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9일(화), 미세 먼지
양평 산수유마을에 산수유를 보러갔다. 양평 추읍산 남쪽 아래에 있는 마을(양평군 개군면
내리)이다. 오는 4월 2일부터 3일까지 산수유 축제를 연다고 하니, 그때는 인파가 크게 붐빌
것이라 미리 가서 보았다.
한적한 산골마을인 내리는 요즘 온통 산수유 꽃에 둘러싸였다.
또한 대부분(?) 축산농가여서 동구부터 소 축사가 있어 그 분뇨 냄새와 내내 동행해야만
했다.
산수유(山茱萸, Cornus officinalis)는 층층나뭇과에 속하는 소교목이다. 한때 이 나무는 중
국이 원산지로 알려지고 우리나라 각지에 심어져 있는 것은 모두 중국 것이려니 했는데,
1920년대에 숲이 좋기로 유명한 경기도 광릉에서 일본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
之進, 1882~1952)이 산수유 거목 두세 그루를 발견하였으며, 그 뒤 우리나라 학자들이 우
리나라가 자생지임을 확인하였다고 한다. (이유미,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백 가
지』)
우리나라 옛 기록을 보면 200년쯤 전에 서술된 『산림경제』에 산수유는 “땅이 얼기 전이나
언 땅이 풀린 뒤에는 언제나 심을 수 있다. 2월에 꽃이 피는데 붉은 열매도 보고 즐길 만하
다. 닭똥으로 북돋워주면 무성히 자란다.(未凍前解氷後。皆可種。二月開花。紅實亦可翫。
俗方 以鷄糞壅之則盛)”라고 적혀 있다.
산수유에는 蜀酸棗(촉산조), 肉棗(육조), 鬾實(기실), 鷄足(계족), 鼠矢(서시) 등 여러 한자 이름이 있는데 여기서 주로 등장하는 ‘조’는 대추나무를 뜻한다. 아마 길쭉한 열매가 대추를
닮아서인 듯싶다.
산수유의 학명은 Cornus officinalis 이다. 여기서 속명 코르누스는 각(角)이란 뜻의 라틴 어
코르누(Cornu)에서 유래되었으며, 이 나무의 특징을 서술한 종소명 오피키날리스는 약용한
다는 뜻이다. 실제로 산수유는 강장(強壯)의 효과가 있어 유정(遺精), 야뇨증, 대하 따위에
쓴다.
음력 9월 9일 중양절(重陽節)에는 산에 올라가 산수유 열매를 따서 붉은 색 주머니에 담고
국화주(菊花酒)를 마시며 사기(邪氣)를 물리치는 일종의 세시 풍습이 있었다.
계곡 장유(谿谷 張維, 1587~1638, 조선 시대의 문신)의 시「여산 가는 도중에(礪山途中)」
이다.
만고토록 장탄식이 나오는 이곳 萬古長嗟地
나그네 길 머리 더욱 희어지려 하는구나 羇遊鬢欲華
고향 정취 수유회(茱萸會)가 아련히 떠오르고 鄕情憶茱菊
산초(山椒) 꽃필 때 맞춰 돌아가는 마음 歸興趁椒花
저녁나절 눈 내리는 어둑한 계성 마을 暮雪鷄城暗
산에 가로막혀 역참 길 더디어져 蒼山驛路賖
그래도 별 수 있나 피곤한 말 몰아쳐서 惟應策羸馬
까마귀 잠들기 전에 도착해야지 莫遣後棲鴉
중국 당나라의 시인이자 화가인 왕유(王維, 699?~761?)의 시 「9월 9일 산중의 형제를 그
리며(九月九日憶山中兄弟)」이다.
홀로 타향에 나와 나그네 되니 獨在異鄕爲異客
명절 때마다 어버이 생각 갑절 나네 每逢佳節倍思親
알괘라 형제들 높은 곳에 올라 遙知兄弟登高處
산수유 돌려가며 꽂는데 한 사람 적을 것을 遍揷茱萸少一人
추읍산(趨邑山, 583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