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면대약국의 실태와 대책③
10월부터 각 시도와 지방식약청이 약국의 면허대여 등과 관련 약사감시에 돌입할 예정이다. 약사회도 병원 및 도매직영 면대약국, 문어발식 면대약국 등과 관련된 제보를 접수받아 분석작업에 돌입했다. 검찰 역시 가짜 학위 파문과 관련 면대와 카운터 단속에 나섰다. 이에 따라, 데일리팜은 약사회 접수 내용과 제보 등을 통해 의혹이 제기된 면대약국을 살펴보고 그 실태와 문제점, 대책을 짚어본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면대약국의 종류와 실태 2. 면대약국-면대약사의 문제점 3. 면대약국 척결, 해법이 없다 ---------------------------- | “면대는 전국적 현상이다.” 서울지역 한 분회 관계자와 보건소 약무팀 관계자의 말이다. 그만큼 면대약국은 약사사회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고, 또 인근 약국들과의 분쟁으로 종종 논란이 되기도 한다.
“자세히 보면 면대약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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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선 약국들은 물론 보건소 관계자들도 면대약국이 전국적 현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 서울지역 한 분회장은 “자세히 보면 면대약국을 적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분회장은 최근 면대약국 4곳을 서울시약에 보고한 실적(?)을 갖고 있다.
이 분회장에 따르면, 먼저 아침저녁으로 약국문을 열고 닫는 사람이 누구인지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직접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라면, 반드시 개설약사가 문을 개폐하겠지만 면대약국의 경우 전주가 약국문을 열고 닫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또, 약사의 약국 관리업무를 누가 담당하는지, 약국 종업원에게 누가 월급을 지급하는지, 건물의 임대료는 누가 내는지도 면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정황근거이다.
여기에 약사의 명의로 된 급여통장을 가지고 누가 은행의 입출금 업무를 담당하는지와 도매상에 의약품 대금을 누가 지급하는지, 임대계약서는 누구의 명의로 작성돼 있는지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점을 꼼꼼히 살펴보면, 면대여부를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다고 이 분회장은 전했다. 그도 이같은 방식으로 관내에서 약국직원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약국 2곳과 서점이 약국을 운영하는 1곳, 같은 건물에 위치한 한의원의 딸이 약국을 운영하는 1곳 등 총 4곳을 색출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방식으로 면대약국임을 추정할 수는 있지만 확증할 수는 없는 것이 문제. 대개 보건소에서 면대행위를 조사하다가도 종국엔 계좌추적 등을 검경에게 넘기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또, 임대차계약서의 경우 면대약사의 명의로 약국을 개설하고 계약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면대여부를 단정지을 수는 없다.
면대업주는 자칫 임대차계약서를 약사의 명의로 했다가 보증금을 떼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통상 건물주와 이중계약서를 작성하고, 면대업주와 건물주의 계약서만 공증을 받는 형태를 취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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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대약국으로 추정되는 곳은 많지만, 확증을 확보할 수 없다고 지역분회장은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 면대약국, 심증은 있지만 확증이 없다
사실 면대약국과 관련 각 지역분회장이나 면대약국 주변 약사들 가장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지역분회장은 일선 약국에서 접수된 민원이나 보건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며, 일선 약국에서는 의료기관의 처방행태나 환자의 증언 등을 통해 심증을 굳히게 된다.
앞서 기술한 서울 영등포구의 병원직영 의혹약국이나 노원구의 문어발식 면대 의혹약국 등도 이런 범주에 속한다.
주변 약국가는 물론 면대약국을 출입하는 환자들을 통해 면대약국임을 추정하거나 거의 확신할 수 있다. 그도 아니면, 한 곳에 오래 뿌리를 내린 약국의 경우는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있어 문제소지가 있는 약국에 대한 정보를 빨리 입수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대한약사회나 서울시약사회 등에 접수되는 건수는 극히 미미하다. 10월2일 현재 16개 시도분회 가운데 겨우 6곳만이 면대약국의 실태를 보고한 상황이다. 그 이유는 지역약사회장들이 면대약국 척결에 적잖이 부담을 가지고 있는 탓이다.
지역약사회 차원에서 청문을 실시하더라도 대개 해당 약사가 면대약국임을 부인하는데다, 자칫하면 회원들과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주변 약국들 역시 마찬가지. 특정약국이 면대약국임을 확신하면서도 제보나 민원을 제기하는데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보건소나 약사회 차원의 조사가 진행되면, 면대의혹 약국이 제일 먼저 이웃약국으로 의심의 화살을 돌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회원이나 표를 의식한 지역분회장이 약사회원의 면대문제에 직접 개입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은 적잖이 골치가 아픈 일이다.
이런 사정을 반영하듯 대한약사회나 서울시약사회 홈페이지 등에 면대약국과 관련 제보를 하는 약사들도 대부분 ‘비공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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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대약국을 적발해내기 위해서는 면대업주의 자금을 추적하는 것이다. | 보건소 “조사권 없어 한계”...면대업주 자금추적이 관건
서울 강북지역 한 분회장은 “대한약사회에서 급여통장 및 약품결제 내역, 정황증거 등을 확보해달라고 하지만, 사실상 어렵다”면서 “심증은 가지만 물증을 잡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면대약국의 경우 오히려 약사감시나 약사회의 면대 실태조사 등에 대비, 약국관리 등을 더욱 철저히 한다는 것. 급여통장이나 약국 임대계약서 등 약국 관련서류를 확인하더라도 모두 면대약사의 명의로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는 것이다.
대한약사회나 지역분회장들 역시 면대약국을 적발하기 위해서는 면대업주의 자금계좌추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면대약사의 급여통장에서 전주에게로 빠져나간 자금이 반드시 존재할 것이고, 이를 밝혀내는 것이 관건이라는 말이다.
복지부는 물론 약국가의 면대행위를 조사하는 보건소도 인식하고 같이하고 있는 대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결국 계좌추적이 문제”라며 “면대약국을 색출하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도매직영약국이라는 제보가 들어온 한 약국에 대해 조사를 실시한 용산구보건소 관계자는 “임대차계약서와 사업자등록증, 급여통장도 확인했지만, 모두 개설약사의 명의로 돼 있었다”면서 “다만, 의약품 구매측면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지만 자금추적 등에 대한 조사권한이 없어 경찰수사를 의뢰했다”고 전했다.
영등포구보건소 관계자는 “약국개설자와 사업자등록증의 명의가 서로 다르면 면대로 볼 수 있다는 복지부의 유권해석이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허술하게 할 사람들이 있겠느냐”면서 “약국과 관련된 모든 서류를 통상 개설약사의 명의로 해놓고 있어 면대를 규명하는 것이 무척 힘들다”고 고충을 밝혔다.
면대약국 처벌법안 국회 통과 기대...내부자고발도 필요
면대업주의 금융계좌추적은 어차피 검경의 몫이다. 그러나, 지난 8월10일 대통합민주신당 장복심 의원이 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에는 면대약국에 취업한 약사에 대한 처벌규정을 담고 있어 주목된다.
이 법안은 무자격자가 개설한 면대약국에 고용된 약사 및 한약사에 대해 면허취소나 1년 범위 내에서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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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합민주신당 장복심 의원. | 장 의원측에 따르면, 의약품도매상과 의료기관 등이 약사를 고용해 약국을 개설하는 사례들이 빈번하고 자칫 기업형 면대약국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이번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면대행위에 대한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즉, 면대약국에 취업하려고 했던 약사가 ‘면허취소’나 ‘자격정지(1년 이내)’ 처분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면대약국 취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좋은 목을 차지해 약사를 고용해 운영하던 면대약국들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면대약국을 예방하거나 색출하는데 필요충분조건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선 약국가에서는 일반시민에 의한 제보나 내부자고발 등이 이뤄져야 면대행위를 뿌리 뽑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약사회는 면대약국 실태조사와 관련 해당 약사에 대한 처벌에 앞서 청문을 열고 면대약국을 그만두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취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면대약사가 청문에 응하지 않거나 면대약국에서 면허를 빼지 않으면, 검찰과 식약청, 국세청 등 공권력의 힘을 빌리겠다는 입장이다.
면대약국 척결. 약사회는 물론 검찰과 식약청도 관심을 갖고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막상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면대약국은 그만큼 더 교묘해지고 뻔뻔해지고 있는 탓이다. 의약분업 7년, 약사의 위상제고는 직능강화보다는 어쩌면 도덕성 회복에 있을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