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는 시편에서 (시 90:10)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라고 노래했다. 다윗의 삶이 그랬다. 70년 세월을 조금 더 살면서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었다. 왕위에 오르기 전 젊은 시절은 사울에게 쫓겨서 도망자의 삶을 살았고 왕위에 올라서도 끊임없는 자식들의 패륜과 반역에 시달려야만 했다. 아내들이 아홉이나 되었지만, 마지막까지 그를 수발한 여인이 수넴 여자 아비삭이었다. 점점 몸은 야위어 가고 기력은 약해졌다. 아들에게 왕위를 양위했지만 어느 정도 아들과 섭정했을 것이다. 그가 몇 살에 죽었는지 우리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70세에 왕좌에서 물러나 아들에게 통치를 맡겼다는 것이다.
(왕상 2:1) 다윗이 죽을 날이 임박하매 그의 아들 솔로몬에게 명령하여 이르되 (왕상 2:2) 내가 이제 세상 모든 사람이 가는 길로 가게 되었노니 너는 힘써 대장부가 되고 (왕상 2:3) 네 하나님 여호와의 명령을 지켜 그 길로 행하여 그 법률과 계명과 율례와 증거를 모세의 율법에 기록된 대로 지키라 그리하면 네가 무엇을 하든지 어디로 가든지 형통할지라
다윗은 죽기 전 몇 가지 일을 솔로몬에게 부탁했는데 그동안 그가 그 일들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첫 번째는 자기 조카요 스루야의 아들이 요압에 대한 것이었다. 요압은 자기의 치부를 가장 많이 알고 있으며 비밀도 또한 가장 많이 공유한 자신의 심복이었다. 그런 요압은 늘 다윗을 압박하고 유일하게 다윗왕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그 두 가지 일이 아브넬과 아마사를 암살한 것이었다.
(왕상 2:5) 스루야의 아들 요압이 내게 행한 일 곧 이스라엘 군대의 두 사령관 넬의 아들 아브넬과 예델의 아들 아마사에게 행한 일을 네가 알거니와 그가 그들을 죽여 태평 시대에 전쟁의 피를 흘리고 전쟁의 피를 자기의 허리에 띤 띠와 발에 신은 신에 묻혔으니 (왕상 2:6) 네 지혜대로 행하여 그의 백발이 평안히 스올에 내려가지 못하게 하라
다른 하나는 바르실래의 아들들에게 은총을 베풀도록 요청한 것이다. 바르실래는 다윗이 압살롬의 반역을 피해 도망갈 때 환대를 베풀고 그에게 호의를 나타난 인물이다. 그 아들들에게 선대 하도록 솔로몬에게 부탁한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은 시므이였다. 시므이는 다윗이 도망갈 때 산비탈로 따라가면서 저주의 말을 쏟아붓던 교활한 자였다. 언제든지 상황만 바뀌면 반역을 꾀할 수 있는 인물이었지만 다윗은 자신이 한 말이 있어서 그를 살려두었다. 그러나 그가 저지른 죄를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죽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윗은 아들에게 그 시므이를 그냥 죽지 못하게 하도록 명령한 것이다.
(왕상 2:8) 바후림 베냐민 사람 게라의 아들 시므이가 너와 함께 있나니 그는 내가 마하나임으로 갈 때에 악독한 말로 나를 저주하였느니라 그러나 그가 요단에 내려와서 나를 영접하므로 내가 여호와를 두고 맹세하여 이르기를 내가 칼로 너를 죽이지 아니하리라 하였노라 (왕상 2:9) 그러나 그를 무죄한 자로 여기지 말지어다 너는 지혜 있는 사람이므로 그에게 행할 일을 알지니 그의 백발이 피 가운데 스올에 내려가게 하라
어쩌면 다윗의 이런 모습과 유언이 그가 뒤끝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요압이나 시므이는 자신들의 저지른 잘못에 비해 너무 평이한 사람을 살아왔다. 비열하게 경쟁자를 살해하고 주군의 나쁜 심부름은 잘하면서 바른 일에는 거역하는 삶을 살고도 최고의 군권을 쥐고 쥐락펴락했던 사람 요압과 왕이 가장 어려울 때 저주하고 비난하다가 왕이 돌아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쫓아 나와서 환영했던 이중인격자인 시므이, 그들이 이 세상을 떠날 때 평안하게 죽는다면 공의롭지 못한 처사가 아닐까? 다윗은 그런 의미에서 두 사람의 최후를 아들 솔로몬에게 위탁하고 잠든 것이다. 우리는 두 사람의 종말을 보면서 우리가 선택한 모든 것에 관하여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교훈을 배운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가 언젠가 잠들게 될 때 인생의 채무가 남지 않도록 바르고 정직한 삶을 살게 하소서. 자신의 이익을 따라 행하지 않게 하시고 바르고 그름을 분별하는 지혜가 있게 하소서. 어려운 동료들과 친구들에게 선행을 베풀게 하시고 시므이처럼 악행을 일삼지 말게 하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