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새'라는 이름은 히브리어 '파루쉬(Parush)'에서 유래한 말로, '구별된 자들' 또는 '분리된 자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방인의 문화나 율법을 지키지 않는 세속적 삶으로부터 자신을 철저히 구별하고자 했습니다.
1. 역사적 기원과 뿌리
하시딤(Hasidim) 운동 : 기원전 2세기, 시리아의 셀레우코스 왕조가 유대교를 박해하고 그리스 문화(헬레니즘)를 강요할 때, 이에 목숨 걸고 저항했던 ‘경건한 자들(하시딤)’이 바리새파의 영적 뿌리입니다.
하스몬 왕조와의 분리: 마카베오 전쟁으로 유대가 독립한 후, 권력을 잡은 하스몬 왕조가 점차 세속화되고 대제사장직을 탐하자, 이들은 왕조와 결탁한 사두개파에 반발하여 정치와 거리를 두고 오직 율법 연구와 의식적 정결에만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2. 주요 특징과 신앙적 입장
사두개파가 예루살렘 성전과 제사를 중심 삼았다면, 바리새파는 일상생활에서의 율법 실천을 중심에 두었습니다.
구전 율법(장로들의 전통) 인정 : 성경(모세오경과 예언서 등)뿐만 아니라, 모세가 시내산에서 구두로 전수받았다고 믿는 '구전 율법'과 '조상의 전통'도 성경과 동등한 권위로 받아들였습니다.
영적 세계와 부활 신앙 : 사두개파와 정반대로 육체의 부활, 사후 세계, 천사와 영의 존재, 하나님의 절대적 주권(예정)을 굳게 믿었습니다. (사도행전 23장 8절)
회당 중심의 활동 : 성전 권력이 없었던 이들은 민중들이 모이는 전국의 회당(Synagogue)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백성들에게 율법을 가르쳤습니다. (오늘날 유대교의 랍비 제도가 여기서 나왔습니다.)
3. 예수님과의 관계 및 갈등
복음서에서 예수님과 가장 많이 논쟁을 벌인 집단이 바로 바리새파입니다.
식과 외식(위선)에 대한 책망 : 이들은 율법을 문자 그대로 철저히 지켰지만(소득의 십일조, 철저한 안식일 준수 등), 시간이 흐르면서 형식주의에 치우쳤습니다. 예수님은 이들을 향해 "겉만 깨끗이 하고 속은 탐욕으로 가득 찬 회칠한 무덤" 같다며 강하게 책망하셨습니다. (마태복음 23장)
공통점 속의 대립 : 사실 예수님과 바리새파는 부활, 내세, 천사의 존재를 믿는다는 점에서 신학적 공통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율법의 문자적 준수보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본질을 강조하시면서 결정적인 갈등을 빚었습니다.
4. 성전 파괴 이후의 생존
주후(AD) 70년 로마에 의해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었을 때, 성전 중심이던 사두개파는 멸망했습니다.
반면, 성전 없이도 회당과 일상 속에서 율법을 지키던 바리새파는 유일하게 살아남아 현대 유대교(랍비 유대교)의 직계 조상이 되었습니다.
5.바리세파의 신앙관
1. 율법의 절대화 : 성경과 '구전 율법'의 조화
문자 너머의 삶 : 바리새파는 기록된 모세오경뿐만 아니라, 그것을 일상생활에 적용하기 위해 랍비들이 대대로 발전시켜 온 '장로들의 전통(구전 율법)'도 성경과 똑같은 신적 권위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울타리 치기 : 예컨대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라"는 계명을 어기지 않도록, 안식일에 '몇 걸음까지 걸어도 되는지', '어떤 매듭을 묶으면 노동이 되는지' 등 수백 가지의 세부 규칙(하지 말아야 할 일 365가지, 해야 할 일 248가지)을 만들어 철저히 지켰습니다.
2. 철저한 분리와 일상의 성화
세속과의 구별 : '바리새'라는 이름 뜻(구별된 자)처럼, 이들은 이방인의 문화, 로마의 세속적 가치, 그리고 율법을 거칠게 지키는 일반 평민(암 하아레츠, 땅의 백성)들로부터 자신을 종교적으로 분리했습니다.
성전의 일상화 : 제사장들만 성전에서 행하던 엄격한 정결 의식(음식 먹기 전 손 씻기, 그릇 닦기 등)을 모든 유대인이 가정과 일상에서 그대로 행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즉, 삶의 터전 전체를 거룩한 성전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3. 영적 세계와 미래에 대한 확신 (사두개파와 정반대)
바리새파는 지극히 현실주의적이었던 사두개파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 세계와 미래의 소망을 굳게 믿었습니다.
육체의 부활 : 의인은 마지막 날에 신령한 몸으로 부활하여 영원한 복을 누리고, 악인은 영원한 형벌을 받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내세와 영적 존재 : 천사와 악마 같은 영적인 존재들의 활동을 인정했으며, 죽음 이후의 사후 세계가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메시아 대망 사상 : 하나님께서 다윗의 자손 중에서 메시아를 보내어 이방 나라(로마)의 압제로부터 유대를 구원하고, 하나님의 공의로운 통치를 이 땅에 실현하실 것을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4.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자유의지 (신인협력설)
예정과 자유의지의 조화 : "모든 것은 하나님의 섭리(예정) 안에 있지만, 인간에게는 선과 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가 주어졌다"고 보았습니다.
역사학자 요세푸스의 기록에 따르면, 사두개파는 인간의 자유의지만을 믿었고, 에세네파는 100% 하나님의 예정만을 믿은 반면, 바리새파는 그 중간에서 두 개념의 조화를 이루려 노력했습니다.
6. 바리세파 유명인사
바리새파는 주로 평민과 중산층 지식인들로 구성되었으며, 회당을 중심으로 활동한 율법학자(서기관)와 랍비들이 중심을 이루었습니다.
예수님 당시와 초기 교회 시대에 역사와 성경에 큰 족적을 남긴 바리새파의 대표적인 유명 인물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힐렐 (Hillel) — 유대교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랍비
신분 : 예수님 탄생 직전(BC 1세기말~AD 1세기 초)에 활동한 바리새파의 대제학자이자 위대한 랍비입니다.
특징 : 온화하고 관용적인 성품으로 유명하며, 율법을 해석할 때 인간에 대한 자비와 사랑을 강조했습니다. 그가 세운 '힐렐 학파'는 훗날 유대교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유명한 일화 : 한 이방인이 "내가 한 발로 서 있는 동안 율법 전체를 요약해 주면 유대교로 개종하겠다"고 하자, 힐렐은 "네가 싫어하는 일은 이웃에게도 하지 말라. 이것이 율법의 전부요, 나머지는 주석일 뿐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예수님의 황금률과 매우 유사합니다.)
2. 가말리엘 (Gamaliel) — 바울의 스승이자 성인(聖人)으로 불린 학자
신분 : 랍비 힐렐의 손자이자, 당시 사네드린 공회의 최고 권위자였습니다. 유대교 역사상 단 7명에게만 허락된 최고 존칭인 '라반(Rabban, 우리의 스승)'으로 불렸습니다.
성경 속 행적:
사도들을 변호함 : 초기 교회 시절, 사두개파 제사장들이 사도들을 죽이려 하자 사네드린 공회에서 무리를 진정시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사상과 소행이 사람으로부터 났으면 무너질 것이요, 만일 하나님께로부터 났으면 너희가 그들을 무너뜨릴 수 없겠고 도리어 하나님을 대적하는 자가 될까 하노라"(사도행전 5장). 이 지혜로운 조언 덕분에 사도들은 매만 맞고 풀려났습니다.
사도 바울의 스승:사도 바울이 "나는 가말리엘의 문하에서 우리 조상들의 율법의 엄한 교훈을 받았고"라며 자신의 학문적 배경을 자랑할 때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사도행전 22장 3절).
3. 사도 바울 (Saul / Paul) — 기독교 최고의 신학자가 된 바리새인
신분 : 회심하기 전, 스스로를 "바리새인 중의 바리새인"이라 부를 만큼 철저한 율법주의자였습니다.
특징 : 가말리엘 밑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았으며, 초기 교회를 잔멸하기 위해 기독교인들을 체포하는 데 앞장섰던 열혈 바리새인이었습니다.
역사적 의의 :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님을 만난 후 회심하여 이방인을 위한 사도가 되었습니다. 비록 기독교로 개종했지만, 그가 가졌던 깊이 있는 구약 율법 지식과 논리적 사고는 신약 성경의 절반 가까운 서신서를 작성하고 기독교 신학의 뼈대를 세우는 데 결정적인 자산이 되었습니다.
4. 니고데모 (Nicodemus) — 예수님을 찾아온 지도자
신분 : 바리새인이자 유대인의 최고 의결기구인 사네드린 공회의 의원이었습니다 (요한복음 3장).
성경 속 행적 : 밤중에 예수님을 찾아와 영생과 거듭남(신생)에 대해 질문했던 인물입니다. 이때 예수님은 성경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인 요한복음 3장 16절("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말씀을 니고데모에게 들려주셨습니다.
훗날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셨을 때, 자신의 신분적 위험을 무릅쓰고 향품(모약과 침향)을 가지고 와서 아리마대 요셉과 함께 예수님의 시신을 정중히 장사 지냈습니다 (요한복음 19장).
5. 요세푸스 (Flavius Josephus) — 유대 최고의 역사학자
신분 : 주후 1세기에 활동한 유대인 역사학자입니다. 19세에 스스로 바리새파에 입문하여 바리새인으로 살았습니다.
역사적 의의 : 로마와 유대의 전쟁(AD 66~70년) 당시 유대군 사령관으로 싸우다 투항한 후, 로마에서 《유대 고대사》, 《유대 전쟁사》 등의 방대한 역사서를 저술했습니다. 그의 기록 덕분에 성경에 나오는 바리새파, 사두개파, 헤롯 왕가, 그리고 예수님과 침례 요한에 대한 당대의 객관적인 역사적 배경을 오늘날 우리가 생생하게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첫댓글
정리 하신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