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후의 건축을 보면, 대전 전에 거장이던 르 코르뷔지에와 로에가 여전히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르 코르뷔지에는
평탄한 활면(滑面)이나 판(版)의 조형에서 보다 유기적인 곡면(曲面)이나 거친 면으로 싸인 매스(mass)의 조형으로 극단적인 작풍(作風)의 변화를
보여, 마르세유의 아파트(Unite d’Habitation) 등의 여러 건축에서 철근콘크리트가 가지는 자유도(自由度) ·조소성(彫塑性) ·역감(力感) 등을 충분히
발전시켰다. 한편 로에는 근대정밀공업의 높은 가공정밀도를 도입하여, 거의 이상화된 순수기하학적인 근대건축의 구체화에 성공하였다.
시카고의 아파트와, 뉴욕의 시그램 빌딩(Seagram Building)은 고도의 시공정밀도와 완벽한 비례에 의해 고전적인 완성미에 도달하고 있다. 이 두
거장을 양극으로 하여 현대의 건축은 전쟁 전의 국제적 성격에 대해서 한층 현저한 지역성과 전통적 특색을 나타내게 되었으며, 동시에 보다 자유
롭고 개성적인 형태가 표현되게 되었다. 이러한 다면적 경향(多面的傾向)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이탈리아의 P.L.네르비, 멕시코의 F.칸델라, 에스
파냐의 E.토로야 등의 조형적 재능이 풍부한 구조 엔지니어들에 의한 정교하고 치밀한 가구기술(架構技術)의 개척이다. 이것은 가구의 자유도를
풍부히 확대함으로써, 총괄적으로 보아 현대건축의 선단(先端)을 명백히 전쟁 전의 고전기(古典期)를 탈피하고 좀더 자유롭고 동적(動的)인 새로운
양상, 말하자면 근대건축의 바로크적 양상으로 전환하게 하였다고 할 수 있다.
건축활동의 지도적 중심은 유럽과 미국으로 양분되었으며, 미국에서는 로에와 라이트를 양극으로 하여 다양한 고도의 기술성을 추구하는 건축가들이
활동하였다. 라이트의 존슨왁스 연구소(1950), 구겐하임미술관(1946∼59), 로에의 일리노이 공과대학 예배당(1952), 시그램 빌딩(1958), P.존슨의
자택인 유리의 집(Glass House), L.칸의 펜실베이니아대학 의학연구소(1957∼61), E.사리넨의 T.W.A.공항 터미널 빌딩(1956∼62), 달라스 공항 건물
(1958∼62)), P.루돌프의 예일대학 예술학부(1959∼63) 등이 대표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유럽에서는 르 코르뷔지에의 마르세유의 아파트(1946∼52), 롱샹의 교회당(1950∼54), 네르비의 스포츠 전당(1956∼57), M.브로이어의 유네스코
본부(1955∼58), H.샤론의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를 위한 콘서트홀(1956∼63)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현대건축의 특색은 이상과 같은 선단적(先端的)
변화와 함께 근대건축의 일반적인 보급에 있으며, 한국을 비롯한 중진국,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후진지역에서 선진국 이상으로 급속히 보급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말하자면 르 코르뷔지에의 인도의 샹디가르(Chandigarh) 종합 도시계획(1950), 요른 웃존(Jörn Utzon)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1956), O.
니마이어의 브라질 종합도시계획(1956) 등은 국제적인 관심을 모은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