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엔 필터 담배인 "아리랑"이 처음으로 생산됐다. 고교 초년생 건 달들은 어른 흉내를 내며 필터 담배를 자랑스럽게 꼬나물고 연기를 하트 모양으로 뿜어 내곤 했다. 아울러 훌라후프가 대유행하면서 골목마다 훌 라후프를 흔드는 엉덩이들로 물결쳤다. 그러나 이 유행도 내장이 꼬여서 터진다는 소문 때문에 1년 만에 사라지고 (하와이안 훌라아가씨)라는 서 유행가만이 라디오전파에 남았을 뿐이다. 6월달 명동극장에서 (악인이 ?濱?선물)을, 남대문시장 안에 있는 자유극장에서 (숙명의 일탄) 括??? 종로2가의 우미관에서 (우정있는 설복) 등을 한꺼번에 개봉하여 ?? 하루 세차례나 극장을 걸어서 순례하며 잠깐 서부영화에 미쳐보기도 했다.
극장이 날로 늘어나 서울에는 이미 명동의 시공관을 비롯해 34개의 영화관이 줄기차게 영화를 틀어대고 있었다. 게다가 명보극장 뒤의 초동극장이 개관을 준비하는 등 자고 일어나면 새 극장이 출연하는 "극장의 전성시대"였다. 이들 극장이 영화광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안식처로(?)군림한 것은 물론이다. 안성기가 나오는 (모정), 뚱뚱이와 홀쭉이의 ?) 남방 행장기인 희극영화 (천지유정)은 물론 유현목 감독의 (그대 의 ?)와 영원히)와 홍콩에 가서 로케한 (망향)도 있었지만 모두 개봉관 ??) 에서 상영하였기 때문에 포스터로만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신세계백화점이 동화백화점이었는데, "동화영화관"에서 실바노 망가노의 (애정의 쌀)을 보고 나오니 그 밖에서 (아름다운 악녀) 노 ) 를 찍고 있었다. 이 영화에 화가 백경식으로는 나오는 조항은 요즈음 TV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조형기의 부친. 백화점의 양품점에서 우연히핸드백을 훔치는 소녀 은미를 발견하고 동정심을 느껴 대신 돈을 치르고핸드백을 사주는 장면이었다. 최지희가 불량소녀 은미로 나왔는데, 나는촬영 구경이 어찌나 신이 나던지 밤늦게까지 서서 지켜봤고 영화에 대한매혹은 이때부터 더욱 깊어졌다. 최은희가 "쏘냐"라는 이름의 양공주로 나오는 (지옥화)란 영화 때 대문에 독일어 참고서값을 날린 적도 있다.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은 뜻도 모르고, 오로지 요염한 최은희의 육체미를 감상하기 위해 마포 아현동 산비탈에 있는 현대극장을 찾아간 것이다. 애초의 제목은 "육정"이었으나 당시의 시대상을 고려한 나머지 (지옥화)로 제목을 고쳤다 정"고 했다. 6.25 전후 "아프레 걸", 즉 전후파의 대명사였던 최은희의 농염한 연기가 고교생인 나를 달아오르게했다.
최은희가 백설희의 목소리를 빌려 "울긋불긋 향수 냄새 방긋 웃는 빼죽구두 가는 허리 껌을 씹는 어여쁜 아가씨는 양공주 아가씨는 멋쟁이야!"라는 주제가를 부르며 교태를 부리면 손님들은 모두 좋아서 입을 벌렸다.
최은희가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오자 장내를 뒤덮는 왁자지껄한 휘파람소리로 영화구경에 지장을 받았고, 필름까지 끊겨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은희가 진흙구덩이 속에서 칼로 가슴을 맞고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싸늘한 시체로 쓰러지는 마지막 장면은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다.
58년에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생명)이라는 영화가 시네마스코프로 며 만들어져 7월16일 수도극장(현 스카라)과 세기극장(현 서울극장)에서 동시 개봉한다는 신문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거친 세속에 꽃핀 청춘의 애환! 움트는 생명만이 여인행로의 불빛이다!"라는 신문 선전문구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