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았다. 겉은 번지르르 했지만 속은 썩어문드러져 있었다. 돈보다 더 귀중한 것이 무엇인지? 이런 성찰은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흘끔 쳐다보았을 뿐이었다. 어느 사회에나 있는 비판세력, 안티, 이상주의로 취급되었다. 심지어는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사회에서 불온자로 처리되었다. 자기검열은 자동 작동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 대개조’를 말했다. 변화는 불가피하다. 그 방향은 어디를 향하고, 누가 이끌까. 뜨거운 논란의 과정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불교는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 나눔의 장을 펼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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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불교계에도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거대한 물음이 던져졌다. 환경, 통일, 인권 등 우리사회 주요 의제에 대한 불교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설립된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에 눈길이 모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불교사회연구소장 법안스님은 16일 불교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고는 한국사회의 자화상이자 민낯”이라며 “공동체 의식이 파괴된 현 상황에 대해 종교, 특히 불교도 자유롭지 못하다”며 불교계의 참회와 자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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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안스님 | ‘세월호 이후’의 조계종 역할에 대해선 “불교가 국민의 슬픔을 어떻게 함께 나눌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중앙종단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래도 제한적이다. 이번에도 중앙종단과 지역교구가 좀 더 유기적으로 움직였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앞서면 무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각자 자기 본본사를 다하는 것”이라며 “24개 교구본사가 하루씩 번갈아 가며 팽목항 법당을 지키고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마음을 나누자. 49재 추모재를 ‘국민장’ 혹은 ‘종단장’으로 치르는 방안도 고민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법안스님과의 인터뷰는 16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불교사회연구소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스님과의 일문일답.
-세월호 참사 한 달을 맞았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법안스님은 조계종 중앙종회 부의장으로 의장단과 함께 지난 4월 30일 조계사에 마련된 세월호 분향소를, 5월 8일에는 안산 합동분향소를 조문했다. 19일에는 공익법인 아름다운동행에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성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안산 분향소를 참배했는데 침통했다. 아이들 영정 사진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공동체 일원으로 부끄럽고 미안함이 너무 컸다. 출가수행자로서 우리사회가 정의롭고 착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는데 본질적인 지향을 두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나만 잘 살면 된다, 돈만 있으면 된다는 이기심이 목젖까지 차올랐다. 더 이상 가면 사회가 큰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세월호 사고는 우리 사회,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무엇이 잘못되어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다고 보나?
“세월호 사고는 우리사회의 자화상이자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다. 물욕과 무한경쟁, 복지부동, 무책임. 특히 ‘나는 나 너는 너’라는, 공동체 의식이 파괴된 총체성이 드러났다. 바로 이 부분에서 종교, 특히 불교가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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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스님은 조계종 중앙종회 부의장으로 4월 30일 조계사 분향소를, 5월 8일 안산 합동분향소를 조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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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로 정부와 국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이번 사태는 ‘충격적인 거울’이다. 이 거울을 통해 우리사회를 들여다봐야 한다. 대통령이 여러 차례 사과 했는데 국민은 그 사과가 눈에 차지 않는다. 왜 그럴까? 개인의 사과와 대통령의 사과는 달라야 한다. 국민의 아픔은 곧 ‘내 부덕의 소치’라는 생각이 있어야 하는데, 첫 번째 사과에서부터 잘못 됐다. 대통령이 곧 대국민담화를 발표한다는데 무슨 기구나 제도를 만드는 것만이 해결책이 아니다. 그건 결국 일시적 국면전환용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미안함, 위임된 권력을 제대로 행하지 못한데 대한 통렬한 반성이 담겨야 한다. 권위는 높은 자리에 올라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에 맞는 역할을 할 때 대중이 부여하는 것이다.”
-정부가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자기 본분사를 잘 하면 된다. 정부가 정부답게,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국민이 부여한 역할을 정직하고 신실하게 수행하면 된다. 119만 봐도 이번 사태에서 공직자들은 생명을 구하는 일보다 자신의 지위를 보전하는데 급급했다. 문제가 생겼다고 (공직자) 옷만 벗으면 끝나나. 적재적소에 사람을 써야 하는데 정부의 인사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 부분은 우리 종단도 마찬가지다. 사부대중공동체라는 말에 걸맞게 짐을 나눠지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간 조계종은 연등회와 봉축법요식 등을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나누겠다’는 기조로 치렀다.
“불교가 국민의 슬픔을 어떻게 함께 나눌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중앙종단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래도 제한적이다. 당사자와 거리도 있고. 연등회나 법요식을 세월호 애도로 치르고 종정예하가 팽목항 현장을 찾은 것 등은 당연히 해야 할 조치이자 도리이다. 다만 중앙종단과 지역교구가 좀 더 유기적으로 움직였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팽목항 현장이나 안산 등에서 지역교구가 제 역할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 조계종이 겉으로 보면 중앙집권화 같지만 막상 작동해보면 중앙종단과 지역교구가 이원화된다. 중앙교구는 붕 떠 있고, 교구는 전향적 판단을 하거나 독자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 천주교의 예를 들어 미안하지만, 사태 이후 수원교구가 조직적으로 안산에서 역할을 다 하지 않나.”
-재앙이 발생할 때 마다 불교계에서는 ‘공업(共業)’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성찰하자는 긍정적인 의미겠지만, 정확한 책임소재 규명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불교에서는 사성제법에 따라 문제를 해결한다. 원인이 무엇이냐가 첫 번째다. 결국 탐욕과 이기주의 아닌가. 우리사회가 이렇게 되기까지의 책임이 국가에게만 있나? 종교인에게도 책임이 있다. 우리는 부처님 법에 입각해서 순수하고 신실하게 살아가고 있나? 우리 안을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성직자들은 절이나 성당 교회에 가서 기도하면 성공하고 출세한다는 신앙을 지향해 온 것 아니냐. 출가 집안만 봐도, 시줏돈 함부로 쓸 수 있나. 이웃을 위해 유익하게 써야 할 시줏돈도 수십년 째 절 짓는데 쓰고 있다. 그러다보니 국가의존도도 더 커지고 있다. 이런 현상을 마음을 내려놓고 정확히 봐야 한다. 그런 것 없이 ‘공업’이라고만 한다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변명에 불과하다.”
-불교계, 좀 더 좁혀 종단은 무엇을 해야 하나?
“먼저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찾자. 이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것이 종교 역할 아니겠나. 희생자들은 지금 중음의 세계에 있다. 당사자들의 죽음에 동의하지 못하는 단계이고 살아 있는 이들도 불안하고 현실을 인정하기 어려운 상태다. 마음과 정성을 다해 망자를 위로하고 새로운 인연을 맺게 하는 안내의 역할을 불교가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49재 기간 추모재를 지내고 49재를 국민장 혹은 종단장으로 지내는 등 여러 대책이 나와야 한다. 팽목항 법당을 24개 교구본사가 하루씩 번갈아 지키는 것도 방법이다. 불자들이 직접 현장에 가서 보고 느껴야 삶도 바뀌지 않겠나. 다음으로는 국가와 국민을 상대로 한 역할을 찾아야 한다. 이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 법답게 사는 것’ 밖에 없다. 우리 자신은 물신주의에 빠져 있지 않은가 하는 성찰이 기반이 될 때 비로소 국민의식에 호소할 수 있다.”
-‘제 역할을 하는’ 공직자를 선출하는 6.4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불자들은 어떤 자세로 선거에 임해야 하나?
“참사 중 맞는 선거 국면이라 조심스럽다. 다만 선거를 통해 세상을 보는 안목을 가진 이를 선출해야 한다. 공직사회가 자기 직분에 맞게 작동되고, 생명존엄을 최우선 가치에 두겠다는 인식을 가진 이를 가려내야 한다. 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공직자가 제 역할을 하게 이끄는 것이 우리사회가 건강해지는 첩경이 될 것이다.”
[법안스님에 이어 금강스님(조계종 교수아사리, 해남 미황사 주지),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등의 인터뷰를 실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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