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성무 작가님?
역시 당신이였네. 당신일 것 같았어.
우리 이미 몇 번 만난 적 있는데. 기억하겠죠?
이리 나오시죠. 할 얘기가 많으니까
- ...어떻게
어떻게 이 세계에 왔냐고.
그건 당신이 설명해줘야지. 당신이 날 만들었다면서.
이리 오라고. 앉아요.
일어나.
따님한테 감사하시죠. 오연주씨 생각해서 지금 살살 다루는 겁니다.
당신이 날 죽이려고 안달하는 동안 당신 딸은 날 살리려고 애써줬으니까.
피가 나네요.여기선 당신도 불사신이 아닌가보네.
그냥 보통인간. 아프기도 하고 피도 나고 이게 정상이죠. 이래야 공정하지.
항상 나만 피흘리고 나만 죽고 많이 억울했는데
처음에 내가 무의식에 붙잡은건 오연주씨가 아니였어. 당신이였지.
나한테 진짜 치명상을 입힌건 그놈이 아니라 당신이였지.
당신 딸이 그 다음에 나타나서 날 살려줬고.
아무도 모르더군요 나를 찌른 범인이 두명이라는걸.
아무 증거도 없어서 입다물고 있었지만 난 직감하고 있었지.
맥락도 없이 나를 죽이고 싶어서 안달난 그놈이 당신이라는 걸.
그땐 당신이 어떤 존잰지도 몰랐지만.
여기서 날 만들었나보지?
그 알량한 손가락을 놀려대면서. 여기서 나를 죽일 궁리도 했고
돈 명예 성공 다 맛보고 나니까 이제 내가 필요없어져서.
나를 만들고 나를 괴롭히고 내 인생을 롤러코스터 태워서 당신은 그걸로 성공하고 명예를 얻었지.
그래놓고 이제는 나를 죽이겠다고 칼로 찌르고 약물을 주사하고 트럭으로 받고.
그리는걸로 모자라서 직접 칼을 쥐고 날 찔렀어. 살려달라는데도 잔인하고 냉정하게.
여기서 기다리는 동안 당신에 대해 좀 알아봤어.
얼마나 유명하신지 인터넷에 이름만 쳐도 정보가 차고 넘치던데.
오성무는 무능한 가장이였어. 오십 줄이 넘도록 단 한번도 성공해본 적 없는 가난한 만화가.
술 없이는 못사는 의지라곤 없는 인간. 열등감이 뼛속까지 젖어서. 게다가 이젠 늙기까지 했고.
그래서 날 만든거지. 젊고 성공하고 돈많고 의지라곤 남다른 인간. 당신하곤 정반대인 강한 남자!
그래서 이름도 강철이라 지었다고... 기사에 써있던데.
난 당신 대리만족이였던거지. 현실도피용?
근데 그것도 오래가진 못가고, 결국 아내가 떠난거야
당신은 금새 벽에 부딪혀 좌절했어. 원래 그런 인간이였거든.
약간에 좌절에도 쉽게 꺾이는 자존감 낮은 열등감 덩어리.
그래서 날 죽여버렸지. 애초에 계획과는 다르게
자신은 자살할 용기도 없으면서 날 그렇게 만들었어.
당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건 세상에 나밖에 없었으니까.
그때부터 뭔가 이상했어. 계속 같은 악몽을 꾸기 시작했거든. 한강에 빠져죽는 꿈... 그게 뭔가 했더니.
그 때 난 진짜 죽은거였어. 당신이 변덕을 부려서 다시 나를 살려내기 전에!
내가 살린게 아니야. 니가 어거지로 버틴거지. 난 거기서 널 죽였다.
근데 니가 버텼지. 살려달라고 떼를 쓰면서! 그래서 살려줬다. 마음이 약해져서
그 땐 너한테 애정이 있었으니까. 그게 문제였어, 그 때부터 니가 괴물이 됐거든 지금처럼!
그래! 내가 너한테 다 줬다. 내가 갖고싶었던 모든 걸 너한테 다 설정해줬어
근데 무슨 일이 벌어졌니? 내가 준 머리로 니가 이 세상을 알아내려고 했어.
그게 말이나 되니? 감히 그림 주제에! 사람도 아닌게! 끝없이 날 괴롭히고, 결코 여기까지 나타나서!!
처음엔 내가 미친 줄 알고 정신과 상담도 받았다. 친구들한테도 얘기해봤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어.
너무 무서워서 도망도 치려고 했는데, 못했다. 연주 때문에.
나는 걔가 커가는 동안 아무것도 해준 게 없었어. 그래서 조금만 참자고 했지.
어쨌든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돈이 되니까
조금만 더 벌면 개업도 해주고 평생 걱정없이 살게 해줄 수 있으니까.
너만 악몽을 꿨는 줄 아니? 나도 매일매일 악몽을 꿨다. 니가 이렇게 날 찾아오는 악몽.
여기까지 끌고오는게 지옥이였지만 그래도 끝이 멀지 않았다는 힘으로 버텼다.
끝내기만 하면 더이상 널 그리지 않아도 된다는 그 희망으로!
근데 니가 또 죽지 않고 날 끌어들이고 연주까지 끌어들였어!
그래서 칼로 찔렀다. 빌어먹을 저주가 끝도 없을 것 같아서.
넌 허상이야. 넌 아무것도 아니야. 넌 그냥 내가 만든 캐릭터라고!
근데 니가 지금 왜 내 앞에 나타나서 사람인 척을 하는거니.
왜 내 딸까지 끌어들여서 니 멋대로 스토리를 이어가냔 말이야!
넌 그냥 캐릭터야. 알겠어? 내가 만든 설정값!!!
그걸로 날 쏘겠다고? 쏠테면 쏴봐.
니가 쏠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넌 절대 못 쏴.
왜냐고? 넌 애초에 살인을 할 수 없는 캐릭터거든. 내가 널 정의로운 놈으로 설정했거든.
법과 양심에 따라 사는 놈으로. 넌 복수마저도 정당한 법에 따라서 심판해야 하는 놈이야.
그래서 니가 히어로가 된거고 사람들은 널 좋아하지.
넌 아무 무기도 없는 힘없는 늙은이를 화가 난다고 쏴죽일 수 없는 놈이야.
그게 니 설정값이거든.
너는 지금 니가 여기 니 의지로 와있는 것 같니? 자유의지로?
아니야.그것도 다 설정이야. 내가 너를 엄청나게 의지 강한 인물로 만들었거든.
모든 난관을 참고 돌파하는 그런 의지.
다만 그걸 너무 지나치게 설정한 게 문제지.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면 죽음 마저도 거부하는 강한 의지를 가진 놈으로 만든게 문제라고.
근데 그 의지도 다 내가 만들어준거야.
넌 애초에 내 의지 안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난 적이 없어.
날 쏘고 싶으면 쏴. 쏠 수 있나. 쏴보라고!
앉아서 처음 계획했던 엔딩을 그려.
당신이 처음 나를 갖고 자살하게 만들었고 내가 그걸 거부하면서 모든 게 꼬였다는 거네
그럼 처음 만들었던 스토리대로 그려내면 나도 납득하겠지.
그럼 다 정상으로 돌아갈테고. 아닌가?
내 친구들이 거기 남아있어. 산것도 죽은것도 아닌 채로.
그렇게 비참하게 그냥 둘 수 없어.
- 니가 여기 튀어나왔으니까 그렇게 된거겠지
- 이유 말고 방법을 찾아. 그림을 그려. 그래서 돌려놔.
- 난 몰라.
- 모르다니?
-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난 이제 엔딩도 내 맘대로 안돼.
뭘 어쩌라는 거야 나보고!
- 내가 납득할 만한 엔딩이 뭔지 알잖아. 간단해.
진범을 잡고 그 놈 죗갚을 받고 남은 일생을 평범하게 살고 싶어. 그게 다야.
진범이 누군지만 알려주면 돼.
당신 말대로 그걸 알고싶은 의지가 너무 강해서 죽지도 못하고 여기까지 온 것 같으니까
진범의 얼굴을 그려. 내가 기억할 수 있게.
그려.
- 없어. 진범은 없어. 애초에 그냥 설정이였다.
주인공을 강하게 만들기 위한 설정.
히어로물에서는 흔한 설정이지. 유년시절의 충격적인 상처.
범인이 누군지는 나도 몰라.
-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 해결이 안되야 히어로가 되거든. 범인을 잡으면 그걸로 이야기는 끝이 나지.
행복하면 누가 그 고생을 사서 하겠나?
그래서 아무 단서도 없는 거야. 원래 없으니까.
모른다구.. 범인이 없어?
내 가족들을 전부 죽여놓고 나한테 누명을 씌우고 감옥에 쳐놓고 그래도 모른다고.
분명히 내 눈 앞에, 분명히 내 앞에서 비참하게 죽었어. 내 아버지 어머니 내 동생들!
그 씬을 전부 내 눈으로 봤는데 쏜 사람이 없어?
아- 그래서 날 죽이려 했던거야? 해피엔딩은 절대로 낼 수 없으니까.
이런 일만 없었으면 당신은 이걸 죽을 때까지 그리면서 천국을 누렸겠지.
나는 영문도 모른채 잡지도 못할 범인 쫒으면서 괜히 불면증에 시달리고 다치고 깨지고!
끝도 없이 고통을 겪으면서 같은 일을 반복하고!
내가 뭘 겪었는진 알기나 해? 너라면 단 하나도 못견딜 일들을 수도 없이 기억해야했어.
그 알량한 손가락으로 신나게 그림을 그리면서 아무 책임도 없이.
나는 그 고통을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있는데..
그건 픽션이야. 작가는 그게 업이라고.
아니. 너는 그냥 작가가 아니지.
너는 내가 살아 숨쉬는 걸 보면서도 날 죽이려 했어. 그게 니 본질인거야
잔인하고 폭력적이고. 칼 대신 펜대를 잡아서 드러나지 않았던 것 뿐이지
너는 본질이 개새끼고 이미 살인을 한 거나 다름 없어.
방법을 생각해 내. 어떻게든. 내가 다시 돌아올때까지.
운 좋은 줄 알아.
운이 좋은게 아냐. 넌 애초에 날 쏠 수 없었으니까
그게 니 설정값이거든.
드라마의 절반인 30분동안 둘이서 대화만 하는데
(비록 몸싸움도 약간 했지만)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빨려들어갈 정도로
흡입력이 어마어마했음...
심지어 한 번 말할 때마다 대사량이 엄청난 것
감정몰입에 놀라고 대사량에 한번 더 놀란 장면
진심 역대급이었어.소름...종석이 원래도 연기 잘했지만 배우 느낌 퐉!
이종석최고야ㅠㅠ
이거보고 소름돋앗음 한시간이일분같앗어... 이렇게집중해서드라마보는거처음.ㅇㅣ엿음 대상줘라
저게30분이였던거 지금 앎.,
ㅁㅈ 그 많은 대사 외운것도 신기했고 우는것도 예뻤고 대사 하나하나 다 잘들렸고 그 안에 담긴 강철의 분노와 충격?같은 느낌이 ㄹㅇ잘전달됬었음 이건 진짜 상하나 큰거 받아야함ㅇ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