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노을
朝霞人生出發点(조하인생출발점)-아침노을이 인생의 출발이라면
黃昏夕霞老休處(황혼석하로휴처)-저녁노을은 노인의 쉼터다
朝陽暮陽同一日(조양모양동일일)-아침 해와 저녁 해는 똑 같은데
人生日出何不同(인생일출하부동)-인생의 일출과 낙조(落照)는 왜 다를까?
正東日出歡餘韻(정동일출환여운)-정동진 일출의 환호 여운(餘韻) 속에
人生落照到眼前(인생낙조도안전)-인생의 낙조(落照)가 눈앞에 왔네!
농월(弄月)
“빨래 말려라” 잠깐 벌려준 구름사이로 붉은 저녁노을이 !
위의 사진은 전주에 사는 친구가 보내온 사진이다.
장마 중에서도 “잠깐 빨래 말려라”고 하늘의 구름이 살짝 자리를 비켜준
완산칠봉(完山七峰)위로 펼쳐진 8월 초가을의 해질 무렵 노을이다.
저녁밥 굶은 시어머니 쌍판같은 장마철 하늘이라 저녁하늘의 구름이
약간은 어둡게 느껴지지만 저녁노을은 역시 신비롭다.
저녁노을 하면 가장 충격에 가까운 그림이 생각난다.
노르웨이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의 “절규”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도 소개 되어 많은 사람들에 회자(膾炙)되어 마치 공포의
아이콘처럼 여겨지고 있다.
아래 그림이다.
어느 가을 붉은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한적한 길을 걸어가던 한 남자가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날카롭고 처절한 비명에 전율(戰慄)하며 두 손으로 귀를 막는다.
그러나 지나가던 다른 두 사람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지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비명은 오직 이 남자에게만 들린 듯한 자연의 무시무시한 절규(絶叫)같다.
꿈에 나타날까 무서울 정도로 일그러진 얼굴과 놀라서 뒤집힌 듯한 두 눈,
두 손바닥으로 눌러서 수직 타원형으로 찌그러진 입이 남자가 느끼고 있는 공포를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 뒤에는 저녁노을이 붉게 배경(背景)으로 보인다.
저녁노을은 동서양(東西洋) 세계 각국인의 정서(情緖)와 생활환경에 따라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 당(唐) 나라 문인(文人)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에
落霞與孤鶩齊飛 秋水共長天一色. 문구가 있다.
“지는 노을은 외로운 따오기와 나란히 날고
가을 강물은 긴 하늘과 함께 한빛이로구나”
라는 이름난 구절(句節)이 있다.
이 구절(句節)는 시구(詩句)에서 가장 아름다운 표현의 하나로 오늘날까지 많은
시인(詩人)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또 많이 인용(引用)되고 있다.
“낙하지비(落霞之飛)”는
“떨어지는 노을은 외로운 따오기와 가지런히 난(飛)다”라는 뜻으로
문장가 왕발(王勃)의 유명한 고사(故事)다.
당(唐) 나라 함형(咸亨) 3년에 염백서(閻伯嶼)라는 사람이 홍주 목사(洪州牧使)가
되어 등왕각(滕王閣)에서 큰 잔치를 베푸는데, 미리 그 사위에게 자신이 지은
시(詩)를 준비하여 두게 하여 자신의 문장 능력을 자랑하려 했는데
아무도 그에 대응하여 글을 짓는 이가 없었다.
왕발(王勃)이 마침 지방에 작은 벼슬을 하고 있는 아버지의 근무지에 가다가
풍랑을 만나 이곳에 정박하게 되어 잔치자리를 구경하게 되었다.
※등왕각(滕王閣)-중국 당나라 태종의 아우 등왕(滕王) 이원영(李元嬰)이
장시성(江西省) 난창시(南昌市)의 서남쪽에 세운 누각.
당시 왕발(王勃)은 10대의 어린 소년이었는데 서슴지 않고 잔치에 대한 글을 지었다.
염백서(閻伯嶼)가 화을 내어
“감히 어린놈이”하면서도 그 글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落霞與孤鶩齊飛(락하여고목제비)
“떨어지는 노을은 외로운 따오기와 가지런히 날고 있다”
이 구절에 이르러서는 염백서(閻伯嶼)가 무릎을 치며 감탄했다는 고사가 있다.
“고문진보 등왕각서(古文眞寶 滕王閣序)”에 기록되어 있다.
또 “연하고질자(煙霞痼疾者)”란 말이 있다.
글자대로 해석하면 “노을 고질병 환자”라는 뜻이다.
즉 자연병자(自然病者nature sick man)라는 말이다.
“연하고질자(煙霞痼疾者)”에도 고사(故事)가 전한다.
“노을 고질병 환자”라는 뜻이다.
전유암(田游巖)은 중국 당나라 고종(高宗) 때 은사(隱士)로 명망이 높은 인물이다.
그는 기산(岐山)에 숨어살며 스스로 “유동린(由東隣)”이라고 불렀다.
조정에서 여러 번 벼슬을 내려 불렀으나 그는 나아가지 않았다.
※은사(隱士)-벼슬을 하지 않고 세상을 피(避)하여 산속에 조용히 살고 있는 선비
※기산(岐山)-중국 산시(陕西) 성 펑산(凤山) 부 동쪽의 산.
※유동린(由東隣)-허유(許由)가 사는 동네의 동쪽 이웃에 살았다 뜻이다.
고대 중국 전설 속에 허유(許由)라는 은자(隱者)가 있다.
허요(許繇)라고도 한다.
중국 전설속의 성군(聖君)인 요(堯)임금이 만년(晩年)에 자신의 임금 자리를
아들에게 안 물려주고 허유(許由)에게 양위하려 하자 그는 한사코 거절한 다음
기산(箕山) 아래로 도망쳐 와서 “임금 하라는 더러운 소리”를 들었다고
영수(穎水)라는 강에 자신의 귀를 씻었다는 고결(高潔)한 사람이다.
허유(許由)가 살던 동네의 동쪽에 전유암(田游巖)이 살았다 하여“유동린(由東隣)”
이라 불렀다.
나중에 당(唐)나라 제 3대 고종(高宗)이 숭산(嵩山)에 행차하였다가
전유암(田游巖)이 사는 곳에 들렀다.
고종(高宗)이
“선생께서는 편안하신가”라고 안부를 물었다.
전유암(田游巖)이 대답하기를
臣所謂泉石膏, 煙霞痼疾者
“신(臣)은 샘물(泉)과 돌(石)이 고황(膏肓)병에 걸린 것처럼,
자연을 즐기는 것이 고질병처럼 되었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천석(泉石)-샘과 돌. 산수(山水)의 경치(景致)를 말함
“자연을 사랑하는 병”에서 생겨난 사자성어가 “천석고황(泉石膏肓)”이다.
※고황(膏肓)병-심장(心臟)과 횡격막(橫膈膜)의 사이의 병(病)
고(膏)는 가슴 밑의 적은 비게, 황(肓)은 가슴 위의 얇은 막(膜)
현대의학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이 부위에 병이 생기면 치료가 안되었다.
▲퇴계 이황 선생의 고향(故鄕)은 경북 안동 도산면 퇴계리(退溪里)다.
퇴계 선생은 고향으로 낙향(落鄕)해 지은 시조(時調)인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첫 구절에서 자연사랑(煙霞痼疾)이라는 고질병에 걸린 자신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오
초야우생(草野愚生)이 이렇다 어떠하리오
하물며 천석고황(泉石膏肓)을 고쳐 무엇하리오.
※초야우생(草野愚生)-시골에 묻혀사는 어리석은 사람
연하(煙霞노을)로 집을 삼고 풍월(風月 바람 달)로 벗을 삼아
태평성대(太平聖代)에 병(病)으로 늙어가나
이 병중에 바라는 일은 허물이나 없고자
자연 속에 한가롭게 지내면서 다행히 나라도 평화로워 나라걱정도 없다.
결국 퇴계 자신의 일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병으로 늙어가는 노년의 일 만 있을 따름이다.
요즘처럼 코로나로 친구나 사람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없을 때
필자는 북한산을 자주 찾는다.
산 옆 아래로는 골짜기가 있기 마련이다.
그 골짜기에는 계곡물이 흐르기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안개가 아련히 피어오른다.
중간쯤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골짜기마다 안개가 무릉도원처럼 신비롭다
산봉우리들을 감싼 안개를 보면 아!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사람 사는 시내와 이렇게 다를까?
안개뿐이랴
저녁노을이 있다!
지평선 들판 저 너머로 붉게 물들어 있는 석양(夕陽)
창문을 열면 서쪽을 물들인 붉은 장관(壯觀) !
바다를 붉게 물들인 서쪽 수평선 낙조(落照)
이러한 자연 광경을 심하게 좋아하다 보면 세속을 떠나서 입산(入山)하게 된다.
입산(入山)하는 사람들은 “꼭 중이 되겠다”는 결심을 한 사람도 있겠지만
사람중에는 “연하벽(煙霞癖)”증상으로 산을 찾아 중이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연하벽(煙霞癖)-산수(山水)를 좋아하여 그 경치를 감상하며 즐기는 버릇.
바람이 머물다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
색동옷 갈아입은 가을언덕에
빨갛게 노을이 타고 있어요.
요즘 필자가 북한산 둘레길 을 걸을 때 자주 부르는 동요다.
노을 보면서 동요를 부르면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감회를 느낀다.
어떤 때는 괜히 목이 메어 동요가 중단된다
원치 않은 지난 시절이 동요로 인해 떠올리게 한다.
nostalgia !
Can't go back
Longing--
지날 시절
다시 돌아 갈 수 없는
그리움만---
올 초가을은 다른 해에 비해 맑은 날이 많지 않아 북한산 넘어가는 노을도 드물다
친구가 보내준 노을 사진은 그래서 귀한 선물이다
하지만 작년에 보내준 노을과 오늘 보내준 노을을 보는 감정이 다르다
저녁노을은 인생의 긴 여정에 오는 쉼터라는 생각이 든다.
일출이 인생의 출발이라면 노을은 노인의 쉼터다.
저녁노을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올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가 어울리지 않는다.
코로나에다
집값상승에다
국민들 염장 찌르는 권력자들의 소리만 들리니---
검은 구름으로 덮은 8월 가을 하늘을 보며 나는 생각이다.
농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