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요즘 꽂혀 있는 말, 바로 ageism(연령주의)입니다.
“나이에 대한 차별”을 뜻하는 신조어로, 1969년 미국의 노인의학(geriatric medicine) 전문가, 즉 geriatrician인 로버트 버틀러(Robert N. Butler, 1927~2010)가 만들었지요. 미국에선 1970년대 중반부터, 영국에선 1970년대 말부터 대중화된 단어입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차별을 하는 것도 포함하지만, 현실적으론 주로 고연령자에 대한 차별을 가리키지요.
그러니까 나이 든 사람은 망령스러우며, 생각과 태도가 완고하고, 기술과 유행에서 뒤쳐진 것으로 정형화 시키는 것. 노인 차별은 젊은 세대로 하여금 나이 든 사람들을 자신들과는 다른 인간으로 보게 만들고 나이 든 어른들과의 인간적인 동일시를 거부하게 만들지요.
보통 나이 든 사람이 하는 행동을 보고 "나이 들어서 저래."
사실은 저도 이런 말 했던 듯합니다.
나이가 드니까, 젊은이들에게 '나이 들어서 그렇다'는 말은 절대로 듣지 말아야지, 생각해서
학교 생활할 때도 절대로 나보다 어린 교사에게 시키거나 부탁하지 않고
될 수 있으면 제 힘으로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게 또 잘 안되는 게 요즘 사정이지요.
여배우 마리아 엔더스는 한때 국민배우였으나 중년인 지금은 서서히 내리막길에 접어들었죠.
이런 그녀에게 젊은 감독에게서 연극 섭외가 들어오는데 바로 20년 전 무명이었던 그녀를 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이었죠.
그런데 이게 뭔일이지요?
그녀는 나이든 시그리드 역일 거라 짐작했는데 전혀 아니었거든요. 당시에 맡았던 시그리드 역이 아닌 40세의 헬레나 역이었어요. 헬레나는 자유분방하고 자기중심적인 시그리드를 사랑하는 직장 상사였고, 결국 모든 걸 다 바쳤지만 비참하게 버림받는 역할.
마리아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시그리드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애착을 갖고 있었기에,
온갖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연예계 가십에 등장하는 아이돌이 시그리드를 연기한다는 사실이 몹시 불쾌하기만 합니다.
사람들은 왜 나이 드는 걸 창피해할까요?
왜 나이를 감출까요?
젊음의 특권에 여전히 집착하는 마리아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죠.
영화 제목인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는 스위스의 지명인데 연극 대본을 쓴 극작가가 그곳에 살면서 대본을 완성했던 곳.
헬레나 역을 맡기로 하면서 마리아는 그곳에서 머물며 연극 연습을 합니다.(극작가를 만나러 간 날,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고요.)
구름이 마치 멀리서 뱀처럼 기어와 온 계곡을 뒤덮는 '말로야 스네이크'
그 장면뿐 아니라 스위스 자연 풍경이 나올 때면 잔잔히 흐르는 '라르고' 때문에 가슴이 울렁울렁.
마지막 연습 날, 마리아가 시그리드 역을 맡은 까마득한 후배에게,
"헬레나를 버릴 때 잠깐이라도 눈길을 주고 떠나는 게 좋겠다"고 조언하자
까마득한 후배는 말합니다.
“관객이 당신한텐 관심 없고 나만 볼 건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라며 거만하게 말합니다.
그때 마리아는 후배에게서 20년 전 자기 모습을 봅니다.
저런 당돌함으로 헬레나를 무시했던 자신의 모습이. 그리고 자신이 여태껏 집착하고 내려놓지 않던 시그리드에 대한 모든 환상이 깨지지요.
그리고 깨닫습니다.
젊음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란 걸, 젊음이 장점만 있지는 않다는 것을. 그리고 나이 든 게 반드시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요. 어쩌면 나이 들어 다행이란 걸 비로소 깨닫습니다.
* 아름다운 스위스의 풍경과 배경음악이 멋진 영화.
아름답게, 당당하게 늙어가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 영화.
첫댓글 화장품에 anti-aging이란 말을 썼었지요
선진국에서는 금지입니다^^
나이드는 걸 왜 부정하냐는거지요.
의미있는 말입니다
노래 가사에 이런 내용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정확치는 않지만요
늙어봤냐? 나 젊어봤다
나이 든 걸 감추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긴 하죠, 저부터도...감춘다고 감춰지는 것도 아닌데...ㅋㅋ
@바람숲 외국에선 whitening도 금지입니다
차별이라는거죠^^
요즘은 '차별'이 제일 조심해야하는 의미중 하나입니다(저희 업계의 경우 이야기입니다)
@happycountry 예, 차별 맞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화이트닝을 참으로 중요하게 생각하죠. 여자들의 로망.ㅋ
@바람숲 동남 아시아나 중국 사람들도 화이트닝 좋아합니다
그외 국가들은 별로 관심 없어요
@happycountry 그 사람들이야 원래 희니까...저도 하얀 사람들 부러워해요. 어렸을때부터 얼굴이 까무잡잡해서 놀림도 많이 받았거든요.ㅋ
아름다운 스위스에서 글을 써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다니
부러움 그 자체네요
작가들의 꿈이지 싶네요
이 영화, 참 좋더라구요^^
@바람숲 저는 최근에 마이 뉴욕 다이어리 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최근 영화는 아닙니다
작가를 꿈꾸는 젊은이가 출판에이젼시 회사에서 비서로 일하는 이야기인데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출판사버전이라고들 하더라고요
호밀밭의 파수꾼을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든 영화입니다
추천합니다
@happycountry 마이 뉴욕 다이어리...찾아보겠습니다^^
@바람숲 넷플렉스에 없어서 유튜브에 2500원 내고 봤습니다
@happycountry 아, 그렇군요^^
세 배우 다 좋아하는데 특히 저 크리스틴 스튜어트 연기의 폭이 넓은 거 같더라고요.
이 영화는 진짜 경치가 한 몫 했죠.
보셨구나^^ 경치 정말 멋져요. 특히 그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