의 스타일로 폭로한 충격적인 증언 문학이라는 노벨위원회의 사유도 부연한다. 반면에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영어권 젊은 세대에게는 『채식주의자』, 한국이라는 나라가 생소한 이들에게는 『희랍어 수업』을 추천하고 있다. 노벨문학상 특수로 더 많은 작품들이 번역되고 50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힘을 토대로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의 중심에 서리라 믿는다.
- 「테마 - 한강 작가 |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문장의 힘 -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미국의 반응」(하은선 골든글로브협회 정회원) 중에서, 본문 74-75쪽
한강은 한국에서 노벨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작가이다. 한국은 ‘삼성’으로 대표되는 최첨단 기술 분야의 선두일 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음악, 음식을 아우르는 ‘한류’로 유럽을 정복하고 있다. 이제 다음 주자로서 서양은 한국문학을 주목할 것이며, 지금까지는 ‘내부자들’에게만 알려졌던 한국의 시인과 작가들이 더 많은 독자들에게 알려질 것이다.
- 「테마 - 한강 작가 | 유럽을 정복한 한류, 이제는 한국문학이다」(라우라 가라바글리아 시인) 중에서, 본문 78쪽
어디로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지금까지 움직였다기보다는 저에게 가장 절박한 질문을 가지고 씨름하면서 답을 내기보다 질문을 완성해보려고 써왔습니다. 간절한 이야기를 쓰다가 어느 순간 돌아보니 여기까지 왔구나 싶은데 앞으로 어떤 궤적을 그려나갈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때그때 근근이 한 치 앞을 모르고 나아갈 뿐이지요.
- 「인터뷰 - 한강 작가 | 답을 내기보다 질문을 완성하기 위해」(조용호 소설가, 기자) 중에서, 본문 87쪽
대중성을 영화제 전체의 색깔로 가져갈 수는 없지만 생각할 수 있는 지적인 영화부터 대중적으로 성공한 웰메이드 영화, 개성 있는 OTT 작품까지 총망라해 관객들에게 선보일 겁니다. 기존의 영화제 컨셉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남포동의 ‘커뮤니티 비프’처럼 전에 없던 새로움으로 관객들에게 더 다가가는 부산영화제로 새롭게 거듭나겠습니다.
- 「인터뷰 - 박광수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 “부산영화제, 30주년 기점으로 한 단계 도약… 내년에 경쟁 부문 신설”」(이은주 기자) 중에서, 본문 94쪽
저희 작품에서 형서 배우님이 대본 작업 거의 초창기에 제일 먼저 캐스팅이 되셨어요. 그때 비비라는 가수가 〈더 팬〉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서 김광진의 〈편지〉를 부르는데, 제가 너무 감동했어요. 당시에는 가수 비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제 연기를 조금씩 해보려고 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럼 제가 만나고 싶다고 해서 제일 먼저 만났어요. 그때 쪽대본을 가지고 리딩을 했는데 그냥 딱 첫 마디 뱉자마자 바로 ‘무조건 재희다’, ‘막 튀어나온 재희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무조건 해야 된다고 생각했고 아예 김형서 배우를 정해놓고 대본을 썼어요.
- 「인터뷰 - 〈강남 비-사이드〉의 박누리 감독 | “자극적인 이야기로 휘발되기보다는 여운이 남는 작품이면 좋겠어요.”」(설재원 편집장) 중에서, 본문 102쪽
한강의 서울신문 신춘 문예 당선작인 단편 「붉은 닻」(1994)을 읽고 나서 소설가 최인호가 한강에게 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참 어두운 이야기다. 그런데 후반부에선 이 어두운 가족이 바다로 소풍을 가는구나. 그게 나는 참 좋더라.” 세월이 지나 병석에서 다시 만난 한강에게 최인호는 또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다. “인생은 아름다운 거야, 강아.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네가 그걸 알았으면 좋겠어. 인생은 아름다운 거다.”(「아름다운 것에 대하여-최인호 선생님 영전에」) 시대의 가장 민감한 안테나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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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한강’의 시적 산문으로 다시 일어서는 한국문학
여러분의 서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한강 작가가 소설 『채식주의자』로 한국 최초 맨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을 수상한 2016년, 본지는 이장호 감독의 회고전이 열리는 런던한국영화제를 찾았다. 당시 영국 대사관과 문화원은 “우리가 그동안 아무리 노력해도 넘기 힘들었던 미묘한 아시아의 벽을 한강 작가가 단숨에 넘어섰다”며, 이제는 외국인 손님을 만날 때 영문판 소설 『채식주의자』로 한국을 홍보한다고 기뻐했다.
이처럼 K-문학을 세계에 알린 한강 작가는 본지가 기획한 ‘칸 2022’ 특집 「칸 프레스 100명에게 묻다」에서도 ‘한국문학 하면 떠오르는 작가’ 1위에 올랐다. 그리고 2024년 10월 한강 작가는 드디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한강 작가에게 뜨거운 축하를 보내며, 《쿨투라》 11월호는 한강 작가의 작품을 전체적으로 조명해보는 테마로 꾸몄다.
11월호 Theme ‘한강 작가’
이광호 평론가는 “한강과 한국문학의 시간이동”을 논하며, “한국문학의 시간은 세계문학의 시간과 거의 동시간대에서 흐르게 되었다”고 강조하고, 유성호 평론가는 한강의 문학세계를 "위무와 치유, 함축성과 느릿함"으로 정의한다.
함돈균 평론가는 한강의 시적 산문의 핵심을 “혀 없는 말”로 풀어내며, 허희 평론가는『채식주의자』에서 『작별하지 않는다』까지의 “한강 문학의 진화”를 들여다 본다.
김재복 평론가는 한강의 동화를 읽으며 확인한 “진실의 가능함”에 주목하며, 김시무 평론가는 임우성 감독이 연출한 한강 원작영화 〈채식주의자〉와 〈흉터〉를 평하고, 심재민 비평가는 『소년이 온다』를 무대화한 〈휴먼 푸가〉를 해석한다.
이은주 기자는 “가만가만 부르는” 한강의 음악들을 조명하고, 최경란 번역가는 『작별하지 않는다』의 번역 후기를, 김유태 시인은 한강 소설가 인터뷰 후기를 전한다.
하은선 골든글로브협회 정회원은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문장의 힘"을 키워드로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전하고, 라우라 가라바글리아 이탈리아 시인은 ”유럽을 정복한 한류“의 다음 주자로 한국문학을 지목한다.
한강의 문학은 독특하고 어쩌면 ‘비주류’에 속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계문학이 그동안 평가받지 못했던 인간과 역사에 대한 새로운 언어와 상상을 보여주는 아시아 여성 언어에 주목하며, 한국문학의 중심에서 약간 비껴나 있었던 한강을 세계문학의 중심 무대에 세워주었다. 한국인 한강의 노벨문학상을 수상은 다시 세계문학과 한국문학을 동시에 변화시키는 예외적인 에너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와 갤러리 등 다양한 문화연재물과 리뷰
인터뷰 코너에서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조용호 소설가)와 박광수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은주 기자), 시리즈 〈강남 비-사이드〉를 연출한 박누리 감독(설재원 편집장)을 만날 수 있다.
부커상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기 이전에 진행했던 한강 작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채식주의자』는 쓴 지 10년 넘었는데 갑자기 해외에서 호평을 받는다고 그 책이 변한 것도 아니고 제가 변한 것도 아니어서 담담한 편”이며, “유달리 폭력에 민감한 편”이라 “『채식주의자』 같은 소설도 쓴 것이고, 폭력에 대해 민감한 무의식을 파고들다가 『소년이 온다』를 쓰게 된” 것이고 “저 자신에 대한 관심을 따라가다 보니 사회적 주제와 만나게 된 거”라고 밝힌다.
박광수 이사장은 “내년엔 아시아 최고의 영화를 뽑는 경쟁 부문을 신설”할 것이며 “3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누리 감독은 “재미와 흥미도 중요하지만 〈강남 비-사이드〉가 자극적인 이야기로 휘발되기보다는 여운이 남는 작품이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갤러리 코너에서 강수미 교수는 《광주 비엔날레》를, 김명해 화가는 대만 형산서법예술관을, 박영민 기자는 이우환과 마크 로스코의 《Correspondence》展을 조명한다.
그리고 김민정 교수는 드라마 월평에서 〈지옥에서 온 판사〉를, 이지혜 평론가는 영화월평에서 〈아노라〉를 평한다. 김시은 기자는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을, 설재원 편집장은 문학주간 2024를 리뷰하고, 해나 에디터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을, 손희 에디터는 제21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 현장 참관기를 전한다.
이 외에도 제10회 세계한글작가대회, 제6회 수원KS국제시축제, 2024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제2회 창원세계디카시페스티벌, 제29회 김달진문학제, 제8회 외솔시조문학상을 비롯한 빛나는 문화리뷰들이 여러분의 창문을 두드린다.
한강의 강렬하고 아름다운 시적 산문을 읽으며, 당신의 서랍에도 시인의 저녁과 함께 문화잡지 한 권도 넣어두시길!
기본정보
ISSN발행(출시)일자쪽수총권수
19750951 |
2024년 11월 01일 |
160쪽 |
1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