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어릴 적부터 레고 블록놀이를 참 좋아했었고 블록은 지금도 아들의 좋은 놀잇감이자 친구다. 이번 겨울 제주 여행을 기획했을 때 아들에게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여행지를 이곳저곳 찾던 와중에 '제주 브릭캠버스'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제주시 인근에 위치한 곳이었기에 여행 일정에도 큰 무리가 없어서 그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처럼 블록을 좋아하는 아이를 둔 여행객이라면 한번쯤 관람했으면 하는 추천 장소이기에 '제주 브릭캠퍼스'를 소개한다.
제주 브릭캠퍼스는 2017년에 첫 선을 보인 것으로 시작하여 2019년에는 서울, 2020년에는 창원에서 특별전을 개최할 정도로 브릭 덕후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전시관이자 체험공간이다. 흔히 블록놀이의 대명사로 레고(LEGO)가 대표적이지만 이곳에 오면 레고뿐만 아니라 옥스포드(OXFORD), 코비블럭(COBI BLOCK), 메가블록(MEGA BLOCK), 나노블록(NANOBLOCK) 등 다양한 브랜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현재는 블록이 아이들이나 키덜트들의 단순한 놀이나 취미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이나 창작 욕구를 펼칠 수 있는 도구이자 예술 작품으로까지 인정받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기존 다른 분야의 작품을 블록으로 패러디를 하거나 모사, 모방하여 표현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다. 아마 이곳에 방문하게 된다면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붓이나 글 등으로 창작을 해내는 것과 같이 브릭작가들도 브릭(brick)이란 도구를 활용하여 동일한 수준의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브릭캠퍼스 입구 및 매표소부터 이곳이 브릭의 세상이라는 점을 알게끔 꾸며져 있었다. 겨울철 제주의 날씨는 변화무쌍하기에 이같은 실내 장소 한곳을 염두에 둔다면 날씨에 따른 여행 일정의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브릭캠퍼스를 다소 늦은 오후(3~4시)에 방문할 계획인 여행객이라면 브릭카페는 미리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 가족의 경우 캠퍼스를 모두 둘러본 후 마감 직전에 카페에 들러 이곳의 명물인 "수제 브릭버거"를 먹고 싶었으나 카페도 함께 영업이 종료되어 먹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브릭 모양의 버거를 먹을 예정이라면 이 점을 참고하길 바란다.
장식 하나하나를 모두 브릭으로 꾸며진 것에 크게 놀랐다. 그냥 지나치거나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들에도 브릭을 이용하여 만들었다는 점에서 영화 속에 빠져들게 하는 착각을 일게 할 수 있었다.
매표소에도 역시나 모든 전시물과 인테리어가 브릭으로 표현되어 마치 환상의 나라 입구처럼 느껴졌다. "다 잊어~"란 떼창을 불러 일으키는 영화 "겨울왕국"과 이곳을 방문한 아이들의 작품까지 전시하는 것이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곳 체험관에서아이들이 직접 만든 작품들을 매표소에 전시하고 있다는 점이 이곳이 얼마나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을 느끼게끔 해주었다. 언젠가 우리 아이도 이곳에 멋진 작품을 전시할 수 있지 않을까?
제주 브릭캠퍼스는 11시부터 입장 가능하며 18시까지 운영되고 있고, 입장권은 성인, 아이 모두 동일하게 13,500원이다. 다소 부담될 수 있는 가격이지만 막상 전시관을 둘러본다면 이곳의 가치를 알게 될 것이다.
위 지도를 살펴보면 이곳은 크게 갤러리 공간과 플레이 공간으로 나뉜다. 갤러리에서는 브릭의 역사를 비롯하여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고, 플레이 공간에서는 갤러리에서 느꼈던 창작의 욕구를 불태울 수 있는 장소다. 우리 가족의 경우 늦게 온 덕분에(?) 플레이 존에서는 거의 체험을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곳은 시간적 여유를 갖고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그날은 온전히 아이들의 시간이라고 생각하거나 브릭 덕후라면 마치 루브르박물관의 모든 작품을 감상할 것처럼 작가들의 섬세한 작품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매표소에서 나오면 넓은 공간 한 켠에 작지 않은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여러 가지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 역시 브릭(Brick)을 이용한 것들이다. 다시 말해 이곳 브릭캠퍼스는 모든 것들을 브릭으로 표현한 곳인 것이다. 우리가 갔을 적에는 날씨가 우중충했기 때문에 아쉬웠지만 맑은 날씨에 찾아왔으면 훨씬 예쁜 정원이었을 것이다. 아래 사진에서 돌하르방 뒷편에 보이는 건물이 갤러리 존이다.
드디어 브릭캠퍼스의 갤러리 공간으로 들어간다. 입구 앞의 빨간 벽면의 글자 중에서 "Make the world"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브릭의 본질을 의미하는 것 같아 철학적이면서 이곳의 목적을 알 수 있었다.
갤러리 공간 입구부터 이곳이 그저 그런 전시관이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브릭이 얼마나 수학적이고 과학적인 시스템으로 제작되고 이를 바탕으로 무궁무진한 창작물을 생산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래 사진의 '판타지 성: 영웅의 귀환'이란 작품도 단순히 무언가를 모방했다기보다는 작가의 창작물로서 전시되어 있다.
계속 소개할 내용이지만 아래 사진을 보면 노란색 브릭 모양 위에 아인슈타인의 명언이 적혀져 있다.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이같은 글귀가 전시관 곳곳에 새겨져 있는데, 앞서 얘기했듯 이곳은 단순히 멋진 브릭 작품을 모아둔 곳이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벽면과 전시물들의 색깔 배치도 눈여겨볼만하다.
"BRICK CAMPUS" 자체도 브릭으로 표현한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이처럼 이곳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들도 섬세한 작업으로 완성도를 높임으로써 블록이 그저 장난감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있었다.
본격적인 브릭아트의 세계에 대한 소개는 다음 편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