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수 년 전에 산 여름 티셔츠 한 장을 지금까지 유독 아끼며 입고 있다.
이젠 낡을 대로 낡아서
색이 바램은 물론이거니와
그 얇은 천이 얇아져서
속이 다 비칠 지경이 되어서야
새 옷 생각이 났다.
추위와 더위를 골고루 타는 체질이다 보니
겨울엔 내복으로
여름엔 시원한 옷덕을 보려고 한다.
'이런 천의 옷을 어디서 구하지?'
홈쇼핑이 그럴 듯 하기에
주문해 보면 꽝이고
옷가게를 기웃거리다
비스무리해서 보면 아니다.
그렇게 늦봄이 가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될 때 까지
잠자리 날개옷을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지하철역사안 옷가게에서 원하는 천의 티셔츠를 발견했다.
'어쩜 이리도 얇을 수 있을까.'
감탄의 감탄을 하면서 색깔별로 네 장을 샀다.
친구에게 자랑하다가 한 장은 자랑값으로 주고 세 장을 가지고 여름을 나고 있다.
딱히 외출할 곳도 없이 딸네집과
교회를 오가는 게 전부다 보니
이 티 석 장이면 넘치도록 입기에
충분했다.
색깔을 바꿔서 입으니
사위에게 단벌장모로 비춰질리도 없다.
이제 여름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서
작별할 날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도 도와준 티셔츠가
세상 그 무엇보다도 고마운 존재로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소형 선풍기
모기장
슬리퍼 두 켤레
쇼파 한 귀퉁이
수박 몇 덩이
넷플릭스
내가 여름을 잘 나도록 도와준 일등 공신들이 많았다.
그간 내 덕으로 산 것 같아도
이런 물건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여름의 언덕을 넘은 것 같아서
그저 감사할 뿐이다.
카페 게시글
삶의 이야기
티셔츠 석 장
베리꽃
추천 3
조회 367
23.08.19 08:47
댓글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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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제게도 이 여름을견디게 해주는
몇가지가 있습니다
아직은 더워도 견뎌주는 질긴 몸뚱이
여전히 더위에 시냇물 처럼 잘 흐르는 땀
습하고 더워 불쾌지수 높어져도 참아주는 인내심 등..^^
아직 여름 끝이 긴것 같습니다
남은 여름도 건강하게 지내세요~
당분간은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될 거라 하는데 서서히 힘을 잃어가리라 믿어요.
여름나시느라 수고가 많았어요.
인내심많은 몸에게 감사하지요.
이상하게도 가격을 떠나서 내맘에
드는 옷이나 여타의 물건들이 있지요
누가 뭐래도 내 맘에 드는 옷 그것이
그야말로 최고의 옷이요 의상이라
하겠습니다.
소박함속에서 이것저것 알뜰하게
사시는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입니다
행복하세요^^
마음이 저렴한 탓인지
비싼 물건도 소유한 건
없지만 애착이 가는 물건의 대다수가 소박한 것들이네요.
욕심없는 사람과도 함께하고 싶구요.
보는 사람이 지겹도록..
내가 좋아하는 옷들이 있지요.
길쭉한 야채박스
거품기
발가락 지지대
커피잔들도..
울애들보다 나이 많네요 ㅎㅎ
그렇군요.
문득 손녀들보다 나이많은 딸네집 고양이 생각이 나네요.
오래된 커피잔은 죽마고우같이 느껴지시겠어요.
찾으라 구하리라ㅡ결국 구하셨네요
어제 티비에나온 자연요리전문가가
이삿짐이래야 승용차한대면 된다고 해서
저도 반성했어요
최고열일해준 에어컨
이제 곧 삭 닦아 쉬게해줄 때가 올것 같습니다
저도 넷플 감사 ㅎ
어제저녁부터 지금도
시리즈물에 풍덩중입니다 ㅎ
@정 아
일드 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엊그제 심야에 어떤 채널로
One night morning 이라는
짧은 일본 드라마 를 두 편 봤는데,
그렇게나 좋더군요
청춘들의 섬세함.따뜻함.인간미..
强推 합니다~~
@향적 일본드라마
업로드 해주고
공부하는 카페가 있어요
예전에는 엄청 업로도 되었는데
요즘은 저작권문제로 적습니다만 활용하고있어요
넷플에도 일드 있어요
카페는 관심있으시면 소개해드려도 됩니다
뭐니 뭐니해도 일등공신은 에어컨이겠지요.
주인님을 시원하게 해주느라 힘에 부치겠지만 어지간히 고생했을거에요.
제 이삿짐도 트럭이 필요없을 정도네요.
홈쇼핑에서 옷 샀다가는
밖에서 똑 같은 사람 만납니다 조심 ㅋ
넷플릭스, 신세계 더군요
길복순 함 보셔요 납량물~
불쌍한 황정민 ㅎ
길복순.
오늘 저녁 메뉴로 정했네요.
한 두 편에 푹 빠져있다가 정신차려보면
열대야가 절반은 지나갔더군요.
참 알뜰하게 여름을 보내셨군요.
그리고 바깥 양반 체격이 어느 정도 되는지 여쭙니다.
아주 새 옷은 아니지만 버리기 아까운 옷들이 조금 있어서 여쭙니다.
일 하실 때 입고 더러워지면 버려도 될 것 같은데, 저는 105 사이즈를 입습니다..
고마운 말씀입니다.
전에는 105도 입더니
농사가 힘들었는지
100이 맞긴 하더군요.
보내주신다면 일복으로 요긴하게 입을 수 있겠습니다.
@베리꽃
일 할때 입는 옷은
좀 넉넉한게 더 편할겁니다.
우선 여름 티셔츠 몇장 보내 드리고
긴팔 옷은 그때 가서 정리 되는 대로 보낼께요.
제 핸드폰에다 받으실분 주소와 연락처 보내 주세요.
손녀의 애교도 기여도가 크지 싶은데요~~ㅎㅎ
그건 당근이지요.
일등 공신이 아니라
개국공신요.ㅎ
내 사는 아파트 한 바퀴 돌면서 쓰레기 줍기, 거미줄 지우기.
오토 바이크 타고 오산천 뚝방길 달리며 바람 가르기.
동네 어르신들 은행, 병원, 행정복지센터 볼일 있을 때 내 차로 모시고 다니기(자원 봉사).
아내와 동네 어르신과 맛집 찾아 먹으러 다니기.
여름 내내 아내가 좋아하는 참외와 수박 먹기.
카페 서너 군대에 글이나 사진 올리기.
4일에 한 번씩 세탁기 돌리기.
일반, 재활용 쓰레기 버리기.
뭐, 이 정도가 내 몫이라 철저히 지키며
여름을 잘도 보내고 있는
갱기 오산의 방밍돌 자슥입니당.
누구보다도 여름나기를 잘하고 계시군요.
아내분은 시집을 잘 왔구요.
늘 분주하신 시인님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유난히 애착이 가는옷이 누구에 게나 있을 듯 합니다.
울베리꽃 님의 소박한 삶이 차암 멋지십니다. ^^~
산골에서 어릴적부터 몸에 배인 습성인 것 같아요.
장단점이 있겠지만
나이먹어가니 더 소박한 삶이 편하긴 하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맞아요.
충분히 공감이 가요.
손이 가요 손이 가.
자꾸만 손이 가지요.
그래서 올해 그 옷과
가장 비슷한 옷을 또 찾아서 샀네요.ㅎ
ㅎ 마저 전 몸뻬 반바지 계절 상관없이 집에서 입어요 사위 보기 쫌 그래서 가끔 갈아 입긴 하는데 사위 가고나면 곧바로 탈의해요 몸빼 입으려고
저도 오래 되어도
계속 입는 여름 남방이
몇 개 있어요
후줄근해 딸이 입지 말라해도
새것 좋은거 사주어도
자꾸 손이 간답니다 ㅎ
충분히 공감되지요.
정이 가는 사람이 있듯이 물건도 옷도 그러한가봐요.
가격과는 전혀 상관없이요.
올 여름
내가만든
마바지 2개
마 셔츠2개
넥플 일타강사
선풍기
자전거
수박 2 통
복숭아 2박스
아침마다 탬블러 냉커피
베리표 꿀 반병
그러셨군요.
여름에님을 위해
저 위의 물건들이
봉사를 했네요.
청풍명월꿀도 낑가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유독 편하고 애착이 가는
옷이 있더라고요.
올 여름에 인터넷 카페에서 산
여름 블라우스 한 장을 계속 입게 되네요
직접 입어보시지 않고도 애착이 가는 옷을 만났으니 득템하셨군요.
여름에는 많은 옷이
필요없다는 사실을
또 한번 알았네요.
정말 고마운 것들 덕분에 무사히 여름을
이겨내섰군요 축하드려요!!
내년 여름에는 울렁울렁한 설레임까지
느껴보시지 않을래요?
제주변에 노는 할배 몇있어요
비록 배불뚝에 문어지만 인간성은 괜찮아서
절대 위험하지도 않아요
소개받고 나면 역 지하상가표 티셔츠는 반품
하시더래도 절대 반품해서 남주고 싶진 않을거예요
품질 절대보증!! 남줄끼 절대없다!!
내년 여름은 울렁 울렁 설렘을 기대해볼게요.
몸부림님이 품질보증해주시면 만사 오케이.ㅎ
소확행이시구려 ㅎㅎ
정다압!
싼 게 비지떡이 아닌 싼게 젤 편하고 안정을 줘요 일복 잠옷 다용도로 ㅎ~
뭘 아시는 운선님~♡
옷의 감사함을 느끼는 감성은 역시 상상력이 대단한 문장가이지요
아름문학상에 도전허고 도 남을 실력의 소유자가 이리 뜸을 드리시는지 ...ㅎㅎ
저는 기껏해야 어머니나 아내의 고마움 여자친구의 그리움만 느끼는데 ....
아름문학상하면 단연
만장봉님이시지요.
저야 뭐 일기끄적거리는 수준인걸요.
덕분에 올가을에도
좋은 글 많이 읽게 생겼네요.
저는 요즘 댄스복이 일상복이 되어
아침에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타면
학원 가까이 가서 내리니
댄스복으로 만사형통 다 통하고 삽니다
등산좋아하는 분들은
등산복이 일상이 되듯
댄스복도 그러하겠지요.
@베리꽃 내가 예전에 누구에게 듣기를
베리꽃님이 디게 재밌는 사람이라서 함께
있으면 너무 많이 웃게된다 하나
춤을 프로로 끝내주게 잘춘다 둘
입니다 맞나요?? 문득 생각이 나네요^^
@몸부림 둘다 맞아요
거기다 하나더 인심이 업청 좋아서 다 퍼줍니다
역시나, 우리 베리꽃님의 감사(感謝)함 마음의 자세는
저 또한 바쁘다는 핑계로 두손모아 봄에
소홀(疏忽)하지는 않았나 하고 뒤돌아 봅니다,
일깨워 주는 고마움에 2번째로 추천(推薦) 드립니다., ^&^
삼족오님의 마음넓이는 어느 정도일까.
오늘 더 생각해보게 되네요.
아마 최소한 태평양 정도.
사소한 모든 것에 감사의 마을을 전하는 베리꽃님께
일단 추천 합니다
여름 덧버선이 다 헤져서 꿔매 신었던 저의 모습과도 비슷 합니다 ㅎㅎ
여름에는 티셔츠가 멋을 부린 듯 안부린 듯 무난하지요
지하철 역사안의 가게에서 산 물건이 의외로 보물들이 많아요
역사의 보물들을 알아보시는군요.
일부러 쇼핑하지 않아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장점뿐만이 아니라
요긴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몇 점 건졌네요.
그래서 늘 두리번 거리지요.
잔잔한 일상속에 행복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