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균이를 키우면서 제 스스로 너무 잘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건 역시 여기저기 끌고다니면서 어떤 환경에서도 불안하지 않게 적응 잘 하게 만든 것입니다. 그럼에도 태균이 심부전 진단을 받고나자, 물론 비만해진 신체적 문제가 심화요인이긴 했지만 그 시발점은 역시 다 해결하지 못한 감각문제였다는 생각은 맞습니다.
제 목소리 톤이 높아지거나 완이에게 고함을 지르게 되면 엄청 많이 놀라고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이는데 그 미치는 영향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얼굴색을 보면 불안한 기색도 어찌나 역력한지 미안할 지경입니다.
나름 사회적 판단이 희미하게 가능한 단계가 되면서 이런 반응은 좀더 강해지는 것 같아 태균이를 위해서라도 빨리 완이를 보내야 되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자기가 뭘 잘못했나 하는 반응도 자주 보이곤 해서 스트레스 심하게 받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엾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스트레스나 놀라는 공포의 반응은 아드레날린을 순간적으로 급속히 올리는 화학반응입니다. 아드레날린은 혈관을 급속하게 좁히고 뇌로 가는 혈액량을 줄여버리니 심장과 뇌에 주는 부담이 상당합니다. 철천지 원수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났을 때 느끼게 되는 가슴쿵쾅, 살떨림, 피가 거꾸로 솟는 바로 그 작동의 본질이니 심장건강에 치명타는 불보듯 뻔하게 됩니다.
실제로 의학적 연구논문에 의하면 심부전이란 치명적 심장병의 악화는 아드레날린 분출 신경체계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어서빨리 제가 소리를 줄이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힘든 아이들을 오래 기숙하게 되면서 평화롭게 살았던 태균이를 다소 불안하게 만든 건 아닌지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 비가 많이 뿌려대니 완이데리고 실내놀이터라도 가야 되겠다싶어 서귀포 남원에 있는 실내놀이터를 찾아갔습니다. 대형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필요한 공간은 다 만들어진 야외활동 어려울 때 보람차게 시간보내기 딱 적당한 장소였습니다. 더우기 오전 10시쯤이니 다른 손님이 있을리도 없어서 맘편히 놀겠다 싶었는데...
인상적인 것은 너무 친절한 운영자 내외. 이런 괜찮은 환경에서도 결국 안으로 한 발자국도 들어오지 못하고 문 앞에서만 1시간을 서성이다 결국 돌아왔다는 비극적 현실. 억지로 안으로 끌어들여 트렘폴린이라도 싫컷 뛰게 하려고했는데 그 놈의 오만가지 폐해 뿐인 불안은 왜 이리 심심하면 올라오는지!
어쩔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야 이해가 가지만 이렇게 알록달록 놀이터일 뿐이고 그 동안 발달학교에서 숱하게 접했던 환경인데 아직도 시각자극 청각자극 차단하려는 행동하며 뭐가 그리 겁나는지 한 발자국도 들어서질 못하니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내 아들이라면 머리 열 대는 쥐어박았을 것 같습니다.
사진처럼 저렇게 입구에서 한 시간을 버티다 남자사장님이 라면먹는데 거기 옆에서 뭐라도 줄까해서 붙어있는 거 보니 화가 더 치밀어 오릅니다. 일부러 안쪽에 앉아서 저 있는대로 오길 기다려 보았지만 실패!
얼마 전에 어디선가 읽은 문구인데 김대중 전대통령의 말이랍니다. 방관은 최대의 수치, 비굴은 최대의 죄악이랍니다. 완이의 만고의 쓸모없는 불안행위는 최대의 수치이자 최대의 최악인 것 같아 화가 막 치밉니다. 오래된 방치는 이렇게 시도때도 없이 삶을 바보처럼 만듭니다.
오늘 완이의 행동이 왜 그다지 스트레스가 되는지, 제 건강을 위해서라도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지 어쩌겠습니까!
아이가 못 놀았다고 부득불 입장료를 받지않는 주인내외. 입장하면서 카페라떼라도 주문해서 마셨기에 그나마 덜 미안합니다. 오천원이라도 받으라고 계속 돈을 주는데도 한사코 받지않은 그들을 보니 다음을 기약해야지 어쩌겠습니까!
참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의 연속이었네요. 이런 사소한 것들에도 견딜 수 없는 답답함이 밀려오니 아무리 노력을 해주려해도 완이의 그릇이 그것 밖에 안되는 걸 어쩌겠습니까! 마지막까지 어쩔 수 없음의 연속이네요.
첫댓글 혈육이 아닌 아우들과 함께 사는게 태균씨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네요. 많이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뱅기도 타고 배도 타고 동굴같은 음식점도 들어가고, 실내 놀이터도 한번 입장만 하면 되는건데, 발전한 것도 참 많으니 속 푸세요. 몇년 지나면 해결 되는게 많겠죠. 남자사장님 라면 그릇에 달려가 손가락 번개같이 안 담구는 것만해도 성공하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태균씨 건강 회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