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싫다고 안 보고, 가기 싫다고 안 갈 수 있을까. 인연(因緣)은 따로 있다. 필연이나 숙명으로 의미를 확장하지 않아도 만날 사람은 만나고, 떠날 사람은 떠난다. 최근 지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본 사진은 스쳐 지나갔을 인연을 떠올리게 했다. 3장의 사진 따라 떠난 랜선여행으로 초대한다. 또 한 장의 사진은 화려한 색의 유혹이 아니었다. 철썩~ 사그락하는 파도의 몸부림 소리가 들리는 듯한 소리의 설렘이었다. 경남 통영 비진도의 몽돌해수욕장 풍광을 담은 사진에는 소리가 담겨 있었다. 파도와 몽돌이 부딪쳐 내는 특유의 사그락 소리, 거기에 고운 모래사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뽀드득 또는 스윽 하는 모래 소리가 눈으로 들려오는 듯했다.
실제로 비진도는 예부터 가진 게 많은 동네였다. 섬의 형상이 마치 거대한 구슬 옥(玉) 자가 푸른 비단폭에 싸인 것처럼 보인다 해 이름을 비진도라 붙였다고 하고, 해산물 또한 그냥도 아닌 무진장 생산돼 보배로운 동네로 불렸다. 연중 평균기온도 복덩이급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14도로 포근하니 말이다.
비진도는 역시나 해수욕장이 압권이다. 해안선 길이가 550m나 되는 천연백사장은 모래가 부드럽고 수심이 얕다. 여기에 수온 또한 수영을 즐기기에 알맞아 여름 휴양지로 최적이다. 백사장을 사이에 두고 안섬과 바깥섬, 두 개의 섬이 아령처럼 연결돼 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서쪽 해변은 잔잔한 바다와 모래가 덮인 백사장인 반면, 동쪽 해변은 거친 물살과 작은 조약돌로 이루어진 몽돌해변이라는 것이 이색적이다. 양쪽이 바다이기 때문에 일출과 일몰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백미 중 백미다. 아울러 주변에 찌만 던지면 낚인다는 낚시터도 있어 강태공을 비롯해 레포츠를 즐기는 이에게도 매력적이다.
통영 여객선터미널에서 비진도로 들어오는 배를 타고 오는 길에 해금강이나 십자동굴을 함께 구경할 수 있어 이국적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바닷물이 유난히 깨끗하고 파란색을 띠어 마치 외국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비진도 여행의 정점을 찍는 하이라이트 스폿은 남쪽 섬의 정상인 선유대다. 해발 311m 정상에 오르면 산호빛 해변이 가슴 속에 와닿아 답답한 도시의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는 느낌이다.
선유대까지의 등산로는 남쪽 섬 정상을 바로 올라 서쪽 해안을 따라 돌아올 수 있다. 특히 1전망대와 정상, 해안의 절벽이 있는 일명 전망 좋은 곳 등에서 마주하는 절경이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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