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무명이
뜻하고자 하는 것>
‘어리석음이란
자신이 어리석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 것이다’ 철학자의 일갈이 아니라 제가 만들어 본 말입니다. 아마 이 말이 무명에 비교적 접근된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최근에
본 신간 중 ‘어리석음에 대한 백과사전’이란 흥미로운 제목의 책에 있는 기발한 어리석음을 소개합니다.
입대를
앞두고 신체검사를 받는 동안 예비 병사는 한시도 쉬지 않고 눈에 보이는 종이들을 집어들 때마다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
군의관은
청년의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 생각하고 징집 면제 확인서에 서명을 했다. 그 확인서를 받아본 청년은 이렇게 말했다. “바로
이거야!”
(어리석음에
대한 백과사전/ 저자 : 마티아스반복셀 / 출판사 : 휴먼앤북스 p.21 "발견" 중에서)
이런 유머는
어떻습니까?
어느 날
일본 과학자들이 땅속으로 50m를 파고들어가 작은 구리조각을 발견했다.
이
구리조각을 오랜 시간 연구한 끝에 일본은 고대 일본인들이 이미 2,500년 전에 전국적인 전화망을 가지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당연히
중국정부가 발끈했다.
중국
정부에서는 과학자들에게 그보다 더 깊이 파볼 것을 종용했다. 100m 깊이에서 중국 과학자들은 조그만 유리조각을 발견했고,곧 고대 중국인들은
3,500년 전에 이미 전국적인 광통신망을 가지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 보도에
한국 과학자들은 격노했다.
한국
과학자들은 200m 깊이까지 땅을 파고 들어갔으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자 한국
과학자들은 고대 한국인들이 5,500년 전에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두 경우의
공통점은 어리석음을 ‘커버’하려다 결정적 어리석음을 범하는 경우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어리석음도 미학美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있더군요.
일단
보시지요.
-해마다
인터넷에서 다윈상이 수여된다. 수상 대상은 인간 종의 재생산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결점이 많은 유전자를 스스로 제거함으로써 인간 종의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이다.
수상자는 늘
죽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직접 상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최근에는 어리석은 행위를 한 결과 거세되어 생식 능력을 잃은 사람들까지
수상자 후보에 올리기로 규정을 바꾸었다고 한다.
후보자들은
다음 범주로 구분해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게임과 오락 부문, 노동과 산업 부문, 무기와 폭발 부문, 연애와 사랑 부분, 자살 부문, 사냥 부문,
범죄와 징벌 부문, 교통사고 부문, 종교 부문, 그리고 의료 수술 부문이다.
64세의
후두암 환자 에이브러힘 모슬리. 플로리다 병원에 입원중이던 그는 담뱃불을 붙이려다가 목에 두른 붕대와 잠옷에 불이 붙고 말았다. 성대 제거
수술을 받았던 터라 살려달라고 고함을 지를 수가 없어서 결국 침대에서 불에 타 숨졌다.
번지 점프를
잘못한 사람. 번지 점프대에서 수면까지 높이를 정확하게 계산하고 줄 길이를 여기에 맞추었지만, 그 줄이 고무줄이었다.
로스앤젤레스의
기독교 지도자. 그는 예수가 걸었던 길을 걸어가려고 무척 애를 쓰던 사람이었다. 심지어 물 위를 걷는 연습도 했다. 이랬던 그가 1999년
11월 24일 뜻밖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욕조에서 물 위를 걷는 연습을 하다가 비누를 밟고 미끄러지는 사고였다.
세 명의
팔레스타인 테러범. 이들은 시한폭탄을 몸에 지닌 채 이스라엘로 향했다. 한데 이스라엘에서는 아침 기도 시간을 배려해서 주변의 다른 나라보다 한
시간 늦게 시간을 적용했다. 하지만 시한폭탄의 시계는 이스라엘 시간에 맞춰져 있지 않았다. 점령지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들이 말하는 소위
‘시온주의자들의 시간’을 거부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결국 폭탄은 처음 의도했던 것보다 한 시간 먼저 터졌고, 테러범들만
즉사했다.
미국 린든에
살던 앨버트 B.프래트. 리볼버 권총이 장착된 헬멧을 발명했던 그는 지금까지도 역대 수상자들 가운데 최고로 꼽히고 있다. 그가 발명한 헬멧
권총은 치아를 이용해서 권총이 발사되도록 고안되었다. 이 헬멧 권총이 미국과 영국에서 특허를 받았다는 사실은 지금도 믿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 권총의 반발력이 그 어떤 실험 대상의 목이라도 부러뜨려놓았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 헬멧은 자살 도구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모든
수상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어리석음이 어떻게 우리 인류의 문명을 일구어가는지 그 불가사의하고 놀라운 방식을 생생하게 증명해주는 사례들이 아닐
수 없다.
-
어리석음에 대한 백과사전/마티어스 반 북셀 저/휴먼 앤 북스-
이 이야기는
저자가 만들어 낸 것들이 아니라 진지하게 소개하고 있는 사실들 입니다.
제가
무명無明을 설명한답시고 고작 앞에 몇 줄 해놓고 변죽만 울리는데는 속사정이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무명을 ‘안다’는 것은 ‘깨달음’을 안다 라는 말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저는
깨달음을 얻기는 커녕 헷갈리는 소리만 해대고 있으니 무명을 딱뿌러지게 설명해드릴 길이 막막하다는 말씀입니다.
더욱 제가
이 책의 저자가 아니라 아닌 다른 사람의 저서들을 보는 독자의 입장에서 말하면, 행여 저자가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다고 항변할지는 몰라도 ‘내
머리 속에 있는 것을 너희들은 잘 모르겠지만…’이런 태도의 글을 보면 도리어 그 내용을 신뢰하지 않는 편이거든요.
내침김에
한꺼풀 더 깊이 고백하자면 저는 3,000여 권의 책이 있는데, 이 반야심경 해설서의 지금까지를 쓰기위해 100여 권의 책을 검토해야 했고,
완독한 책만도 30여 권에 이릅니다. 또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책을 읽어야할지 저도 감이 잡히질 않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제가 새삼 느끼는 것은 책은 ‘읽혀지기 위해’ 만들어진다는 아주 평범한 사실입니다.
그 근저에는
내용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책이나 나의 생각과 너무 동떨어진 내용의 책은 ‘적당히’ 보다마는 것이 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엄연한 현실이자
독자의 권리라는 생각이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저의
고민은 저자로서의 책임과 체면도 생각해야 하지만 읽어주는 분들의 형편도 충분히고려해야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데
있습니다.
그러니
가능하면 저의 고충도 염두에 두시며 이제부터는 인내를 필요로할지 모르는 설명에도 책을 놓지는 마시라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단순한 제 변명만은
아닙니다.
세상사가
재미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님도 분명하고 더욱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돈 벌기에도 어려운데 하물며 마음의 안락과 깨달음을 논하는 경전과 그 해설이
쉬울수는 없다는 말씀도 해두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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