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6. 새해에
나는 아직 살아 있다. 나는 아직 생각하고 있다. 나는 아직 살아야만 하고, 나는 아직 생각해야만 하기 때문에. 나는 존재한다, 고로 나는 생각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Sum, ergo cogito ; cogito, ergo sum). 오늘날에는 모든 사람이 자기의 희망과 가장 소중한 생각을 감히 표현한다. 그런 까닭에 나 역시 내가 오늘 자신에게 원하는 것, 올해 나의 머리에 스치는 첫 번째 생각 - 곧 앞으로 나의 삶에서 토대와 보증과 달콤함이 될 사상을 말하려고 한다. 나는 사물의 필연적인 것을 아름답게 보는 법을 배우고자 한다. 그리하여 나는 사물을 아릅답게 만드는 사람들 중의 한 명이 될 것이다. 네 운명을 사랑하라(Amor fati), 이것이 앞으로 나의 사랑이 될지어다! 나는 추한 것과 싸우고자 하지 않는다. 나는 비난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비난하는 자를 비난하는 일조차 하지 않으련다. 눈길을 돌리는 것이 나의 유일한 부정이 되리라. 요컨대 언젠가 나는 긍정만 표시하는 자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즐거운 학문](1882) 제4부 제276항 ; 곽복록 옮김, [즐거운 학문](제2판, 동서문화사, 2009), 323쪽.
* 제276항은 제4부의 첫 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