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머무는 곳’이란 뜻을 가진 충남 연기군 조치원(鳥致院).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조치원은 주로 늪과 갈대가 우거진 지역이었다. 하지만 2004년 인근 공주시•연기군이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로 지정되면서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기 시작했다.
조치원은 세종시까지 차로 10여 분이면 갈 수 있고, 세종시의 관문역이 될 경부고속철도 오송역(2010년 개통 예정)이 차로 5분 거리다. 조치원은 특히 오송역과 세종시 중간에 있어 세종시에서 오송역을 가려면 반드시 조치원을 지나야 한다.
이 같은 입지여건 덕에 조치원은 세종시의 배후 주거지로 일찌감치 관심을 끌었다. 대형 건설업체들이 앞다퉈 조치원으로 달려가 아파트를 지었다. 아파트라 해봐야 낡고 작은 4900여 가구가 전부였던 이 곳에 2006년 전후로 최신 아파트 5000여 가구가 분양됐다.
5000가구 잇따라 입주
이들 단지들이 하나 둘 입주한다. 지난해 6월 죽림푸르지오를 시작으로 올해 4월에는 죽림우방유쉘, 6월에는 신동아파밀리에2차가 입주했다. 9월에는 신흥푸르지오와 신흥e-편한세상이 집들이를 시작했다. 다음달에는 1429가구짜리 조치원자이가, 내년 10월에는 신안e-편한세상이 추가로 입주한다.
이들 단지들은 분양이 비교적 잘 됐다. 2006년 9월 나온 조치원자이는 1429가구 모집에 순위 내에서 1857명이 청약해 평균 1.3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같은 해 4월 나온 신흥푸르지오는 순위 내 경쟁률이 최고 11.3대 1에 달했다.
조치원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 직후엔 1000만~3000만원의 웃돈이 붙어 불법 전매되기도 했다”며 “세종시 개발 기대감에 외지인들이 주로 분양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좀 다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신흥푸르지오 109㎡는 7월 분양가보다 1000만원가량 싼 1억5000만원에도 실거래가 신고됐다. 2억6680만원에 분양된 178㎡는 분양가 이하인 2억5000만원 선에도 매물이 나온다.
분양가 이하 매물 수두룩
입주가 코앞으로 다가 온 조치원자이도 사정은 마찬가지. 정부가 올해 초 지방 투기과열지구를 모두 해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지면서 매물이 계속 나온다. 투자자들이 집값이 오를 것 같지 않자 팔고 나가려고 하면서다.
2억1900만원 정도에 분양된 이 아파트 109㎡는 분양가 보다 1000만원 이상 싼 매물이 많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109㎡는 2억원에도 나온 매물이 있지만 팔리지 않는다”며 “특히 중대형은 분양가보다 2000만원 정도 싸게 내놔도 안 팔린다”고 말했다. 2006년 전후로 나온 단지들은 중대형이 많았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세종시 개발 계획이 당초보다 축소될 것으로 우려되는 데다 부동산시장이 워낙 침체한 때문이다. 만인공인 관계자는 “조치원은 사실상 투자 수요 위주다 보니 시장 침체 영향을 크게 받는 것 같다”며 “아무리 찾아봐도 매수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세시장은 더 심각하다. 인구가 많지 않고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읍 단위 지역인데 중대형이 잇따라 입주하면서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새 아파트 109㎡대 전셋값이 시세보다 3000만원이나 싼 5000만원에도 나온다.
집값이 당분간은 오를 것 같지 않다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지역 중개업소들은 “수요가 많지 않은 중대형이 많고,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안 좋은 데다 세종시 규모도 축소될 것으로 보여 단기적으로 집값이 오를 것 같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