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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방송된 sbs 시사 다큐 `고래와 나`는 쓰레기로 뒤덮인 바닷속의 부유물로 시야가 흐린 가운데 깊은 바닷속을 유영하는 고래의 생태계와 바다의 비밀을 열어주는 귀한 프로였다.
이번 프로그램은 고래가 인간에게 지구환경과 바다의 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중요한 생명체인 것을 알게 해줬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특히 흰돌고래가 새끼 고래에게 젖을 먹이는 장면은 경이로움까지 자아냈다.
고래는 먹이사슬의 상위에 있으면서도, 플랑크톤과 같은 미생물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배설물이 질소, 철 등 영양분을 바다에 재분배함으로서 플랑크톤이 번식하고, 플랑크톤이 해양 생물 전체의 먹이 기반이 된다고 한다.
또 고래 배설물이 플랑크톤을 증가시키면,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통해 CO₂를 흡수함으로써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고 한다. 결국 고래는 지구의 탄소 저장 시스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바다의 보고인 셈이다.
생명의 순례자 보리고래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 찬 바닷속 해류를 따라 표류하다 빛에 반짝이는 물체를 해파리라 믿고 먹는다고 한다. 그렇듯 아름답게 위장돼 있는 먹이는 사실상 포장지, 빨대, 낚싯줄, 병뚜껑, 장난감 파편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이다.
밀려오고 있는 바다의 위기를 모른 채 고래는 인간이 매일 바다에 남긴 흔적을 삼키다 고통 속에서 죽음으로 가는 길목인 얕은 해변으로 떠밀려 온다. 그의 배는 부풀어 있었고 고래의 눈은 감긴 채 열리지 않았다. 해양학자들이 고래의 뱃속을 살펴봤더니 창자에 일회용 커피 플라스틱 컵이 구겨진 채 깊숙이 박혀 있었다. 고래의 숨통을 멈추게 한 건 바로 지구인들의 일상이었다.
일상의 편리함에 젖어 테이크아웃에서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는 모든 지구인들에게 "이 컵은 당신입니까?"라고 묻고 싶다. 죽어간 보리고래처럼 지금도 플라스틱으로 오염 중인 바닷속에선 생명체들이 죽어가고 있다. 매년 전 세계에서 약 3억 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된다. 그중 3분의 1은 단 한 번 사용되고 버려진다.
그 쓰레기의 상당수는 하천과 바다를 거쳐 흘러 들어가 결국 해양 생물들의 삶을 위협한다. 고래, 거북, 바닷새, 심지어 플랑크톤까지 위협한다. 이미 바다는 플라스틱 생태계로 전환되고 있다. 고래의 위에서 나온 것은 컵 하나뿐만이 아니다. 빨대, 비닐, 병뚜껑, 낚싯줄, 아이스크림 포장지 등 무수히 많다. 그들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쥐고 다니던 수많은 편리함의 파편들이다. 그 안엔 우리 모두의 흔적이 담겨 있다.
고래는 진정 바다를 치유하는 중요한 존재이고 수백만 생물의 삶에 영향을 미치며 지구의 기후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중요한 생명체임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지구인들은 편리함의 일상에 젖어 고래의 중요성과 플라스틱으로 인한 바다 오염을 간과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프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고래는 먹지 않아도 될 것을 먹었고, 버려져야 할 것을 삼켰고, 살아야 할 이유 대신 죽음의 무게를 품었다. 그리고 바다는 그 고요한 무덤이 되었다.
우리는 쉽게 "한 마리 고래가 죽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바다는 이렇게 속삭인다. "사람들이 아직 모른다. 한 마리 고래 안에, 자기 자신들이 있었다는 것을.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지구인들이 풀어야 할 영원한 숙제임을 모른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