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채명신장군의 국립 현충원 장례식에 부쳐.
저는 몇 주 전에도 국립 현충원을 다녀왔습니다. 여기는 저의 산책코스로 일 년에 몇 번씩 다니는 곳이지요. 제가 근무하였던 중앙대병원과 가깝고 저의 개인 연구실도 가까이 있으니까요. 봄철의 버들 벚꽃, 한여름의 울창한 숲과 가을의 단풍, 겨울철에 눈이 나리면 그 고요함을 혼자서 느끼지요. 곳곳에 서있는 기념탑들과 비문들, 또 여러 사연들이 적혀있는 표지판 등은 후손들에게 우리나라 역사를 가르치는데 이만한 데는 없다고 봅니다.
현충일 즈음에도 대통령이 정식으로 방문하기 전 들립니다. 이번에는 지난번에 못 찾았던 아웅산 사태로 돌아가신 저의 20년 선배이신 민병석교수님 묘를 찾아 참배를 하였습니다. 저는 돌아가신 지 20년 만에 열린 추모식에도 초청받아 갔었지요. 유공자묘역을 항상 참배할 때 마다 묘소가 잘 정리되어 있고 자주 꽃들이 바뀌는 곳은 고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 묘소입니다. 나중 들은바 사모님이 거기가 잘 보이는 한강변에 사시면서 매주 들리신다 하더군요.
반드시 들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묘역이 제가 보기에는 가장 높은 자리에 좋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생전 육여사가 좋아하셨다는 목련피는 봄은 ‘나의 살던 고향은’을 생각나게 합니다. 그 아래의 장군묘역에서는 살면서, 또 군대시절 알았던 여러분들에게도 참배를 하는데 매번 갈 때마다 보기에 씁쓸한 한분은 여기에 묻힌 정병주장군입니다. 이 분은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12. 12사태 때 진압군 측 공수여단장을 하신 분으로 자식의 죽음과 당신의 비극적인 끝을 생각하면 안타깝지요. 앞의 비문을 쓸 자리에 그냥 까만 오석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유족들이 아직도 비문을 써 놓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게 아는지 저는 지레 짐작을 하여봅니다. 그 아래에 우남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묘소는 찾는 이들이 별로 많아 보이질 않아요.
국립 현충원의 월남전 참전용사묘역도 장교와 하사관묘역은 따로 있습니다. 여기에 저의 서울의대 7년 선배 김수현 해병대위가 묻혀있습니다. 당신은 월남에서 부대 이동 중 베트콩의 공격으로 전사하실 때 독자로 미혼이셨고 부모님이 이미 타계하셨을 터라 찾는 분이 안 게시는 같습니다. 흰 국화를 가지고 가서 참배를 드리며 가지고 간 수건으로 묘비 앞뒤와 그 앞의 판석을 닦아 드립니다. 여기는 그래도 짧은 사연도 적을 수가 있으나 이도 필요 없이 고 채명신장군은 병사의 묘역에 묻힌 훌륭하신 분이지요.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저도 들릴 예정입니다.
당신은 '죽어서 호국의 별이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