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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게티 웨스턴(Spaghetti Western)
스파게티 웨스턴(영어: Spaghetti Western) 또는 이탤리언 웨스턴(영어: Italian Western)은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유행했던 서부 영화의 한 장르이다. 내용상 기존의 서부극과는 달리 선과 악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고 반영웅적인 주인공이 등장하며, 스토리 전개가 빠르다. 대사와 장면이 절제되고, 액션 장면이 구성 요소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리적 배경도 애리조나주, 뉴멕시코주, 텍사스주 등 미국 서부를 무대로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장면이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 촬영되었으며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에서도 촬영하였다. 인디언 부족도 등장하지 않는다. 원래는 이탈리아어로 녹음했고, 할리우드 영화에 비해 저예산으로 빠른 시간 내에 촬영되었다. 폭력 장면이 많이 나오는 등 자극적이어서 비판을 받았으나, 몇몇 영화들이 인기를 끌게 되고, 이후 독자적인 작품성을 인정 받게 되었다. 대체로 이탈리아 혹은 이탈리아-스페인 합작으로 제작되어,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음식인 스파게티로부터 ‘스파게티 웨스턴’이라 불리게 되었고, 일본을 중심으로 마카로니 웨스턴 (일본어: マカロニ·ウェスタン)이라는 명칭도 사용되었다. ‘마카로니 웨스턴’은 일본의 영화 평론가인 요도가와 나가하루(淀川長治)의 표현에서 비롯되었으며, 한국 영화계에서 이를 그대로 수용하여 한동안 사용되기도 했다.
1950년대 말 이탈리아의 영화계는 할리우드 종교 영화의 붐이 끝나자 위기를 맞게 되었고, 이에 대한 새로운 돌파구로서 서부극을 만들게 된다. 1964년 6월 《벤허》의 조감독이었던 세르조 레오네가 《황야의 무법자》를 발표하였다. 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되었고 이후 60년대의 새로운 서부극 유행의 시초가 되었다.
작품 정보
대표적인 감독으로는 세르조 레오네, 대표적인 음악가로는 엔니오 모리코네를 들 수 있다. 촬영지로는 스페인의 알메리아가 각광받았으며, 리 밴클리프, 클린트 이스트우드, 테런스 힐, 프랑코 네로 등이 주요 배우로 알려져 있다.
존 포드: 나는 서부극 만들기를 좋아한다. 선택할 수 있다면, 난 서부극만 만들 것이다.
버트 케네디: 혹시 이탈리아 서부극을 본 적이 있습니까?
존 포드: 농담이겠지?
버트 케네디: 아뇨, 진짜 그런 게 있어요. 그리고 몇 편은 제법 유명하답니다.
존 포드: 어떻게 생겨먹었는데?
버트 케네디: 이야기와 사건은 없고, 그냥 살인만 있어요.
- 1969년 1월, 서부극 연출가 버트 케네디와 존 포드의 대화 중에서
위대한 서부극을 만든 몇 명의 감독들은 유럽 출신이다. 존 포드는 아일랜드 사람이고, 프레드 진네만은 오스트리아 사람이고, 프리츠 랑은 독일 사람이고, 윌리엄 와일러와 자크 투르네르는 프랑스 사람이다. 그런데 왜 이탈리아 사람은 그 그룹에 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1969년 8월, 세르조 레오네의 인터뷰 중에서
장르로서 서부극이라고는 해도 이탈리아의 자본과 제작진에 로케이션 지역도 대부분 미국이 아닌 스페인이었다. 스페인에는 미국 서부처럼 황야와 사막이 있어 제법 미국과 유사한 분위기가 났으며 알메리아 같은 곳을 중심으로 스파게티 웨스턴 촬영을 위한 대규모 세트촌이 건설되었으며 이탈리아만 서부극을 만들던 것은 아니어서 스페인산 서부극과 독일산 서부극, 그리고 영국산 서부극도 제법 제작되었다.
당연히 미국 영화에 비해 저예산이었기 때문에 보는 재미를 위해서 폭력성에 중점을 두어 액션 장면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초창기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의 경우에는 대사도 이탈리아어였기 때문에 보고 있으면 홀랑 깬다.
이탈리아인, 스페인인, 독일인 등 대부분 유럽 출신의 배우들이 출연했는데 미국에 수출할 때는 출연한 배우들에게 영어로 된 가명을 붙이기도 했다. 가령 테런스 힐(Terence Hill)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배우의 본명은 마리오 지로티(Mario Girotti)이며, 서구권보다 일본을 비롯한 동양의 웨스턴 팬들에게 더 유명한 줄리아노 젬마(Giuliano gemma)역시 데뷔 초기엔 몽고메리 우드(Montgomery Wood)라는 가명을 사용했었다. 이는 세일즈적으로 유럽 영화계에서 미국이 그토록 신성하게 여기던 서부개척시대의 치부를 다루는 것에 대한 반감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었으리라 추측된다.
감독들 중에서도 무명시절에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를 주로 만들던 이들도 있다. 이를테면 루치오 풀치라든지. 조연이나 엑스트라로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잘 안 나오고 멕시코인 배역들이 많은데 이는 미국과 달리 현지인 섭외가 어려워서 스페인과 이탈리아인 배우들을 분장시켜 멕시코인으로 대체한 것이다.(…) 제작진은 이탈리아 사람들이고 스페인 배우들이 조연으로 많이 나왔지만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는 어느 정도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처음 세르조 레오네 감독의 영화에 나올 때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조연 배우인 베니토 스테파넬리 밖에 없어서 통역까지 당담했다고 한다. 예산이 여유가 있을수록 미국인 배우들의 숫자가 많다. 세르조 레오네 감독의 작품을 보면 갈수록(유명해질수록) 미국인 배우들의 숫자가 많아진다.
TV 드라마로 유명하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스파게티 웨스턴을 통해 영화배우로서 입지를 다졌으며, 리 밴클리프도 기존 서부극에서 조연 수준으로 나왔다가, 사바타를 비롯한 스파게티 웨스턴에서 비중이 큰 조연이나 주연으로 나오며 아예 유럽 영화계에 정착하기도 했다가 서부극을 좋아하는 존 카펜터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미 미국에서 유명배우였던 헨리 폰다는 스파게티 웨스턴에서 최초로 악역을 맡으며 미국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다만 폰다가 출연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가 스파게티 웨스턴의 대표감독인 세르조 레오네의 작품이기는 해도 영화 자체가 스파게티 웨스턴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오히려 다섯번째 서부극을 만들면서 마침내 원조인 미국 서부극으로 돌아간 게 아닌가 싶기도 할 정도다.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기존의 정통 서부극과는 달리, 누가 착한 놈이고 누가 나쁜 놈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썩은 맛이 줄줄 흐르는 놈이 주인공 자리를 꿰차고는 가리지 않고 막 쏴댄다는 점. 그리고 미국산 서부영화는 주로 캘리포니아나 애리조나 등이 무대가 되는데 반해 이쪽은 텍사스나 멕시코 국경지대라는 점이다. 사실 분위기도 미국 분위기가 안나고 멕시코 분위기가 더 난다.
이는 당시 이탈리아가 마피아의 등쌀은 물론이고 좌우이념 대립으로 극히 혼란했던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시각이 많다. 이미 그들은 정의로운 총잡이나 보안관 따위는 현실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오랜 군사독재 아래에서 신음하고 있던 스페인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당시 교과서적인 선악구분이 나오거나 미국 중심적인 내용 위주의 미국 정통 서부극들에 따분함과 지루함을 느낀 관객들이 선악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양면성 있는 캐릭터들이 나오고, 소외되는 편이었던 멕시코인과 원주민이 비중이 크거나 주연으로도 나오고, 미국을 비꼬고 풍자하는 내용에 좋은 반응을 보였고 때마침 1960년대에 나타난 히피 붐과도 같이 하여 전세계적으로 호평과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에서는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들이 서부극 영화로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반대로 정통 서부극이 듣보잡 취급을 당하는, 스파게티 웨스턴과 정통 서부극 사이에서 주객전도가 일어나는 촌극이 벌어지는 일도 종종 있다(...). 한 예로 2004년에 방송된 스펀지에서는 한국 웨스턴인 당나귀 무법자를 소개하면서 비교 자료로 스파게티 웨스턴인 석양의 건맨을 정통 서부극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당대의 다른 영화도 대개 그런 경우가 많았지만, 특히나 스파게티 웨스턴의 경우는 일본에서 개봉된 버전의 중역이 많았다. 당장 달러 3부작의 "~~의 무법자"라는 돌림자는 일본 개봉판의 영향이며, 석양의 갱들, 표범 황혼에 떠나가다, 서부악인전 등의 작품 역시 일본판 제목에서 영향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보수파들이 무척 싫어했는데 이 영화속에 나온 미국은 위에 서술한대로 권선징악을 비틀기 때문이다. 미국 평론가들도 연이어 혹평하면서 불쾌감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것과 달리 여러 영화들이 미국에서도 제법 쏠쏠하게 흥행을 거두기도 했다. 서부시대에 대한 환상이 벗겨지고, 시궁창스러운 당대상황이 많이 알려진 현대에는 오히려 스파게티 웨스턴이 본토 미국보다 서부시대를 현실에 더 가깝게 표현했다는 평도 많다. 물론 정말 스파게티 웨스턴처럼 이놈이고 저놈이고 하나같이 법 안 지키고 마음대로 깽판쳤다면 미국은 군웅할거시대나 마찬가지였을테니까 과장은 됐다는 점도 감안하자.
정통 서부극의 대부 존 웨인은 스파게티 웨스턴을 싫어해서 이스트우드에게 "피자나 먹으려고 이탈리아로 갔냐?"라고 했는데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당신은 피자도 안 먹느냐?"라며 응수했다.
3. 스파게티? 마카로니?
'마카로니 웨스턴'이라고도 불리는데 이 말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용어로, 원래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지에서는 '스파게티 웨스턴'이라고 부르고 있었으나, 레오네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가 일본에 들어오면서 영화 평론가인 요도가와 나가하루가 '스파게티는 가늘고 빈약해 보인다'는 쌈마이한 이유로 '마카로니 웨스턴'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일본식 조어이므로 다른 나라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반론을 하자면, '마카로니는 작은 한입 크기 파스타면인데, 이것도 빈약해 보인다' 같은 트집은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는 점.
단순히 같은 영화의 뿌리로써 일본에서만 다르게 호칭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일본에선 그 나름대로 『마카로니 웨스턴』이라 불리는 하나의 양식미가 갖추어져 버려서, 원 제목이나 작품 내용과는 상관없이 황야, 석양, 새벽, 복수, 무법자, 건맨, 요짐보(用心棒) 등의 쌈박한 단어를 자주 제목에 채용한다던가, 본국이나 미국에서보다 인기가 많은 유럽쪽의 스파게티 웨스턴에 출연했던 배우들의 소식과 근황을 팬들끼리 공유하기도 하며, 현지인들조차 모르는 영화의 로케현장을 방문해서 성지순례를 하거나, 정기적으로 상영회나 코스프레 대회를 개최하는 등, 열성적인 팬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또한 이러한 일본에서의 인기 때문에 일본 천황이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로 보내는 노다치를 열차강도 때문에 잃어버려서 찾으러 간다는 등의 황당한 설정의 사무라이 서부극도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제는 이 또한 하나의 양식미로 굳어져 버렸으며, 이는 일본 극장 개봉판 제목과 자막을 중역해 들여왔던 한국 역시 아주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실제로도 옛날 영화 팬들은 여전히 스파게티 웨스턴이 아닌 마카로니 웨스턴으로 알고있거나, 혹은 그 표현이 더 익숙해서 자주 사용하고 있다.
본고장 이탈리아에서도 정식으로 부르지만 왜 음식 이름을 넣냐고 불쾌해하며 싫어하는 시각도 있다.
대표작
스파게티 웨스턴의 대표작은 다음과 같다.
《황야의 무법자》(A Fistful of Dollars)(1964): 세르조 레오네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엔니오 모리코네 음악
《황야의 무법자 2》(For a Few Dollars More)(1965): 세르조 레오네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엔니오 모리코네 음악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1966): 세르조 레오네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리 밴클리프/일라이 왈릭 주연, 엔니오 모리코네 음악
《나바호 조》(Navajo Joe)(1966): 세르조 코르부치 감독, 버트 레이놀즈 주연, 엔니오 모리코네 음악
《쟝고》(Django)(1966): 세르조 코르부치 감독, 프랑코 네로 주연, 루이스 바칼로프 음악
《웨스턴》(Once Upon a Time in the West)(1969): 세르조 레오네 감독, 헨리 폰다/찰스 브론슨 주연, 엔니오 모리코네 음악
《사바타》(Sabatha)(1969): 지안프란코 파롤리니 감독, 리 밴클리프/윌리엄 버거/린다 베라스 주연, 마르첼로 지옴비니 음악
《석양의 갱들》(A Fistful of Dynamite)(1971), 세르조 레오네 감독, 제임스 코번/로드 스타이거/로몰로 발리 주연, 엔니오 모리코네 음악
《내 이름은 튜니티》(They Call Me Trinity)(1971), 엔초 바르보니 감독, 테런스 힐/버드 스펜서 주연, 프랑코 미칼리치 음악
《무숙자》(My Name Is Nobody)(1974), 토니노 발레리 감독, 헨리 폰다/테런스 힐 주연, 엔니오 모리코네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