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트리니다드 & 씨엔푸에고스[7일째]
●트리니다드 - 씨엔푸에고스 - 아바나
♤ 7일째 여행일지가 일부만 옮겨졌기에 삭제하고 다시 올립니다.
아침은 아메리칸식으로 숙소에서 준비해 줍니다. 식당에 가려고 회랑을 지나는데 생각보다 많은 방이 있습니다. 현관 옆면의 벽에는 집주인의 딸인 듯싶은 이의 어렸을 적 모습은 그림으로, 조금 더 성장한 처녀 적 모습은 사진을 찍어 벽을 장식하였습니다. 어느 곳에서나 그러하듯이, 이곳에서도 가족은 소중합니다. 그립고 소중한 대상을 장식으로 비치한 것입니다.
식당은 여러 개의 테이블을 붙여 일행이 한꺼번에 식사할 수 있도록 배치하였
습니다. 식탁 위에는 종류가 많은 고급 호텔의 뷔페식은 아니지만, 잘 차려진 풀 브랙퍼스트(Full-Breakfast) 음식이 풍성하게 차려져 있습니다. 아침 성찬을 마치고 옥상 겸 휴식 공간인 3층에 올라보니, 관상나무와 여러 종류의 화초를 심어 놓고 썬베드도 비치했습니다. 밖에서 보면 집의 구조가 답답해 보이지만 안에서는 곳곳에 햇볕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휴게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유네스코가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잉헤니오스 계곡(Valle de los lngenios)으로 가서 사탕수수 밭에 있는 노예 감시탑을 둘러본 후, 쿠바의 중부지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씨엔푸에고스 시내를 구경하고, 아바나로 귀환하는 일정입니다. 숙소를 나와서 어제 비로 보지 못한 잉헤니오스 골짜기의 사탕수수 농장에 있는 노예 감시탑을 보러 갔습니다. 잉헤니오스는 ‘설탕제분소’라는 뜻입니다. 이 계곡은 설탕산업의 발전 과정을 잘 보존하고 있어 설탕 산업 박물관 같은 곳입니다.
이 지역은 18세기 후반부터 쿠바 경제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설탕 농장과 제분소가 번성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설탕 산업은 쿠바 경제의 번성과 붕괴를 좌우했고, 현재도 최고의 수출 상품입니다. 농장 입구에서 5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감시탑까지 가는 길에는 여러 사람이 핸드메이드(Hand made)라고 외치면서 천으로 된 옷가지와 식탁보 등을 경쟁하듯이 팔고 있습니다.
감시탑은 7층이며 250여개의 계단에다 높이45m라니 15층 아파트보다 높습니다. 꼭대기에 오르면 멀리까지 사방팔방을 감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고단한 농장 생활을 참지 못하고 탈출을 도모했던 노예들의 괴롭고 힘들었던 생활을 잠시나마 떠올려 봅니다. 농장의 규모를 가늠해 보면 경계가 겨우 시야에 들어올 정도의 크기여서 실제로 탈출하는 노예를 발견하고 총을 쏜다고 하여도 농장 끝까지는 다다를 수 없습니다. 노예가 탈출하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아마 감시자가 깃발이나 총소리로 도망한 방향을 알리고, 신호를 받은 자는 말을 쫓아 도망자를 추적했으리라 추측해 봅니다.
동행한 몇몇 분들은 가성비가 좋다고 하면서 손녀 옷이며 식탁보 등을 구입합니다. 길을 돌려 독립전쟁의 영웅인 호세마르티의 이름이 붙여진 공원과 산 로렌스 대학이 있는, 쿠바의 중부에서 가장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 씨엔푸에고스를 향해 갑니다.
씨엔푸에고스는 ‘페르난디나 데 하구’라는 이름의 에스파냐 식민지 도시였습니다. 1825년에 폭풍으로 도시가 파괴된 후, 이를 재건한 에스파냐 장군 씨엔푸에고스(Cienfuegos)의 이름을 도시명으로 정한 것입니다. 쿠바혁명의 3대 주축인 카밀로 씨엔푸에고스와는 다른 사람입니다. 에스파냐에서 씨엔푸에고스는 우리나라에서 ‘김’, ‘이’, ‘박’ 처럼 흔한 성입니다. 길을 가면서 스멀스멀 떠오른 생각은 쿠바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며, 육십 여년 전에 끝난 혁명이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 지배하고 있는 곳 같습니다. 말과 마차도 이용하면서 삼발자동차, 오토바이와 자동차와 함께 운행되는 곳이니까요.
씨엔푸에고스에 도착하여, 광장이며 공원 안에 있는 호세 마르티 동상과 주변 건물을 둘러보고 옆에 있는 찻집에 들렀습니다. 정전으로 커피를 내릴 수 없어, 작은 항아리 모양의 잔에 칸차차라 칵테일 한 잔을 낮부터 마십니다. 칸차차라는 꿀과 럼과 라임 소스를 섞어 만든, 쿠바를 대표하는 칵테일 중 하나입니다. 점심으로 고속도로 옆 KM145라는 휴게소 식당에서 삶은 쇠고기와 감자와 쌀밥을 튀긴 것, 아보카도 몇 조각을 5000원에 먹었습니다. 싸지만 맛은 아쉽고, 양이 많은 식사를 마치고, 아바나 근처에 있는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참다랑어 낚시를 하러 출항한 항구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도착한 포구에는 헤밍웨이 흉상 조각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작은 성곽의 일부만이 남아서 자리를 지킵니다. 하염없이 펼쳐진 바다와 더할 나위 없이 푸른 하늘이 맞닿아 있습니다. 바다를 향해 만들어진 나무데크 길 끝에서 사람들이 낚시에 한창입니다. 찻집에 들러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벽을 둘러보니, 고래 만한 크기의 참다랑어를 보고 있는 사람들 사진이 눈에 들어옵니다.
다음 행선지는 브라질의 예수상을 본따서 만든 예수상과 체 게바라의 집이라 불리는 박물관이 있는 곳입니다.
예수상의 규모는 230톤에 높이는 20m로 1998년에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브라질에서도 세계 불가사의 중의 하나인 거대 예수상을 본다 하여, 눈길 정도만 주고 지나쳤습니다. 아쉽지만 시간이 없어 체 게바라의 박물관은 건너 뛰었습니다. 아바나 시와 푸른 바다, 흰 구름이 어우러진 이곳의 풍광은 어디서나 사진을 찍어도 전문 작가의 작품처럼 보입니다.
한때 에스파냐 부의 원천이었던 금과 사탕수수 등의 수출항이었던 항구를 해적들이나 이웃나라로부터 지켜내기 위하여 여러 개의 성곽을 쌓아 요새를 만들었는데, 그 중 하나인 모르에 왔습니다. 성곽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와 보니, 그 당시 사용되었던 대포가 여러 문 놓여 있습니다. 성 안에는 예배당도 있고, 그 옆으로는 콜럼버스의 쿠바 발견 등 쿠바의 역사를 간략하게 전시한 약식 박물관도 있습니다. 송혜교와 박보검이 ‘남자친구’라는 영화를 찍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인간이 만든 도시와 날것 그대로인 바다를 배경으로 어우러진 이곳 사진을 보여주면 누구나 아바나에 오고 싶을 것입니다.
오늘의 숙소는 마탕에스피노아 . 다행히 아바나에서 첫날 머문 집보다 깨끗하고 좋아 보입니다. 저녁은 3층 스카이탑에 있는 SK 모히토 라는 곳에 갔습니다. 손님들도 십여명 넘게 있었고 생음악도 연주되고 있었으나 어젯밤과 비교되어서인지 흥이 그리 나지는 않습니다. 귀가길에는 자전거 뒷좌석을 마차처럼 개조한 BC(Bicycle Taxi) 택시를 이용하여 집에 왔습니다. 이것도 쿠바 문화 체험의 작은 부분입니다.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