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의 등대
멍텅구리 노래
녹음이 짙어 가는 오월
도량 내에 가꾸는 연꽃 통 속에는
엄마 말을 안듣다가
비오는 날마다 개울가에 울어 댄다는
청개구리 가족들의 합창이
하늘을 꿰 뚫고 울어 댑니다.
저희들도 식정이 있는 것은 분명한듯
조용하다가도 저녁 쇳송을 시작하면
따라서 울어 염불하다가
혹여라도 발자욱 소리가
이상하게 들린다치면
딱 한순간에 대합창이 그쳐 지니
마치 교향악단의 단원들이
지휘자의 지휘 하나에 따라
시작과 끝을 마치듯
동시에 울고 그침을 반복하는 것이
저희들끼리 무언가
통하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정도의 식정이 있음을 보면
온갖 생명이 호생 오사하는 마음 역시
다르지는 않을 터
작은 미물이라 해서
함부로 해서는 안될 것임을
분명히 알수 있습니다.
오비이락이라는 말로 알려진 고사도
가마귀 날자 배 떨어지고
그 배에 밑에 있던 뱀이 죽습니다.
뱀은 죽어 멧돼지 되고
가마귀는 꿩이 되니
꿩이 알을 품는 산 위에서
칡뿌리를 캐 먹던 멧돼지의 주둥이에
돌이 하나 구르다 꿩 일가가 참변을 당합니다.
꿩은 다시 사냥꾼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사냥을 나가면
꼭 멧돼지만 사냥하는데
어느 날 과거생의 꿩을 죽게 한
멧돼지를 정면으로 만나
활 시위를 겨누노라니
곁에 있던
지자 대사의 인과 법문에 따라
활을 놓고 원결을 풀게 됩니다.
돌고 돌아
그치지 않는 윤회의 굴레 속에
오직 참는 것과 용서하는 것만이
진정 상대에게 향한
가장 아름다운 복수임을
작은 이야기 속에 깨닫게 됩니다.
정보의 바다를 떠 돌아 다니는
수많은 이야기들 하나 하나가
모두 인연 과보와 윤회하는 표상의
직설적인 가르침이요 교훈이어서
바르게 살고
진실되게 살아 가라는
고구정령한 부처님 말씀인데도
우리는 눈 번히 뜨고도
남의 일인양 자신을 잊기 쉽습니다.
기실은 개구리끼리만 통하는 것도 아니요
가마귀와 뱀만의 연결이 아닌
나와 모든 존재는
형태를 달리 하고 나툰
무량수 무량광 부처의 한 모습임을 알면
어찌 나 자신의 몸에 칼을 긋고
욕설을 하고 거짓을 말할수 있을 것입니까.
오히려 용서하고 감싸 안고 보듬어 가며
다시는 고통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만나는 모든 일과 상황 속에서
깨달아 나가야 할것인데
다음 다음 미루면서
금방 일년이 내생이 되고
내생은 다시 영겁의 윤회하는
인연의 고리를 지으니
고통의 단초를 풀고 맺는 자리는
지금 바로 여기 우리 머물고 앉고
느끼는 마음 바탕 속에
한생각 결정심을 일으키는 그 순간
어둠은 그대로가 빛이 되고
인과론과 업력은
보살도 행하는 십바라밀이 됩니다.
응무소주이생기심
뻑뻑이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이 나온다.
뻑뻑이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시오.
뻑뻑이 무엇에도 걸림없는 마음을 내시요.
송만공 스님의 법문에
멍텅구리 노래가 있습니다.
(멍텅구리나 청개구리나)
저 산의 딱따구리는
생나무 구멍도 잘 뚫는데
우리집 멍텅구리는
뚫린 구멍도 못 뚫는구나.
라는 사하촌에서 배워온
동승의 노래를 듣고
설법에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답니다.
"이 노래는 상스런 노래 같지만
이 속에는 인간을 가르치는
핵심 법문이 깃들어 있다."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
귀에 들려오는 모든 소리들이
법문 아닌 것이 없다.
마음이 깨끗하고 맑은 사람은
이 노래 속에서 많은 것을 얻을 것이나
마음이 더러운 사람은
한갓 저속한 잡념을 일으킬 것이다.
뚫려 있는 구멍,
뚫려 있는 이치를
찾는 것이 불법이다.
탐욕, 분노, 어리석음의
노예가 되어버린
어리석은 자들이야말로
뚫려 있는 구멍을
뚫지 못하는 멍텅구리이다.
진리란 이처럼
지극히 가까운데 있다."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
|
|
|
첫댓글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