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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규어 로스의 데뷔 앨범 [Von]은 앰비언트와 프로그레시브 록이 공존하는 보통 이상의 준수한 결과물이었지만, 밴드가 가진 장점을 제대로 드러내지는 못했다. 혹자들이 악명 높은 프로젝트(Projekt) 레이블에서 발매된 (약간 친절한) 다크 앰비언트 음악일 것이라 무심코 지나쳤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은 없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아이슬란드 출신의 무명 밴드가 1990년대를 대표할만한, 또한 비주류 록의 모든 방법론을 집대성한 걸작을 내놓으리라고는 그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불과 2년 후에 완성한 소포모어 앨범 [Ágætis Byrjun]은 극적인 반전의 결과물이었다. 차이점은 분명하다. 데뷔 앨범이 북유럽의 정서를 표출하는데 머물러 있었다면, 소포모어 앨범은 비로소 아이슬란드의 고유한 정체성을 극대화하면서 뚜렷한 이미지를 확립했다. 밴드는 드림 팝과 슈게이징을 기본 문법으로 풍성한 현악을 가미하여 천상의 사운드를 주조해냈다. 여기에 호플랜딕(Hopelandic) 언어라고 명명한 욘시의 마법의 주문과도 같은 매혹적인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그 매력은 더욱 공고하게 드러난다.
영국 ‘NME’의 호평과 동향 출신의 성공한 뮤지션인 비욕(Björk)의 지원사격으로 주목을 받게 됐다고는 하지만, 시규어 로스가 세계적인 명성을 획득할 수 있었던 건 결국 그 음악의 명백한 우수성으로부터 기인한다. 앨범을 플레이어에 걸고 ‘Svefn-g-englar’의 강력한 최면에 빠지는 것은 그야말로 불가항력이다. 이내 청각을 곤두세우는 72분의 러닝 타임은 속절없이 흘러가버린다. [Ágætis Byrjun]의 음악적 성과는 일찍이 프로그레시브 록이라 부르던 장르에 대한 재발견으로, 포스트 록이라는 신종 장르의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에 주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듬해 공개된 갓스피드 유 블랙 엠페러!(Godspeed You Black Emperor!)의 [Lift Your Skinny Fists Like Antennas to Heaven]은 좋은 비교대상이 되는 걸작으로, 두 밴드는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와 킹 크림슨(King Crimson)이 공존하던 프로그레시브 록의 전성기를 연상할만한 음악적 평행이론을 성립시켰다.
첫댓글 불과 2년 후에 완성한 소포모어 앨범 [?gætis Byrjun]은 극적인 반전의 결과물이었다. 차이점은 분명하다. 데뷔 앨범이 북유럽의 정서를 표출하는데 머물러 있었다면, 소포모어 앨범은 비로소 아이슬란드의 고유한 정체성을 극대화하면서 뚜렷한 이미지를 확립했다. 밴드는 드림 팝과 슈게이징을 기본 문법으로 풍성한 현악을 가미하여 천상의 사운드를 주조해냈다. 여기에 호플랜딕(Hopelandic) 언어라고 명명한 욘시의 마법의 주문과도 같은 매혹적인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그 매력은 더욱 공고하게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