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치였구나
“어치네”
산초나무 해설하려는데
탐조한다는 참가자가 낮게 말한다
산초나무고 뭐고 얼른 고개 들어
참자가 시선 따라 어치를 찾는다
“소나무에서 뭘 먹는 거죠”
“글쎄요”
어치 부리가 소나무 가지를 연신 두드린다
잠시 멈춰 숲을 보는 데 경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고구마 같은 덩치에서 품어져 나오는 분위기가
숲을 통솔하는 제왕 같다
그 순간만은 굽신 하며 그대가 되고 싶어진다
고통 받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 것 같은 모습이기에
보이지 않는 내면을 깊숙이 통과하는 의연한 색조이기에
내가 숲을 보고 숲이 나를 보고
내가 그대 어치를 보고 어치 그대가 나를 보면 좋으련만
숲을 통째로 이고 갈 것 같은 그대는 눈길 한 번 안 주고
홀연히 신비감으로 사라진다
그랬구나
우리 동네 뒷산에서 그토록 보면서 그토록 알고 싶었던 새가
어치였구나
집에 돌아와 도감을 봐도 긴가민가했던 그 새가
탐조하는 참가자 덕분에 이제 그대 어치를 잊지 않게 되었구나
배움에 감사하며 숲에 가는 거에 감사하며 어치가 있음에 감사하며
참가자 적은 빈곤한 숲해설이었지만 계속 알아가는 생명들이 있어
그 하루가 값어치 있음에 감사하며 이어서 하루를 사는 존재에 감사하며
그대 어치, 또 만나기를, 육중한 기품을 또 보여주길
그대 어치, 만나주어 감사하다
(아래 사진은 인터넷 나무위키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