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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국방장관 만나러 조금 있다가 출발한다.
물론 나야 보잘 것 없는 늙은이니까 아마도 못 만날 확율이 크겠지.
그럼 하다못해 보좌진이나 민원실장이라도 반드시 만나 따지고 올 것이다. 아니 고함이라도 쳐대고 오겠다.
뭐 곧 제지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허공을 향한 헛발질이 되겠지만 그래도 이 울분이 조금이라도 풀릴 것 같기에 반드시 실행을 할 것이다.
긴 말 하면 또 정게의 노땅 어쩌고 저쩌고 할 터이니 구구절절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다만 젊디 젊은 너네들에게 이 말만은 하고 싶다.
'내가 중뿔나게 왜?', '그래봤자 뭐가 나온다고?' 부디 이런 말만 하면서 약게만 살지는 말자구나. 모난 돌이 정을 맞지만 그래도 쓸모있는 돌이 되려면 정 맛도 좀 봐야 하는 법, 당장 머리 띠 두르고 광화문 한 복판으로 뛰어 나갈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만큼은 하자.
일단 나는 '국방부 홈페이지'에 들어 가 '장관과의 대화'라는 칸을 찾아 아래와 같은 내용의 민원 신청을 하였다.
이 나이에 누가 제대로 읽어 볼지도 않을 것만 같은 게시판에 이딴 걸 민원이랍시고 내고 있어야 하는 게 너무나도 서글프지만 우선 할 수 있는 일이 그 딴 것 뿐인지라 미안하다.
그나마 귀하의 민원신청이 완료되었다는 국방부 발송 문자를 보고 있자니 안 한 것보다는 낫겠지 하는 생각은 든다.
다음은 내가 올린 민원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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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님!
첫 추위라 그런지 차가운 바람이 살을 에이는 것만 같이 느껴지는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이럴 때 저는 늘 제가 근무를 했던 27사단이 있는 사창리의 기온을 유심히 살핍니다. 전역을 한 지 35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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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1월 중순임에도 영하 12도라고 하더군요. 뭐 그 정도면 아직은 견딜만 한 것 일까요? 그래도 한국의 냉장고라 불리는 화악산 자락 그 어디에선가 부모님을 또는 연인을 그리며 떨고 있을 우리의 병사들 생각에 가슴이 아프긴 매 한 가지입니다.
그런데 장관님 !
사실 제 마음이 이리도 더 추운 건 너무나도 경악스런 내용의 소식이 들려 와서 입니다. 내용이야 이미 보고를 받으셨으리라 믿습니다만 그래도 달리 울분을 토할 길이 없어 감히 장관님을 찾았습니다.
으음, 해군의 평택 제2함대에서 방송 예능프로 '진짜 사나이'를 촬영하던 와중에 '이외수'를 초청하여 특강을 들었다고 하는군요. 저는 이 건과 관련 시청율에 목을 매는 방송사 측은 언급할 가치도 없다고 믿습니다만 그래도 장관님! 이건 정말 아니지 않습니까?
이외수가 어떤 인간인 줄 아시지 않습니까?
기억을 도와 드리고자 말씀드리자면, 그 자는 그 어떤 이유로도 우리의 장병들 앞에서 강연을 할 만한 인간이 못 됩니다. 그는 일찌기 미성년의 여인들을 데리고 여관방을 전전하며 대마초를 상습적으로 피워 형사처벌의 전력이 있는 자입니다. 최근에는 혼외 자식을 부정했다가 여론의 지탄을 받기도 했지요. 정치적 성향이야 개인의 자유이니 그 판단을 존중해야 하지만 그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전파하기 위해 끊임없이 요설을 퍼트린 자입니다. 지난 대선에는 팔로워수 200만 운운하며 실제로 특정인을 떨어뜨리겠다고 공언하기도 했지요.
물론 그 망상과 허세는 아직도 여전합니다.
이런 그가 도대체 어떤 자격으로 장병들 앞에, 그것도 정식으로 초청을 받고 당당히 설 수 있는 것 입니까?
인격적으로 존경받아 마땅한 사회의 원로입니까? 냉철한 판단과 지혜로 젊은이들에게 한줄기 광명이라도 줄 수 있는 인성을 갖춘 자입니까? 내면에 깊은 호흡과 내공이 들어있는 선각자입니까? 한 분야의 전문가입니까? 그의 삶과 경험이 너무나도 절절하고 소중해 젊은이들에게 귀감이라도 됩니까? 한 점 국가관이라도 있는 자입니까? 하다못해 한 가정의 따뜻한 가장이나 부모 역할이라도 했습니까? 산업역군으로서 이 사회에 단 한 점 기여라도 했습니까?
대체 그 자는 뭡니까? 저는 압니다. 아직 판단력이 부족한 우중들을 상대로 요설을 지껄이는 혀 외에는 가진 건 단 하나도 없는, 나잇값 전혀 못하는 천박한 인간이라는 걸 말입니다.
장관님!
혹자는 이 어떤 이유를 차치하고서라도 그가 한때 낙양의 지가를 올린 적 있는 작가라는 이유만으로도 우리의 장병들 앞에 설 수 있다고 하실까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장관님, 그럼 천안함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우리의 소중한 46명의 전사자들은 구천에서 '당신들을 부정한' 이 자가 동료나 후배들을 앞에 놓고 마음껏 그 경박한 세 치 혀를 놀리는 이 일을 대체 어떤 심정으로 보고 있을까요?
그 유가족분들은 어떻습니까? 자식 또는 남편의 목숨까지 바친 대한민국 해군에서 이렇게 대놓고 자신들을 능욕하는 작금의 이 사태를 바라보는 심경은 어떨까요? 저 같은 장삼이사 민초들의 이 허탈감과 분노는 또 어떻게 되는 겁니까?
장관님!
이 사안은 단순히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 운운하며 그냥 넘겨서는 절대 안되는 일입니다.
장관님!
그나마 이 가치관 흔들리고 있는 나라를 생각하며 자식들을 묵묵히 군에 보내고 있는 이 땅의 수많은 부모들을 능멸한 이 사안에 대해 반드시 경위를 파악하고 진상을 규명하여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셔야 합니다. 대체 어떤 선의 지휘관 또는 보직자가 이렇게 국민들을 우롱하는 결정을 내린 것인지 반드시 파악하여 조치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다시 한 번 장관님!
이외수가 2함대에서 초청 강연이라니? 이외수가 말입니다. 참 우울해 집니다.
무엇보다도 산화한 장병들, 그리고 유가족들께 미안해 집니다.
첫댓글 대한민국 정체성이 불확실한 자를 군부대 초청강의라니 군대가 개판되려고 미치고 있구나.